2020년 9월 17일 목요일

자치분권과 거버넌스전략, 시민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2017.6.)

 시민사회의 거버넌스 전략과제 발제문

자치분권과 거버넌스 전략, 시민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박홍순(커뮤니티허브공감)

 

 

 

1. 사회운동으로서의 거버넌스 실천 10

 

한국사회에서 거버넌스라는 말이 사회변화전략의 하나로 거론되기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은 훌쩍 넘어 20년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 민관협력포럼이 만들어진 것이 2003년으로 기억되는 데, 연구자들이나 행정가들이 중심이 된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 활동가들과 시민운동과 연이 닿는 공직자들이 함께 모여 정기적인 포럼을 갖고 학습하고 실천경험을 교류하는 모임이었다. 따라서 그 뿌리나 동기가 시민사회운동이 추구하는 사회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고민과 열정에 영향을 받았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실천전략의 측면에서 거버넌스의 핵심을 파트너십으로 보았는데 그 이전의 시민운동과 확연히 다른 점은 공공영역-현존하는 정부를 극복의 대상이나 배제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공동의 미션을 이루기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할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같은 편(?)-유사한 경험과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정부운영에 참여하고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곧 내 편을 도와주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치적 지향이나 정파에 속해 있느냐와 관계없이 정부와 시민사회의 관계 그 자체가 공동의 미션을 공유하고 함께 수행해 나가야 하는 파트너 관계라는 인식과 실천이다. 이것은 분명 그 이전의 시민사회운동 전략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흐름이었다.

그것을 어용으로 볼 것이냐 새로운 전략으로 볼 것이냐 하는 것은 보기에 따라서는 매우 헛갈릴 수밖에 없는 모양새였다. 그러기에 어용의 시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거버넌스운동의 정체성을 만들고 확산시켜 나가는 과정은 용기와 헌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생명력을 가질 수 없는 새로운 사회운동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거버넌스를 담론 차원이 아닌 실제 행정과 시민사회 현장에서 적용하고 확대, 발전시켜 온 것도 이미 10년은 벌써 넘었고 그 중에서도 후반부의 6~7년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각 종 시도와 성과들이 축적되어 온 시기이다. 이제는 풍부한 실천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관점에서 분석해서 평가해보고, 시사점은 무엇인지? 한국적 현실 속에서 거버넌스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 정리해 볼 때가 되었다. 밑으로부터의 경험과 평가는 새 정부의 거버넌스 정책 점검과 수립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2-1. 한국 거버넌스 실천의 특징

 

2007년부터 민관협력포럼에서 주관해온 우수사례 공모대회의 선정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한국 거버넌스의 전개에 있어 경향적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이에 대한 거버넌스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그 일반적 경향으로 두 가지를 들고 있다. 민간부문 관계자와 전문가의 형식적 참여에서 실질적 파트너 인정으로 나아가는 실질화의 흐름과 의제의 발굴과 정책의 입안과정에서의 참여에서 집행 및 환류 영역으로 확장하는 확장의 흐름이 그것이다.

또 초기 일부 전문가의 참여나 NGO의 협력에서 후기로 갈수록 정부, 기업,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모든 영역으로의 확대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으며, 특정 영역의 경계를 뛰어 넘어 다 영역 간의 창조적 협력이나 이미 드러난 문제의 해결과정을 넘어 표면 아래의 문제 발굴과 정책입안까지 나아가는 심화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지방자치단체에 따라서는 행정의 특정 사안에 대해서가 아니라 전 분야, 모든 업무 프로세스에서 거버넌스 모델을 도입하고 적용하려는 전면화의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방정부 운영에서의 거버넌스의 제도화, 상설화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의해서 보아야 할 한계적 특성들도 들어나는데 먼저 한국 거버넌스는 민관협력에 있어 관()우위성, 즉 행정의 역할과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이는 공적 권위와 재정을 포함한 각 종 공적 자원의 독점과 압도적 우위의 공급능력을 반영하는 것으로 특히 시민사회와의 관계에서 거버넌스의 왜곡을 낳는 주요 원인이다. 다음으로 과정지향적이고 구조화된 사례보다는 목표지향적이고 개별 사업 단위의 협력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사업이다”, “일거리만 늘었다”. “피로감을 느낀다는 일선 담당 공무원들의 반응이 푸념만은 아닌 이유이다. 때문에 단기적 성과와 실적평가에 시민참여와 민관협력이 활용되고 시민사회의 역량강화나 상호 간의 신뢰자본 형성과 같은 장기적 기반형성으로 잘 연결되지 못하는 한계를 낳고 있다. 이는 선거주기에 맞추어 단기적으로 움직이고 지방정부 리더십의 지향과 의지에 따라 많은 부분이 영향을 받는, 따라서 다소 정파적 편향성의 혐의를 피하기 어려운 한국 거버넌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2-2. 한국 거버넌스의 수준

 

지난 10여년 이상을 열심히 달려왔고 한계는 있지만 적지 않은 확산의 성과가 있다고 자평해볼 수도 있지만 국제적 비교에서 보면 아직 한국의 거버넌스 수준은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하다.

OECD의 거버넌스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거버넌스 수준은 1점 만점에 0.728점인데 이는 34OECD 국가들 중에서 29위를 차지한다. 한국의 경제력 수준에 비하면 대단히 낮은 순위이다. 특히 거버넌스 지수 중에서 시민사회 능력은 더욱 떨어져서 한국 거버넌스 지수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공동체적 지향성을 가지고 사회적 관계망에 참여하는 정도는 대단히 낮다. 또 공익적 활동을 하는 자원결사체는 대단히 저()발전되어 있고, 그 결과 거버넌스의 질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세계 거버넌스 지수(World Governance Indicator, WGI)의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에 국민의견과 책임성을 나타내는 지수는 OECD 국가들 중에서 멕시코와 함께 가장 낮은점수(5.47, 2010)를 받고 있다. WGI국민의견과 책임성지수와 유사한 정부영역을 측정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거버넌스 지수(Sustainable Governance Indicator, SGI)에 포함된 효과적인 민주주의지수(democracy index)이다. 이 지수 역시 비슷한 결과를 내놓고 있다. 측정대상이 된 OECD 31개 국가들 중에서 한국은 멕시코와 함께 5.5점을 획득하여 29위에 랭크되어 있다. 보다 심각한 것은 시민영역과 중간결사체영역이 각각 3.54.7로 대단히 낮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거버넌스 수준을 낮추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시민사회능력의 저하라는 데에는 언뜻 납득이 잘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한국만큼 NGO의 활동이 왕성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나라도 드물텐데... 이웃 나라인 일본과 비교해 보아도 그렇고 최근의 촛불혁명을 가져 온 시민사회의 힘을 보아도 그렇다. 그렇다면 한국NGO의 특성이 어떻기에 외형과는 달리 저평가되는 지, 거버넌스 행위주체의 측면에서 보편적 기준을 갖고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또 일반적인 시민사회 실패 이론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시민사회가 어떤 한계와 부족점을 갖고 있는 지 생각해 보고 그 보완 대책을 연구해 보아야 한다.

 

 

2-3. 한국NGO의 특성

 

거버넌스의 핵심이 파트너십이라 했을 때 거버넌스를 위한 파트너로서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공공영역의 행위주체인 정부와 시민사회의 행위주체인 NGO라고 할 수 있다.

거버넌스 파트너로서 NGO가 갖고 있는 장점은 다른 민간주체들과는 달리 개인적 이해관계나 집단적 이기주의에 경도되지 않고 공공선에 입각한 합리적 문제해결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들 수 있다. 또 자발성에 입각한 문제접근과 과제 해결에 대한 열정은 정부조직이 갖지 못한 큰 장점이다. NGO는 시민사회의 다양성에 기반하고 있기에 직면한 문제에 대한 다양한 대안의 접근이 가능하며 미래지향적이다. 한국의 NGO는 여기에 평등한 관계를 중시하고 민주주의적 전통이 강하다는 특성도 있다.

또 매너리즘과 현실안주, 수직적 지시 문화와 조직 이기주의 등의 한계에 빠져있는 관료제에 의해 움직이는 정부영역에 비해 NGO가 갖는 장점은, 위의 특성들 외에도 정치인이나 관료들에 비해 높은 신뢰성을 얻을 수 있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갖고 있으며 복잡다기한 갈등사안에 대한 현실적 접근과 중재력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거버넌스 확대과정을 보면 NGO의 역할이 초기에는 수단적이고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렀지만 점차 비판자, 견제자로의 역할로, 더 나아가 보완적이고 생산적인 협력자로 인정받고 있고, 비권력적 성격을 갖는 행정사무영역에의 참여에서 점차 정책결정, 조정중재, 평가와 감사와 같은 공권력의 집행 영역이나 정무적 성격의 영역으로 확대되어 왔다.

한국 NGO의 형성배경을 알면 한국 거버넌스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서구 근대화 캐취업 과정에서 한국의 행정체계와 공무원들은 대체적으로 일본을 통해 들어 온 대륙계통의 시스템과 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은 반면에 NGO들은 영미계통의 자유주의적 사고와 지향에 보다 익숙해져 있다. 때문에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NGO들은 형식과 절차에 구애받지 않으려 하고 권위주의에 질색한다.

한국의 NGO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민주화운동의 전통과 그로부터 공급받은 헌신적 인적 자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한편으로는 권력을 가진 정부에 대한 적대감을 공공연히 드러내게 하고 정책사안에 대해 이분법의 관점으로 접근하게 하는 편향을 낳는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성공한 민주화운동의 전통이 NGO들에게 도덕적 권위와 사회적 정당성을 부여해주었고 같은 민주화운동의 뿌리를 공유하는 정부 참여자들-정치행정영역으로 진출한 사람들과의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우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었다.

그런데 시민사회로부터의 접근이 구체화되기 이전에 한국사회에서 거버넌스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후반 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학계, 그 중에서도 행정학 쪽에서 다루어지기 시작했고 처음에 도입했을 때는 정부 안의 국정관리 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세계화가 급속하게 확산되는 후기산업사회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의 국정운영에서도 이익의 다원화에 따른 행정수요의 다변화와 급증에 대해 앞으로는 기존의 관료시스템만으로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고 행정혁신의 필요성에 부응하여 거버넌스란 개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즉 기존 행정기능의 보완적 측면에서 정부는 거버넌스를 수용했고, 그 이후 국가통치의 시민사회 참여와 소통이라는 민주적 맥락이 덧붙여지고 강화되었다. 즉 정부운영의 시민참여확대의 제도화와 열린정부의 지향, 의사결정과정에 다양한 시민사회 전문가들의 참여와 같은 양상을 띄게 되었다. 그 이후 여러 차례 정부를 이루는 정치세력이 교체되면서 거버넌스에 대한 정부의 수용 태도와 중점과제는 해당정부 지지세력기반의 특성, 중시하는 국정 목표 등에 따라 부침을 달리 해왔다.

 

2-4. 시민사회 실패의 이유

 

한국사회의 거버넌스 실천에서 기본적인 부침은 정부의 태도와 의지에 많이 영향을 받지만 그 파트너인 시민사회의 역량과 관점 또한 중요 변수이다. 거버넌스 이론에서 분석하고 있는 일반적인 시민사회 실패의 원인은 무엇이고 한국시민사회는 어떤 관련성을 갖고 있을까?

시민사회 실패(civil society failure)의 이유로는 보통 다음의 다섯 가지가 거론된다. 1) 제한된 관심(restricted focus), 2) 아마추어리즘(amateurism), 3) 자원부족 (material Scarcity), 4) 섹터적인 파편화 (sector fragmentation), 5) 섹터편협주의(sector Parochialism) 등이그것이다. 이상의 원인들은 대체적으로 시민사회 실패의 원인을 내부적 도전(Internal challenges)과 연관지어 분석한 것이고 외부적 도전(External challenges)의 측면에서 분석해 보면 1) 정당성과 책임성(Legitimacy & Accountability) 2) 정부와의 관계 (relation with state) 3) 시장관계 (Market relation) 4) 국제관계 (International context)의 네 가지를 추가할 수 있다. 이 내외부적 요인 아홉 가지를 시민사회에 끼치는 영향과 함께 정리해 보면 다음 표와 같다.

 

<1> 시민사회에 대한 도전 (Challenges to Civil Society)

실패의 원인

시민사회에 대한 영향 (Implications for civil society)

내부적 실패(Internal Failure)

제한된 관심

(restricted focus)

큰 규모의 사회적문제와 결과에 대해 무지

초기 멤버들의 이해를 넘어서는 것이 거의 불가능

다른 NGO와 중복되거나 경쟁

성공적인 프로그램을 확장하는데 한계

아마추어리즘

(amateurism)

낮은 수준의 인적 자원

한정된 조직자원

비효율적인 조직과 비효율적 프로그램 매니지먼트

자원부족

(material Scarcity)

가치에 근거한 자원봉사자 확보가능 그러나 자원부족 좋은 프로그램을 확장하는데 한계

소수의 재정지원자에게 의존하는 경우 독립성 침해

현저한 재원부족

섹터적인 파편화

(Sector

Fragmentation)

코디네이션에 대한 실패로 영향력이 줄어들고 자원 낭비

NGO 내부의 경쟁이 정부와 재정지원자에 대한 영향력을 축소

NGO들 간의 공동의 이익을 인식하지 못함

집단적 공동행동 실패

편협주의

(sector

Parochialism)

NGO 내부의 소통부재

공동이익 성취 불가

프로그램을 대체하거나 확장시키는 것이 불가능

외부적 실패(External Failure)

정당성과 책임성

(Legitimacy &

Accountability)

(도덕적 등)공격 받았을 경우에 시민의 지지가 쉽게 와해

법적 보호막이 얕고

엘리트주의로 비난받을 경우에 취약함

일반 공중이 시민사회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 이해당사자들에 대해서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음

정부와의 관계

(relation with

state)

국가가 NGO를 경쟁자로 보는 경우

정부의 선호도에 시민사회가 맞춰주는 경우

정치적 공간의 축소

시장관계

(Market relation)

비즈니스가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에 부정적으로 반응하여 거리를 두는 경우

비즈니스 선호도에 시민사회가 맞춰주기

지원자원의 축소, 비즈니스 주도 NGO가 자원을 잠식

국제관계

(International

context)

지역적 가치와 선호도에 어떻게 국제적 자원을 링크할 것 인가

분명한 지역적 가치와 역할에 대한 정체성을 갖는 것

 

자료출처: IDR report(1999) 재구성

 

이러한 아홉 가지 요인들을 차분하게 현 실태에 대입해서 분석해 보면 보편적 시각에서 우리의 현주소를 점검해 볼 수 있고 한국 거버넌스운동의 발전을 위한 시민사회과제를 도출해 내는 데서도 일정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NGO들이 갖고 있는 두드러지는 취약점은 우선 공공영역에 비해 크게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재정기반의 취약성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 할 수 있고 이와 관련되어 직업적 안정성이 떨어지고 인력 공급과 재생산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위 표에서 분석한 시민사회 실패의 이유 아홉 가지 중 3)자원부족과 2)아마추어리즘과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그 취약점의 원인과 해결책이 반드시 NGO 내부적 책임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다음에 인용하는 연구의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2-5. 재정기반의 취약성

 

다음 표는 선진국 22개 국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유형별 NPO들에 대한 평균 총수입원의 구성을 나타내고 있다.

Types of NPOs

Government

Private Giving

(individual giving,

foundation, corporate )

Fees & charges

Average

 

Average %

Average %

Average %

Health

56.42

10.58

33.04

Education and Research

47.17

7.75

45.04

Social Service

47.08

16.83

36.00

Civic and Advocacy

39.04

21.13

39.92

(한국 NGO)

23.8

6.8

69.4

International Activities

37.73

36.09

26.14

Development and Housing

34.39

11.09

54.61

Environment

32.48

23.87

43.65

Culture and Recreation

21.46

13.13

65.17

Religious and Workship

17.56

55.17

27.22

Philanthopy

15.95

35.73

48.36

Professional and Union

6.42

5.13

88.46

Others

6.40

24.20

69.20

 

NPO에 대한 정부지원규모는 개별국가들의 경제발전 수준과 깊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우리의 상식과는 다르게 좀 더 부유한 국가일수록 민간후원금과 회비 비중이 높은 것이 아니라 NPO에 대한 정부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다. NPO 총수입원에서 정부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배적인 패턴은 유럽국가들에서 더 잘 나타났다. 비영리기관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은 정부의 보조금과 기금이다. 정부보조금이 평균 60% 이상을 차지한다.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여 시민사회 실패를 줄이고 비영리기관이 공공서비스를 실제적으로 수행하는 파트너십을 갖는다. 그렇게 함으로서 정부와 시민사회영역의 약점을 상쇄하고 각 영역의 강점을 최대한 확대한다. NPO 총수입원에서 회원회비와 서비스요금이 차지하는 비중과 개별국가의 경제발전 수준은 역()관계이다. 후진국일수록 회원회비가 총수입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한국의 경우에는 회원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9.4%로서 대단히 높은 편에 속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NGO 재원구조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아직까지 후진국형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 한국의 시민사회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체계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공모사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민사회역량강화에 직접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오기 어렵다. 외국의 경우에는 역량강화(capacity development)를 목적으로 한 재정지원이 주요한 영역으로 존재한다. 사업의 효과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시민사회조직의 역량강화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공모사업 중심으로 재정지원이 이루어지다 보니 사업이 지방정부의 선호도로 흐를 가능성이 높고, 일회성의 행사에 재정이 소모적으로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재정지원의 장기적 사회적 효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역량강화를 위한 재정지원체계를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주도로 이루어지는 재정지원방식(사업계획서제출 및 심사-실행-평가로 이루어지는 재정지원체계)NGO의 자율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 정부가 선호하는 사업방식으로 정부가 선호하는 사업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회계중심의 평가방식 역시 자유로운 사업운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업이 1년 단위로 수행되고 평가됨으로서 시민의 요구에 장기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일시적 사업을 단기간에 완성해야 해야 한다. 현재의 지원체계로는 정부의 선호도와 거리가 있는 NGO의 사업이 정부지원을 통해 장기적으로 수행되고 장기적 사회적 효과를 갖는 것이 불가능하다. 위에서 언급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기구를 구성하여 정부재정지원사업을 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2-6. 인력공급과 재생산의 한계

 

김동춘(2013)교수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NGO들이 활동가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낮은 임금, 열악한 근무조건, 비전의 부재, 낮은 인지도 순으로 그 이유를 선택했다. 현재 시민단체의 실태가 시민단체의 재생산을 위협할 만큼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단위:퍼센트)

<그림 1> 활동가 충원 어려움의 원인

경력이 쌓여도 월급이 거의 올라가지 않는 것은 운동이 삶의 전부가 아닌 88만원 세대 신입활동가에게는 절망적인 현실이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인 직장의 경우 처음에는 비정규직에 박봉이라도 경력이 쌓이면 어느 정도 그에 합당한 대우가 있는 반면, 시민활동가들의 경우 경력과 대우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시민단체의 재생산에 있어 중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단위:만원)

 

<그림 2> 경력별 월급

 

 

2-7. 중간지원기관 확산과 한계

 

시민사회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 나온 제도적 대안 중에 하나가 중간지원 기관이다. 중간지원조직(Intermediary)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라는 질문에 잘 정리하고 있는 대답으로 한국의 중간지원기관 도입에 많은 영향을 준 일본의 내각부가 정의한 것을 참고해 볼 수 있는데, “다원적 사회에 있어 공생과 협동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지역사회와 NPO의 변화와 요구를 파악하며, 인재자금정보 등의 제공자로서, 또한 NPO 간의 중계 또는 광의의 의미에서는 각종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을 코디네이터하는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중간지원조직의 역할로는 일반적으로 1) 연대와 네트워킹 2) 인적자원관리와 조직발전 지원 3) 재정지원 4) 연구와 정보수집 5) 정부, 기업과의 교량역할 등을 들 수 있다

중간지원기관은 앞에서 언급한 시민사회실패가 발생할 수 있는 요소들을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즉 보다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사회적 이슈를 다룰 수 있고, 아마추어리즘으로부터 다소 벗어날 수 있으며, 자원부족과 섹터적 협소한 이기주의를 넘어설 수 있다. 지원기관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시민사회의 필요에 부응하는 기술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개별 시민단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주민들의 필요에 적극 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우후죽순 격으로 중간지원기관의 설립과 운영지원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거버넌스 정책을 시도하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들에 의해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의 중간지원기관들은 그 기능이 포괄적이고 복합적이다. 특히 단지 중간지원기관으로서의 역할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사업영역, 즉 지역의 마을만들기, 사회적기업 등의 대안적 시민활동, 경제활동을 인큐베이트하고 주도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간지원기관들이 운영비와 사업비의 부족, 전문적 센터 활동가의 부족, 행정에서 요구하는 새로운 사업 위주의 운영 등으로 인해 고유의 중간지원기관으로서 역할보다는 사업기관으로서의 역할에 매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시민들에게는 행정의 대리자로 비쳐지는 경향도 심각하게 검토해 봐야 할 문제이고 중간지원기관 간의 사업의 중복이나 경쟁, 칸막이 현상 등도 과거 행정의 똑같은 문제점을 비판했던 자신을 돌이켜보면 역지사지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2-8. 제도화의 양면성

 

운동의 타당성이 증명되고 정책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면 제도화가 진전된다. 제도화는 보편화를 위한 필수적 과정이기도 하고 공적 자원을 동원하여 속도와 폭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넓히는 유력한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도화는 거꾸로, 깊게 본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머뭇거리게 하며 때로는 방향을 잃고 헤매게 만들기도 한다. 운동을 지속시켜 나가는 동력을 계속 확대재생산하지 못하고 기존의 인적 자원들이 제도권 안으로 흡수되면서 운동이 고사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공공정책을 실행하는 데 있어 법규와 제도를 정비하거나 새로 마련하고 실행과 평가의 실효성 있는 지침을 만드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법규나 예산지침, 이런 문제들은 실제 공무원들을 움직이는데 있어 현실적인 근거가 되고 그것이 잘 정비되어 있지 않으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평가기준을 어떤 내용으로 세우느냐 하는 문제는 거버넌스의 보편화를 위해 공무원들이 갖고 있는 역량이 어떤 방향으로 얼마만큼 쓰일 수 있게 만드느냐 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마을만들기와 같이 정부의 지원과 결합된 시민참여형의 거버넌스 실행사업을 하다보면 꼭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이 바로 지침과 평가기준을 시민들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그 지점에서 부딪히게 된다. 이것 때문에 마을만들기정신과 원칙이 훼손되고,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굴레가 되고 갈등을 불러오는 등 항상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것이 제도화의 양면성을 드러내주는 한 단면의 모습이다.

여기서 기준과 지침이 잘못되어서 그런 거 아닌가? 그것을 골라서 고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물론 고쳐야 할 낡은 관행과 기준도 있고 그것에 근거한 지침은 바꿔야 한다. 하지만 예를 들어 예산의 사용과 검사에 관한 기준과 같은 것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국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엄격히 해야 하고 잘못 쓰였을 때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이 행정의 영역에서 쓰일 때와 민간의 영역에서 쓰일 때 적용 원리와 기준을 그 특성에 맞게 달리 적용하고, 필요하다면 두 개의 각기 다른 원칙과 지침을 세우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서로 다른 영역을 억지로 통합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의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거버넌스의 원리와도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2-9. 시민사회 임파워먼트

제도화 부분은 이미 현실적으로 많이 진행되어왔고 제도화와 함께 새롭게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과 문제의식이 숙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와 다르게 제도 밖의 문제즉 시민사회의 성숙에 대한 과제는 시민사회 스스로가 놓치지 말고 깊이 생각해 보고 힘을 기울여야 할 영역이다.

초창기 거버넌스를 시민운동에 도입, 결합시키면서 연관 지어 고민했던 개념이 임파워먼트(empowerment)라는 개념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했을 때 자치권력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고 접근했던 기억이 있다. 이것은 외형적으로는 제도화와 관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 주민들에게 권한이 있어야 거버넌스를 하던, 협력을 하던 가능한 것 아닌가라는 것이고 권한의 위임과 분권,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화가 병행되어야 현실적 작동이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임파워먼트의 측면은 시민들 스스로가 자기 힘을 키울 수 있는 능력과 책임성에 관한 문제였다. 시민이 제대로 자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항상 권한과 책임이 같이 가야 하는데 한국사회에서는 그 동안 급속한 민주화 과정 속에서 권리의 주창중심으로만 해오다 보니 자기가 속해 있는 공동체 안에서의 책무를 다듬고 그것을 스스로 해나갈 수 있는 관계를 만들거나 그런 능력을 키우는 데 소홀하였다. 그런 측면에서 시민사회를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 라는 문제를 거버넌스에서는 다뤄야 한다. 오늘날에 와서는 시민사회가 거버넌스의 주체로서 자기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가? 이 질문에 올바로 답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책무성에 대해 반드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최근 지방정부의 거버넌스 정책에서 주목해야 할 변화지점 중에 하나는 시민사회의 행위주체로서 NGO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일반시민 또는 주민들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행정이 과거처럼 시민참여를 동원의 관점에서 관성적으로 바라보고 다루기 까다로운 NGO보다는 단기적인 참여성과를 과시하기 쉬운 일반 주민들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일부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시민사회 행위주체의 다양화와 확대라는 측면에서의 대응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이와 관련지어 NGO가 갖고 있는 사회적 공신력이 경향적으로 계속 하락해왔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국사회의 NGO들이 갖는 강한 가치지향성이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실사구시적인 문제접근을 등한시하는 경향을 낳을 수 있다. 또 진보적 정치지향성을 갖는 한국의 NGO는 몇 차례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민주주의의 제도적 정착으로 사회적인 존재감이 축소되었고 정파적 편향성으로 공격받으면서 공익성을 의심받게 되었다. 또 기존 공공영역의 종사자-공무원 등으로부터도 또 다른 경쟁자 내지는 권력의 대리자로 인식되면서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공익적 중재자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거버넌스 제도화의 진전과 NGO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공격은 사회적 신뢰성의 상대적 저하를 가져왔다. 특히 NGO가 공익성을 어느 만큼 담보할 수 있느냐하는 사회적 신뢰도는 거버넌스의 행위주체로서의 NGO의 사회적 인정과 거버넌스의 효과성을 좌우하는 중요 지표로 항상 스스로 성찰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지점이다.

 

 

2-10. 시민사회의 이중성, 그리고 사()와 공()의 중간다리로서의 공()

 

거버넌스 영역에서 일반주민들의 참여확대는, 주민들의 사적 이해관계가 어떻게 공공의 문제로 전환될 수 있을까?, 그 매개체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이론상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 실천상의 문제로 떠오르게 하였다. 이것은 제대로 된 자유주의적 기반과 경험이 부족한 한국현실에서, 공동체의 공익 원칙이 강조될 때 일정한 긴장관계가 발생하고 그것은 시민사회의 이중성-허위의식과 연결되면서 방향을 잃고 헤매게 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게 된다는 사정과 관련되어 있다.

한 예로 참여하는 시민에게 마일리지 또는 수당 형식의 인센티브를 주 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현장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 “돈 받는 시민과 돈 받지 않는 시민”. 마을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주민 출신 활동가, 조력자들을 일부 주민들은 돈 받는 시민이라고 비꼬아 부르기도 한다. 중간 지원 조직이 늘어나면서 적극적 활동층의 주민들 중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분들이 생기고 있다. 이런 역할을 일자리(?)로 규정해야 하나? 자원봉사자로 보아야 하나? 활동에 참여하는 일반 시민들과 이런 분들 사이의 관계가 협력하고 서로 고맙게 여기는 관계가 아니라 경쟁하고 갈등하는 관계로 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간에서 역할하는 이 분들에게 어찌 됐든-‘돈 받는이란 형용사를 붙였다 하더라도-‘시민이라는 정체성을 인정해 주는 것은 그나마 다행 아닌가? 아직도 많은 지역의 경우 그 분들을 단순히 공무원의 대리자, 행정의 연장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인식수준의 차이는 어디서 연유하는 것인가? 행정과 구분되는 민간의 독립적인 영역과 활동조건의 보장, 그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 것일까?

동료시민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존경받는 정치지도자인 토머스 제퍼슨, 링컨, 케네디 등의 연설문을 보면 동료시민 여러분(Fellow Citizens)”이라고 표현을 자주 쓰고 있다. ‘신민이나 국민이 아니라... 민주주의란 시민권에 기초를 둔 체제이고 동등한 시민권을 가진, 함께 시민사회를 운영해가는 동료로서 직업이 어떠하든 직책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서로를 대우하고 수평적인 동료의식(Fellowship)을 느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권위주의적 위계질서에 익숙한 우리 문화에서는 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과 민간의 주민들과의 사이에 위계를 설정하고 주민들 내에서도 행정의 대리자의 위치에 있는 시민과 그렇지 못한 일반 주민을 구분하여 순서를 정한다.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역으로 전도된 인식의 표현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한다. ‘주민은 유권자요 주인이고 공무원은 머슴이다’. 중간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은 돈 받고 그 댓가로 일하는 영혼 없는 마름일 뿐이다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공무원이라는 존재는 사회 유지와 발전을 위해 필요한 관료체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또 한편 민주주의 사회의 중요한 동료시민들이다. 그들에게도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그에 따르는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우리는 그들에게도 동료시민에 대한 시민적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누구나 정치와 행정에 참여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에서 출발한 고대 아테네의 예에서 보듯이 민주주의의 원리는 동료시민에 대한 책무와 권리의 인정에서 출발했다.

개인, 즉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 나아가는 프로세스에서 중간에 무엇이 있어야 부드럽게 연결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 동아시아의 전통적 사고체계 속에서는 두 가지를 이분법으로 갈라 사()는 공동체에 해로운, 숨겨야 할 어떤 것으로 치부하여 왔고, ()은 마땅히 해야 할 도리, 널리 드러내는 것으로 간주해 왔다. 근대화를 받아들인 이후에도 민주주의라는 가치는 마치 과거의 공()을 이해하고 내세웠던 것처럼 그렇게 개인의 이해관계하고는 분리되어 있는 당위나 명분으로 존재할 뿐이었다. 실제 자신의 생활 상 이해관계의 반영으로서의 공적 영역에의 참여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남 일인 듯 불평불만만 늘어놓거나 행위주체로서가 아니라 민원인으로서 요구나 청탁만 하게 되는 현상을 보게 된다. 공적 영영에 참여하는 행위자들-정치인이나 행정가들도 결국 명분 따로 실리 따로 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와 공() 사이의 이 넘을 수 없는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아니 어떻게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고리를 찾을 수 있을까? 마을만들기, 공동체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실천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찾은 해답이 바로 더불어 함께할 공()이었다. 시작은 개인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되었지만 더불어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그것이 공()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경험하게 되며, 나아가 더불어 함께 공적 영역을 만들고 책임지는(公共主體) 단계로 발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가 주로 활동하는 무대인 생활세계(生活世界)와 공()이 위세를 떨치는 제도세계(制度世界)의 분열 및 괴리 상황을 근본적으로 수정하기 위한 토대로써 공공세계(公共世界)’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공공(公共)하는 철학의 발신자로 한국과 일본 철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김태창 선생의 활사개공(活私開公)의 개념을 접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활사개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래 억압하고 다스려야 할 대상으로 간주되었던 를 살리는 것, 활사(活私)’이다. 활사는 소멸의 대상이었던 사()에서 살림의 대상으로서의 사로 발상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다음으로 활사는 타자의 사를 살리는 것을 의미한다. 타자의 사를 죽이는 것은 결국 자기의 사를 죽이는 것으로 이어지고, 타자의 사를 살리는 것은 그대로 자기의 사를 살리는 데로 연동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과 사 사이의 대화(對話), 공동(共働), 개신(開新)을 통해 궁극적으로 공()의 구조개혁 즉 개공(開公)’을 하자는 것이 바로 공공하는 철학이 추구하는 활사개공의 올바른 의미이다. 이렇게 새로운 차원으로 열리는 공(開公)을 공공하는 철학에서는 공공(公共)’이라고 말한다.

 

 

3-1. 지방분권과 거버넌스

 

지방분권과 민선자치의 확대는 풀뿌리NGO의 활성화를 가져오는 토양이 되었고, 근래 보다 강도 높고 실질적인 거버넌스가 시도되고 있는 것은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다. 2010년 민선 5기에서 몇 몇 지방자치단체 경영에서 거버넌스의 사례들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더니 2014년 민선 6기에 와서는 여기저기서 큰 폭으로 확장되고 심화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과거 당연시 여겨졌던 고도성장의 시대를 마감하였고 저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존 중앙집권적 성장전략은 이미 한계에 봉착하였다. 지방분권과 자치를 통해 형성되는 지역의 자율성과 창의성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6, 그 동안 행정사무의 이양과 분권을 위한 작업이 계속 제기되고 시도되어 왔지만 분권체감도는 아직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중요한 지역문제는 여전히 중앙정부에 의해 결정되고 세부사무를 지방에 이양하는 행정적 분권만 이루어졌지, 결정 및 책임을 강조하는정치적 분권은 너무 미흡하다.

우리나라 지방분권에 대한 발상을 전환하여 행정권 뿐 아니라 입법권 및 사법권, 재정권을 지방정부에 부여하여 지역의 자기 책임성을 강화하고 동시에 정책개발의 전문성 강화로 새로운 사회발전의 견인차가 되도록 해야 한다. 정보사회와 세계화는 지역의 창의적 발상을 요구하며, 국경을 넘는 지역 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지역경쟁력을 통한 세계경쟁력 확보를 위하여 정책결정권인 입법권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개헌은 필수적이다. 이번 대선과정을 거치면서 2018년 지방선거를 전후하여 자치분권을 핵심내용의 하나로 포함시키는 새로운 헌법으로 개정하는 것을 대통령과 각 정치세력이 약속하였으며, 그것은 이미 국민적 합의사항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국민의 여망을 안고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 공약을 살펴보면 1) 중앙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지방의 자치역량 강화 등 지방분권 실현 2) 지방의 재정자립이 실현될 수 있도록 강력한 재정분권 추진 3) 주민참여 확대로 자치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 이 세 가지를 골간으로 하고 있다. 형식적 지방분권을 넘어 실질적 내용을 채울 수 있는 재정분권과 주민자치를 포함하고 있어 그대로만 실현되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자치분권 추진에 있어서 중앙권력의 권한배분과 위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 또 다른 과두제 권력의 변신과 자리보전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동네분권, 주민자치가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그것은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권력구조의 개편을 위한 개헌이 반드시 선거구제도나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같은 표심을 정확히 반영하고 부당한 권력배분과 독점을 방지할 수 있는 정치개혁과 함께 가야만 의미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더 나아가 서로 간 이권 빼앗기, 자리차지하기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상대방의 장점을 살려서 함께 일하기, 곧 거버넌스 문화와 시스템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3-2. 협치(協治), 그리고 정명(正名)의 길

 

국정관리방식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거버넌스를 볼 때 최근의 공적가치관리이론에 따르면 좋은 정부는 좋은 시민 없이는 불가능하다’. 즉 자치능력을 가진 능동적 주민 혹은 비판적 시민(critical citizens)이 좋은 정부를 만드는 필수 요소라는 것이다. ‘공적가치관리이론에서는 공적 가치를 정의하는 주체로서 시민들의 역량강화와 숙의(熟議)를 강조하고, 촉진자 그리고 협력자로서의 관료들의 역할을 강조한다. 시민들을 단순히 공공서비스를 소비하는 고객으로 치부하지 않고, 공적 가치를 정의하는 주체로서 시민들을 간주한다. 따라서 시민들의 역량강화와 이들과의 숙의는 거버넌스를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 된다. 이 같은 관점에서는 기존의 대의민주주의가 한계가 있다고 보고 직접민주주의 혹은 숙의민주주의를 통해 대의민주주의가 가진 대표의 간접성, 쌍방향 소통부족, 엘리트주의 등을 보완하고 수정한다라고 말한다.

시민사회 친화적인 새 정부의 출범,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정치권의 적극적 의지, 이러한 분위기는 자치분권과 거버넌스 시대로 나아가는 희망의 꽃이 활짝 피지 않을까하는 적지 않은 기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때, 지난 10여년 간 쌓여 온 거버넌스 실천의 경험들은 소중한 자산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많은 좌충우돌과 실험들은 부딪혀 보지 않았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몸으로 체득한 살아있는 정보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실천들은 정부 리더십의 성향과 의지에 따라 부침이 심했다. 시스템과 문화로서 거버넌스가 정착되었다기 보다는 집권자의 의지와 역량에 의존하는 위로부터의 개혁정책의 산물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시민들은 아직 정부정책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갖지 못하고 있으며 시민사회에 이를 안내하고 도와 줄 중간결사체가 충분히 조직되어 있지 못하다. 현재 지방정부들은 주민참여예산제와 같은 다양한 주민참여제도를 매개로 주민 참여형 자치모델을 실험하고 확대해 보려고 시도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합당한 민간파트너가 준비되어 있는가 하는 점은 따져보아야 할 지점이다.

여기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제까지의 거버넌스는 포기할 줄 모르는 관()우위성또 하나의 사업으로 상징되는 한계를 보여 왔다. 과도한 자원배분권한의 독점포기와 장기적 안목을 갖는 사회적 자본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국제비교연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 거버넌스에서 결정적으로 부족한 것은 시민사회 능력이다. 특히 공동체적 지향성을 가지고 사회적 관계망에 참여하는 시민능력민주시민으로서의 책무성을 높여야 한다.

행위주체인 NGO의 자질과 태도는 중요하다.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을 이끌어 온 민주화운동세대-이른바 *86세대는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정부운영의 핵심 행위자로 부각되고 있지만 시민사회의 사정을 어떠한가? 사람은-사회의 세대집단은 쉽게 대체되는 것이 아니다. 대체제를 찾을 수 없다면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살려서 써먹어야 한다. 과거의 경험이 훈장이나 기득권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면서, 헌신과 열정, 소명의식 등의 장점이 지속적 혁신을 위한 미션으로 숙명처럼 받아 안고 갈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물론 실사구시(實事求是)적 선비정신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시민사회 역량강화를 위해 자원부족과 아마추어리즘 극복을 위한 여건마련은 필수조건이고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투자가 따라주어야 하지만, 시민사회 스스로도 국가와의 관계에 있어 대립, 혹은 결탁과 같은 양 극단을 벗어나고 사회적 정의책임에 대한 균형감을 몸에 익혀야 한다. 또 시민사회운영의 경제적 측면에도 주목하여 창의와 도전, 합리성과 같은 비즈니스 마인드를 구현해야 하며 사회적 경제의 결합에 있어서도 특혜에의 의존이 아닌 협동의 힘, 호혜성의 본질이 녹아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개척하여야 한다.

정부의 민간지원은 사업 위주가 아니라 역량강화를 위한 별도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재정지원 체계를 갖춰나가야 하며 가급적이면 독립된 제3의 재단과 지원기구가 운영될 수 있도록 사심 없이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중간지원기관은 자기목적사업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제도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행정과 시민사회 영역에서 각기 다른 두 개의 원리와 기준이 공존하는 것을 용인해야 한다. ‘대체(代替)’가 아니라 공존(共存)’이다. ‘통합(統合)’이 아니라 융합(融合)’이고 통섭(統攝)’이다. 그것이 거버넌스 정신과 원리에 부합한다.

시민사회의 임파워먼트-자치권력의 강화는 한편으로 분권과 위임에 따른 제도화를 필수조건으로 하고 다른 한편으로 시민사회 내부의 자치력 향상과 책임성 강화를 충분조건으로 한다. NGO를 넘어선 주민의 등장은 행위주체의 다양화와 확대라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시민성은 외부로부터 교양되는 것이 아니다. 다양성의 존중과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 수평적 시민문화에 대한 훈련에 더욱 많은 자원이 투자되어야 한다. 또 사적 이해관계와 공공의 가치 실현을 서로 모순되거나 침해하는 것으로 바라보지 않는 훈련이 계속되어야 한다. 적절한 매개로서 더불어 함께 해보는() 경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습과 실천의 변증법을 통해 암묵지를 넓혀가고 집단지성의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 시민자산화가 촉진되고 공유공간의 활용을 통해 공공(公共)의 경험치를 넓혀가고 신뢰에 기반한 사회적자본이 끊임없이 쌓여가는 것을 서로 확인할 수 있다면, 비록 입에 표주박을 물고 있다 하더라도 날로 쌓여가는 그것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지 않겠는가?

우리 시대 협치(協治)와 정명(正名)은 시대정신이다. 거버넌스는 단순히 협력하여 통치한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자기 손에 쥔 것을 내려놓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나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내어 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당당해야 한다. 자유로워야 한다. 나만 옳다는 아집과 편가름에서 벗어나 실생활에 부합하고 진짜 바른 것이 무엇인가를 더불어 함께 끊임없이 찾아가는 연찬(硏鑽)이 필요하다. 그것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바라보고 자기 이름에 걸맞게 바로 세우는 것에서 출발한다. 행정은 행정답게, 시민은 시민답게, 또 정치는 정치답게, 경제는 경제답게... 모두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성찰하고 바로 세우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서 손잡고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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