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5일 화요일

마을기자인터뷰(2019.5.)

박홍순 자치협력관님(강남구청 주민자치과)을 소개합니다~ 
 (강근정) (2019_05_31) 


 한 달에 한번 모이는 독서모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편하게 뵈었던 분을 강남구청 1층에서 우연히 만났다. 바로 얼마전까지 커뮤니티 공감 허브에서 이사를 맡고 계셨던 박홍순 선생님, 강남구 여성정책과 담당자와의 회의가 있었던 중이라 간단히 인사만 나누었는데, 강남구청에서 4월부터 일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한번 놀러오라고 하셨다. 
 매달 서울시 주민자치관련 학습모임을 한다. 다른 자치구 활동가 분에게서 주민자치의 원조라 불리실 만한 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고 마침 궁금했던 참이었다. 5월 19일 독서모임에서 뵙고는 바로 인터뷰 약속을 받았다. 마을공동체, 찾·동사업, 주민자치회 등 요즘 강남구의 새로운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어서 이야기들을 듣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다. 
5월 21일 오전 10시 강남구청 주민자치과에서 만났다. 


강 : 축하드립니다~^^ 

박 : 뭐 축하까지야...^^ 어쨌든 고맙습니다. 무엇보다 집하고 가까운 곳에서 일하게 된 점이... 출퇴근이 좋아진 것이 개인적으로 행복해요. 20분이면 걸어올 수 있고, 자전거 타면 10분? 전 직장에서는 1시간 40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했었으니까... 많이 지쳤어요. 삶의 질이 업그레이드된다고나 할까? 아침에 일어나면 운동삼아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거든요. 한강의 아름다움을 뒤늦게 발견했어요. 소확행이죠. 요즘엔 저녁시간에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삶의 질이 높아졌죠. 다른 것보다 그걸 축하받고 싶네요. 생활 속의 작은 여유를 누리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구요. (인터뷰 도중에 강남구청 주민자치과 우정수 과장님과도 인사를 했습니다^^) 

강 : 마을공동체라는 팻말이 보이는데 어떤 일들을 하시나요?  

박 : 우리과에는 4개의 팀이 있어요. 마을공동체팀은 마을공동체활성화를 돕고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을 총괄하고 있고 주민 협력팀은 자원봉사와 지역 사회단체들을 지원하고 주민자치위원회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요, 시설관리팀이나 자치행정팀도 주민자치와 연관이 있어서 서로 협력해서 일을 하고 있죠. 행정조직은 대개 업무가 분절화, 전문화 되어 있는데 부서를 넘어서서 협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제가 관심갖고 있는 일은 민·관이 협력하는 문화, 거버넌스(협치)라고 하는 부분이에요. 민이 가지고 있는 창의성과 자율성을 우리 지역사회의 문제를 푸는 데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가 요체인데, 강남구에서는 긍정적인 경험이 아직 적어서 행정 내부적 동기에 의해서 추진하는 경우가 드물죠. 

 강 :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쌓이는 과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이니까요. 다른 자치구에서도 잘 되는 곳일수록 이전에 보이지 않는 수고와 노력이 누적되어서 나타나는 일이고요. 이런 노력이 쌓이는 동안 구민이나 공무원들의 지속성과 장기성을 담보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고민이네요. 

 박 : 시스템화 하는 것이 지속성과 장기성을 담보하는 방법 중 하나인데, 시스템은 경직되기 쉬워서 잘못하면 또 다른 굴레가 될 수도 있죠. 같이 가야할거 같아요. 문화, 개인의 의식과 훈련을 통한 습(習)이 시스템과 함께 맞물려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죠. 

 강 : 협업, 협치라는 것이 거의 예술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거 같아요. 행정 담당자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것이 민에서 일을 추진하는 동력이 떨어지게 되는 어려움이 있구요.

 박 : 익숙해질만 하면 순환보직으로 행정이 바뀌니까 어려움이 있죠. 그동안 행정의 보편화된 시스템은 표준화된 매뉴얼을 통해 컨베이어벨트의 흐름에 맞춰 일하는 식으로 자신의 역할을 하는 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죠. 물이 고이면 썩을 것을 우려해 순환보직 방식으로 주기적으로 역할을 바꿔 일하게 했어요. 
 지금 시대의 새로운 요구인 거버넌스 행정에서는 그같은 방식은 낡은 방식이고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거 같아요. 특히 마을공동체나 민관협력 관련 분야의 행정은 더더욱 그렇죠. 시스템이 변화해야 하는 시점에 있는 거 같아요. 우리나라에 주민자치센터 정책이 시작된 게 1999년도이고 저도 관심을 가지고 2000년경부터 10여년 동안 관련 활동을 했는데, 협력파트너였던 당시 행정자치부 담당부서 자치제도과 과장이 4-5번은 바뀐 것 같아요. 그때마다 다시 설명하고 또 시작해야 하니까 을의 처지에 서는 민의 입장이 참 어렵다는 것을 많이 느낄 수 있었죠.
반대로 순천시에서는 마을만들기, 주민자치 담당자가 7-8년을 쭉 계속해서 일하면서 많은 성과를 낸 경우가 있었어요. 담당공무원이 스스로 원하고 임명권자가 인정하고 동의하면서 장점을 발휘하도록 보장을 해주니까 가능했었던 일이었죠. 이와 같은 사례를 행자부에서 벤치마킹해서 제도화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한 마인드가 없는 사람이 이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도 생겼죠. 결국 사람의 의식과 제도 운영이 함께 가야 하는 것이죠.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꾸준하게 쌓아가는 것이 민관협력 영역에서 중요한 거 같아요. 목표는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상대방을 이해하면서 길을 함께 찾아가는 파트너십을 구현하는 것인데... 현실에서는 쉽지 않죠.

 강 : 이전에 경험하고 고민하셨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나누어 주셨네요. 강남구에서 근무하신지 한달 남짓이신 것 같은데 이제 지금 현재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현재 담당하는 일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해 주신다면? 

 박 : 명칭이 자치협력관이에요. 주민자치, 민관협력과 관련된 분야가 주로 제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다른 자치구는 이미 활성화 되어 있는분야이지만 강남구는 민선7기 들어서면서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지원사업들과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들이 거의 동시에 왕성하게 시작되고 있죠. 행정과 주민들이 만나는 일선 현장을 변화시키는 일이에요. 조금 더 나아가면 서울시가 2기 마을정책인 ‘마을에서 자치로’ 서울형 주민자치회를 추진하고 있는데, 강남구에서도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의 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을, 찾·동, 주민자치가 현재 저의 주요 업무 영역입니다.
 민관협력분야는 서울시정책으로 본다면 협치(거버넌스)정책인데, 아직 강남구에서는 협치를 공식적인 정책 개념으로 수용해서 구체화 시키지는 않은 단계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흐름으로 볼 때, 서울시 방침이나, 강남구의 수준 높은 시민의식에 비춰서 필연적으로 협력사업이 중요한 구정의 요소가 될 것입니다. 지금 시작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 기존에 있었던 제도지만 취지에 맞게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었던 부분을 잘 작동시키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조례개정이 되어서 주민참여예산 위원들을 확대구성하고, 동차원의 주민참여예산도 현실화 시키는 일정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환경, 여성, 복지 등 분야별로 관계된 이해관계자들,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 즉, 시민사회가 행정의 정책 결정이나 집행과정 속에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보거든요. 지금은 대체적으로 정책자문의 형식으로 외부 전문가를 주로 모셔서 진행하고 있는데요, 민선7기 출범 이후 ‘뉴디자인 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구정방침과 집행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더 진전되기 위해서는 협치의 차원에서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많은 시민들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실행의 동력을 얻으려면 직접적으로 예산이 중요한 문제가 되니까 시민들의 숙의민주주의, 서울시로 치면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조례가 만들어지고 구성이 될 예정인데, 강남구의 실정과 강남구민의 요구에 맞추어서 민과 관이 협력해서 지역사회의 문제를 같이 해결해나갈 수 있는 문화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기적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서 행정 그리고 지역시민사회와 같이 어떻게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까 하는 것이 요즘 제가 고민하고 있는 일입니다.

 강 : 사회제도나 일의 진행방식이 이전과 다르게 행정이 주민이나 시민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시민이 참여하기 위한 자발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과 사업이 진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경험과 각성의 정도는 낮은데, 실제 서울시의 사업담당자가 기대하는 주민의 자발성 정도는 매우 높아서 그 차이(갭)가 매우 크다고 느껴집니다. 이 갭을 메꾸는 중간 디딤돌에 대한 고민이 있으시다면?

 박 : 그게 계속 저의 고민이에요. 민관협력과 관련해서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해온 게 15년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지금도 그 부분에 대해 명확한 해답이 있거나 풀지 못하고 있는 계속적인 고민 지점이에요. 처음에는 시민사회의 역량과 행정과의 힘의 불균형에서 빚어지는 문제가 크다고 생각했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그런 부분이 있구요. 시민사회의 역량과 준비정도가 성장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그 문제를 해결하는 장기적인 방향이겠죠. 
 디테일하게 보면 중간지원기관의 설립과 운영이 주요한 정책대안이었죠. 제가 중간지원기관을 관련 맺고 일을 한 지도 벌써 7,8년은 넘은 것 같은데요, 그 역할이 행정이 가지고 있는 자원, 정보, 정책들이 시민사회를 활성화하고 키우는 데로 귀결되도록 돕는 데 있도록 기대했고 노력해왔죠. 하지만 실제 현실은 시민사회의 역량을 키우는데 긍정적으로만 작용해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주민들을 조직하고 동원하는 방향으로 전락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어요. 공모사업을 통해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 낸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시민의 자발성과 재생산구조, 회복력으로 연결되고 있을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고 고민을 함께 해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봐요. 이런 부분의 고민은 상당한 정도 공유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자치구별로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행정과정에서의 시민참여는 당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아요. 시민사회도 처한 상황과 관계망의 발전정도가 달라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려움이 있어요. 상황이 다양한 거 같아요. 이럴 때에는 다양성의 존중이 오히려 해답이 아닐까?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책임성 하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관주도, 민주도, 중간지원조직이 주도하는 여러 가지 시도와 실험의 상호작용을 통해 좋은 방법들을 수렴해나가는 단계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강 : 하고 계신 일과 관련해서 강남구 구민에게 알려드리고 싶으신 정보가 있다면?  

 박 : 우선은 하는 일과 관련해서 ‘안녕하세요? 내가먼저’ 캠페인을 시작했고, 찾·동과 관련해서 동주민센터 시설개선이 착수되고 있고, 주민참여예산 위원을 확대 모집하고 있고,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이 진행될 예정이고... 강남구는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 동안 서울시와 다른 자치구에서 6~7년에 걸쳐 이루어왔던 일들을 동시에 시작하고 있어서 혼란스러울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기회일수도 있고요. ‘타산지석’과 ‘패스트 트랙’의 잇점을 살리자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데요... 우선은 과거와 달리 주민참여예산을 확대해서 위원 모집하고 공개모집으로 추첨하는 방식이에요. 구단위는 60명을 모집하고 이어서 동별로는 10명씩 구성이 될 거에요.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셨으면 좋겠어요.
 주민자치회도 시범사업이 곧 들어갈텐데... 1년 내지 2년에 걸쳐 몇 개의 동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그 결과를 참고하여 강남에 맞게 전체 동으로 확산하는 방식을 기본 프로세스로 고민하고 있어요. 주민자치회 구성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면 좋겠고 특히 시범사업을 하는 동에서는 의욕적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이 참여하셔서 시범모델을 잘 만들어서 다른 동들이 잘 따라갈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강남구는 마을계획단계가 없이 축약해서 진행되요. 시범단계 안에서 자치회가 구성되면 그분들의 활동을 통해서 의제들을 정하고 주민자치계획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맞물려서 운영될 거예요. 
 주민자치회를 구성해서 운영하는 것 이외에 시민사회의 기반이 튼튼하고 풍부해지는 것, 시민들의 커뮤니티활동들, 동아리, 소모임 등이 많아지고 활성화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을생태계라고 표현되는 이러한 것들이 풍부해야 주민자치의 기반이 되고 이러한 것들이 풍부할 때 주민자치가 건강할 수 있다. 이런 작은 모임들을 촉진시킬 수 있는 구의 정책이나 사업을 고민하고 있어요.

 강: 지금 진행되고 있는 강남구의 관련 사업을 조금 자세하게 소개해 주신다면요?

 박: ‘안녕하세요? 내가먼저’ 캠페인인데요. 우리 강남구는 아파트가 주된 주거공간이고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강한데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신뢰와 소통의 계기를 만들어 보자라는 측면에서 이 캠페인이 시작되었어요. 아래웃집 문고리에다 걸어서 짧은 글로 가볍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것도 있고요.스티커로 되어 있어서 재활용봉투에 붙일 수 있도록 된 것도 있어요, 
공감토론대화방법도 보급할려고 해요. 수평형 토론방식이라고 말하는데 찬반을 나누어서 서로 대립하는 토론이 아니라 돌아가면서 모든 사람이 이야기 할 수 있게 하고 상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듣도록 훈련을 하는 토론의 방식을 많이 보급하고 경험하시게 하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이런 구체적 방법을 보급해서 여러 가지 모임이나 의사결정과정에서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구요.
 찾·동사업의 전체적인 방향을 구정 슬로건인 ‘품격강남’의 구현을 위한 구체적인 시민문화를 만드는데 기여하도록 정돈하고 있어요, 중심 키워드로 ‘서로 돌봄(커뮤니티 케어)’. 받기만을 원하는 수동적인 시민이 아니라 이웃에 관심을 가지고 서로 돌보는 진취적인 시민문화를 만들자. 이것을 중심에 두고 4개의 키워드, ‘배려’(안녕하세요 캠페인 등). ‘공감’(공감토론을 보급하는 것 등), ‘나눔’(자원봉사 캠프 등). ‘힐링’(독서, 생활문화동아리 등). 이렇게 키워드를 중심으로 사업들을 전개해가고 있어요.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야 강남의 품격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마을은 있는 것을 잇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여러 분야의 다양한 시민모임들을 찾아 서로 연결해가려구요. 중간지원조직들 간의 잇기도 요즘 시작하고 있어요. 실제적인 협력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분야별로 관련된 분들이 모임을 하면 좋을거 같아요. 공동의 지점을 확인하면서 함께하는 것이 의미 있는 작업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강 : 마지막으로 못 다하신 이야기가 있다면? 개인적인 측면이라든가...

 박 : 처음에 생활 속에서의 작은 변화가 내게 가져다준 행복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요, 이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더 많은 행복을 느껴보려고 해요. 제가 사실은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이에요. 사람 사귀는 것을 잘하거나 즐겨하지는 않는데, 청소년시절부터 지금까지 사회와 관련된 일을 해왔기에 겉으로는 사람관계를 맺는 일을 많이 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내성적인 천성을 숨기기는 어려워요.
 작년부터 한 달에 한번씩 꾸준히 만나온 동네독서모임이 저한테는 힐링이었고 작은 행복이었어요. 강남 사람들 참 좋은 사람들 많아요.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의 행복을 더 많이 찾고자 노력하려고 해요. 좋은 사람들에게서 기를 좀 팍팍 받고 싶고, 그렇게 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싶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서로 더 많이 만났으면 좋겠어요. 욕심내지 않고 일하면서 좋은 에너지를 사람들에게서 받고 싶어요.

 오랜 활동에서 오는 고민을 충실하게 녹여내고 만나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담아 상대를 대하는 느낌을 받았다. 내성적이지만 여전히 사람과 함께 하면서 행복하고 싶다는 박홍순 선생님의 바램이 품격 있는 강남구 구민들이 원하는 살고 싶은 강남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두 시간이 넘는 인터뷰에도 성실히 답해주시고 따뜻한 점심까지 대접해 주신 박홍순 선생님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진행되는 강남구의 사업이 기대된다.

안녕하세요 내가 먼저 캠페인 선언문(2019.5)

인사하는 당신이 따뜻한 강남을 만듭니다. 
‘안녕하세요? 내가먼저’ 캠페인 실천 선언문 


 풍요와 번영의 땅 강남! 우리는 이대로 행복한가? 우리는 끊어진 관계, 외로운 개인, 위험한 세상에 아무런 안전망 없이 내던져져 각자도생의 차가운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직면한 문제들을 좋은 이웃들과 서로 도와 함께 해결해가는 따뜻한 사회이다. 그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 갖고 있는 선의와 열망과 재능들이 연결되면 해결될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은 아미 있는 것을 서로 잇는 일이다. 다만 그 시작은 사람들이 말을 건네는 용기를 갖게 하는 것이다. 수줍은 사람들이 얼굴을 마주보고 미소를 띠며 인사하는 것에서 첫걸음이 시작된다. “이웃과 서로 인사해요! 내가 먼저 다가가요!” 기분 좋은 변화가 강남에서 시작된다. 
 “안녕하세요? 내가먼저” 캠페인은, 서로를 배려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캠페인이다. 이웃 간 관심과 관계를 맺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안부를 묻는 데서 출발하지만 소통하고 공감하는 새로운 강남의 시민문화를 만들고 우리 사회를 안심하는 관계, 안전한 선진사회로 만들어가는 든든한 초석이 될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우리 모두는 내 자신과, 이웃과 우리 사회를 향해 진지하고 묻고 생활 속의 실천을 약속하며 다음과 같이 굳게 다짐한다. 
 하나, 우리 사회가 ‘안부 묻는 사회’로 되도록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고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은 없는 지 항상 관심 갖는 생활을 습관화한다. 
 하나, 우리 사회를 ‘안전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 먹거리, 환경과 교통, 재난과 사고, 폭력 등 위험한 문제는 없는지 동네와 이웃을 항상 살핀다. 
 하나, 우리 사회를 서로 믿고 배려하며 ‘안심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 사회적 약자와 인권의 보호, 지역생활환경의 개선, 몸건강과 마음건강끼지 함께 돌본다. 

 2019 5. 18. 
 강남구 『안녕하세요! 내가 먼저』 캠페인 발대식 참석자 일동

은평시민회 20주년을 축하드리는 글

 * 이 글은 은평시민회로부터 20주년 기념자료집에 실릴 축사를 부탁받고 쓴 글이다.


 연락을 받고 오랜만에 은평시민회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거기 보고 싶은 얼굴들이 환한 얼굴로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여전히 활기차고 사이좋은 이웃과도 같은 회원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미술활동모임, 걷기모임, 팟캐스트모임, 같이놀자모임 등 다양한 회원모임들의 자치활동이 활발한 것을 보니 역시 은평시민회는 회원들의 삶 속에서 지역을 연결하는 참 따뜻한 조직이구나 하는 뿌듯함이 마음에서 느껴졌습니다. 
 벌써 2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초창기의 갈곡리공원 어린이놀이터활동은 이제 주민참여형 마을만들기의 대표적 모델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공부재료가 되었습니다. 해뜨는집 집수리자원봉사활동, 청소년자치활동지원 등 은평시민회는 하는 일마다 보람과 뜻이 있고 지역사회에 큰 도움이 되었던 자랑스런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 활동과정에서 수많은 지역사회의 인재들을 배출하였습니다. 시민회활동 속에 많은 사람들이 성장하였습니다. 그것이 열린사회 시민회의 참된 가치이기도 합니다. 또한 지역사회에서의 연대와 협력을 위해 헌신해왔습니다. 오늘 은평구가 자치와 협력의 대표적인 지자체로 성장하고 부러움을 사는 데는 은평시민회의 헌신과 기여가 다 튼튼한 기초가 되어왔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지난 20여년 간 참여해주신 수많은 회원들의 덕분이고 자랑이고 행복입니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고맙습니다. “연결된 시민의 힘으로 모두가 존중받는 세상을 꿈꾼다.” 이것이 열린사회은평시민회가 추구하고 이루고자 하는 꿈입니다. 20주년을 계기로 더욱 정진하시여 그 꿈을 실현하시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박홍순 


풀뿌리운동론(2013.9.)

* 이글은 계간 민주 2013년 가을호(9),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발간.에 게제된 글이다. 


 풀뿌리운동론

 

1. 풀뿌리운동의 의미

 

최근 마을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면서 시민운동에 관계된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도 '마을", 또는 '공동체'라는 말을 입에 올리게 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었다. 또 지방자치단체들은 물론이고 중앙정부조차도 국토부, 안행부, 농림부, 문화부 등 관련 부처마다 경쟁적으로 마을만들기 지원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마을공동체 지원정책을 시정의 우선순위에 배치하면서 지역공동체활성화와 관련된 시민들의 활동모습들이 크게 주목받게 되고 다른 지방자치단체로도 확산되고 있다. 동네카페, 공동육아, 작은도서관, 도시텃밭, 나눔장터, 마을기업, 마을미디어, 마을잔치 등등 동네에서 이루어지는 주민들의 다양한 활동들이 마을공동체사업이란 이름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들은 2천년대 들어와서 시민운동의 큰 흐름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풀뿌리운동의 활동내용 바로 그것에 다름아닌 것이다.

풀뿌리(grassroots)’라는 용어는 민초(民草)의 순우리말 표현으로 볼 수 있는데, 한국의 민주주의운동 과정에서는 풀뿌리를 특별히 권력을 지니지 않은 일반 대중을 의미하는 용어로 많이 사용하였다. 여기에 사회를 변화시켜가는 과정을 뜻하는 사회운동의 운동'이 합쳐져서 풀뿌리운동이란 말이 쓰여왔다. 90년대 한국사회에서는 경실련,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으로 대표되는 시민단체(NGO)들에 의해 주도되는 시민운동이 사회적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였다. 이들 (NGO)시민운동은 정치의 민주화와 함께 인권, 양성평등, 환경, 경제정의 등 사회의 민주화를 위한 여러 이슈들을 제기하고 변화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하지만 2000년 총선연대의 활동을 정점으로 이러한 시민운동은 점차 퇴조하게 되었고 대신에 풀뿌리운동이 시민운동에서도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여기에는 90년대 시민운동이 갖는 일정한 한계에 대한 반성과 극복의 움직임이 작용하였다. 그 한계는 90년대 시민운동이 사회구조(법과 제도, 정책)의 개혁을 주요 내용으로 세상을 진단하고 논평하는 방식의 하향식 방법으로 활동하였으며 활동의 주체도 시민 자신이 주인이 되지 못하고 시민단체(NGO))가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풀뿌리운동은 사람과 생활()을 활동의 내용으로 하면서 시민 자신이 원하는 일을 자신이 좋아서 하는 상향식 방법으로 시민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전개하는 운동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평가의 강조점도 언론의 관심과 잇슈화, 법제도의 변화와 같은 가시적 성과를 위주로 보는 데서 사람들의 관계변화, 만족도 등 과정을 중심으로 보는 것으로 옮겨가게 된다. 무엇보다도 중앙 중심의 운동이 갖는 문제에 대한 반성이 지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2. 풀뿌리운동과 지역운동

 

이 지역에 대한 관심, ‘지역성(locality)’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풀뿌리운동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운동의 주된 흐름이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간 것은 불과 10여년이 채 안된 일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회운동의 역사적 흐름에서 볼 때,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운동이 제기된 시기는 1990년대 초반부터라고 할 수 있다. 876월 항쟁은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직선제를 쟁취함으로써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큰 물줄기를 만들어 놓았고, 비로소 민주화라는 전국적 공감대를 갖는 이슈를 대신해서 생활 상의 이슈가 지역사회에서 사회운동의 이슈로서 작동될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난 것이다. 지역사회는 주민들이 사회의 여러 부조리한 문제들을 생활상의 경험을 통해 느끼고 이의 개선을 위한 실천에 용이하게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고 그를 통해 참여자들의 자치 의식이 고양될 수 있다고 보았기에 사회운동세력들은 일찍부터 지역사회를 주목하였다.

이 시기에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게 된 것도 지역사회의 사회운동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객관적 배경이 되었다. 지방자치제도의 부활은 6월항쟁의 직접적 성과물이기도 한데 5.16 이후 중단되었던 지방자치제가 91년에는 지방의회 선거만, 95년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까지 포함하여 부활하게 된다. 그동안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사회운동은 지역운동, 주민운동, 농민운동 등 다양한 이름으로 다른 분야의 운동과 중첩된 모습으로 전개되어 왔다. 운동의 경험이 쌓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풀뿌리운동이란 용어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사회운동을 지칭하는 용어로 되었는데, 전체 사회운동에서 제도화된 정치영역으로 진출하는 부분을 제외한 영역을 시민운동으로 통칭하게 되는 시기가 되면서 지역사회에서의 시민운동을 풀뿌리 시민운동으로 부르게 되었다.

물론 지역사회에서의 시민운동도 다향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크게 두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지역주민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역할로 주로 당면한 이슈를 제기하여 지방정부나 기업을 비판, 견제하는 운동의 형태를 띠게 된다. 또 하나는 지역주민들이 직접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공동체를 형성, 발전시키게끔 촉진하는 역할로 이 경우에는 이슈의 해결 그 자체보다는 주민들의 참여와 조직화, 그리고 의식의 변화과정을 보다 중시하게 된다.

전자는 활동지역만 지역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앞서 얘기한 90년대 (NGO)시민운동의 역할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 역할은 단기간의 효과적인 문제해결을 추구하기 때문에 여론의 효율적 활용과 전문가들의 결합을 주로 선호하게 된다. 따라서 문제해결과정에 주민들을 주체로 세우려는 노력이 소홀하게 되고 주민참여가 있는 경우에도 종종 압력행사를 위한 동원적 성격을 띠게 된다.

후자의 경우는 주민참여가 보다 강조된다. 방법이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주민참여 그 자체가 중시되며, 주민들 스스로가 자신과 이웃, 지역의 문제를 찾아내고 그 해결의 과정에 참여케 하며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의식변화와 관계변화를 추구하도록 한다. 이 역할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꾸준한 운동과정을 통해 주민들을 지역사회의 진정한 주인으로 조직하려고 한다. 이러한 역할을 강조하는 풀뿌리운동단체들은 정치, 경제적인 현안문제들 보다는 오히려 교육, 복지, 환경, 보건 등 생활상의 문제를 매개로 지역사회공동체의 새로운 사회문화형성을 위해 노력하며, 그러한 사회변화를 이끄는 궁극적 힘을 주체인 지역주민들의 변화, 성장에서 찾으려 한다. 따라서 이러한 운동은 이 사회를 보다 밑에서부터 바꾸어 나가는 근원적 변화를 추구하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3. 풀뿌리운동의 공동체성

 

풀뿌리운동을 단지 활동의 지리적 범위, 활동 대상이나 주제의 특성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사회의 근원적 변화를 추구하는 운동의 의미로서 새로운 운동관의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풀뿌리운동이 갖는 공동체성, 곧 공동체주의적 접근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이해해야 한다.

근대의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전통적인 지역공동체는 해체의 길을 겪게 된다. 근대화는 권력의 중앙집중화를 가져왔고, 도시와 농촌간 또 중앙과 지방간 불균형 발전을 초래하였으며, 공동체의 해체를 심화시켰다. 우리사회도 근대화에 따른 개인주의화와 지역공동체의 붕괴로 말미암아 과거 전통사회에서 활성화되었던 두레, , 향약과 같은 공동체 규범들이 사라지고 해체되었다. 그런데 산업화와 도시화, 개인주의화가 상당정도 진전된 90년대 이후 시민운동뿐 아니라 일반 사회언론이나 정부정책에서도 더불어 사는 삶" 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하게 되는데, 그것이 상징해주고 있듯이 환경, 복지,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공동체적 지향에 대한 요구와 운동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확대되고 있다.

공동체 지향적인 움직임을 생각할 때 1차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지역공동체인데, 지역공동체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지리적 공통성을 기반으로 한 지역단위라는 점이고 다음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 사회적 결합, 문화적 공통성, 공동의 유대감, 사회적 상호작용 등과 같은 사회관계를 들 수 있다. 여기에 현대문명이 발전할수록 차차 사라져가는 전근대적인 역사적 유물이라고 하는 과거적 이미지도 갖고 있다. 또 공동체성의 핵심 구성 요소는 공동체의식인데, 공동체의식은 구성원들이 자신과 소속 공동체를 동일시할 수 있는 소속감,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적을 함께 추구해간다는 일체감, 자발적인 참여의식, 전인격체적인 인간관계 등과 같은 공동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지역공동체를 구성하는 요소들과 공동체의식을 형성하는 정체성은 풀뿌리운동이 추구하는 공동체성의 현실적 기반이다. 풀뿌리운동이 갖는 공동체성의 현실적 근거로부터 두 방향의 서로 다른 편향이 발생할 수 있다. 하나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절대화. “소박한 일상에의 집착”, “사람관계에만 집중과 같은 공동체성의 과소화 편향이다. 다른 하나는 이념적 순결성”, “의도되지 않은 배타성”, “근대문명이 이룩한 성과에 대한 부정 내지는 도피와 같은 공동체성의 과도화 편향이다. 두 방향 다 결과적으로 그들만의 리그”’로 귀결될 수 있다.

이러한 편향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것은 개인과 공동체 상호관계에 대한 변증법적 긴장관계의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하는 해답에서 찾아야 한다. 개인과 사회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상호간에 긴장이 본원적으로 존재한다는 이 딜레마는 동서문명을 넘어서 공통적인 논쟁주제인 개인주의와 집합주의,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간의 딜레마로 연결된다. 자유주의(liberalism)는 개인권(individual rights)을 최고의 이념적 가치로 추구한다. 개인이 공동체보다 우선이며,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개인의 자유, 자율을 옹호한다.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는 공동체라는 맥락 속에서 자리한 자아와 자유가 진정한 것이라 주장한다. 공동체를 전제하지 않은 개인이 있을 수 없고 인간형성과 자아실현도 결국은 공동체 안에서 가능하다고 본다. 이들의 최상의 이념적 가치는 개인의 선택에 앞서는 공익, 공생, 공동선(common good)이다.

하지만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각각은 그 자체의 한계를 안고 있다. 자유주의가 강조하는 경쟁에 의한 개인의 발전과 계발은 공동체적 유대를 손상시키고 사회적 약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자아낸다. 또 공동체주의는 공공선(public good)을 앞세워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고 자아실현의 장애가 될 수 있는 요소를 지녔다. 현대문명 앞에 맞닥뜨려진 위기의 돌파구는 바로 이 딜레마의 해결, 즉 개인의 자유, 자율과 공공선의 실현 사이의 모순을 넘어서 조화와 상생의 새 길을 개척해가는 데서 찾아야 한다. 인간은 공동체의 틀 속에서 삶을 영위할 때 한층 더 인간적이고 풍요한 사회생활이 가능하며 진정한 자아실현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제는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개인의 자율성과 조화를 이루는 공동체의 조성에 힘써야 할 때이다. 오늘 날 시민사회는 국가나 시장이 갖지 못한 새로운 인적, 물적, 정신적 자원을 갖춰나가고 있다. 바로 자발적 부문이라는 특성에서 나오는 힘이다. 시민사회가 갖고 있는 자발성에 근거한 공익성의 추구, 이것이 문제를 해결해나갈 열쇠이다. 사람들의 지식문화수준, 기술발전과 생산력의 증대, 민주주의의 발전 등 사회의 전반적인 자율화 과정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동체에 대한 강조가 개인 자율성의 억압으로 귀결되지 않고 오히려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더욱 증진시킬 수 있는 기초로 작동되는 시대적 조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조건을 현실 진보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특성을 가진 영역이 시민사회이다. 시민사회는 국가와 같이 강제력에 의존해서 공익을 추구하지 않고 시민의 자발적 자원활동을 동력으로 삼는다. 또 시장과 같이 사적 이익의 추구를 절대화하지 않고 사회적 신뢰와 규범, 네트워크와 같은 사회적 자본을 축적함으로서 공공의 토대를 튼튼히 한다. 때문에 시민사회의 성숙도가 높아질수록 개인과 공동체 간의 긴장을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자발성에 근거한 공익성의 추구가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 증가하게 된다.

본래 시민사회의 두 가지 축은 권익과 책무의 측면에서 형성되는데, 사회발전에 따라 개인의 권익실현과 관련된 권익주창(Advocacy)활동에서 공동체에의 책무와 관련된 자원봉사(Volunteering)활동으로 점차 기능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한국사회도 기본적으로 그러한 추세에 놓여있다. 이제 한국 시민운동은 점차 정치적 영역에서 사회문화 영역으로 자신의 역할을 옮겨가야 한다. 그것은 정상화된 민주주의사회, 발전된 선진사회에서의 NGO의 역할인 시민사회 활성화와 여타 섹터(정부와 기업섹터)와의 새로운 협력관계(거버넌스) 형성으로 중심축을 이동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과정에서 정부와 시장에 대한 견제, 비판기능과 보완 ,협력 기능사이의 균형, 사회적 갈등중재와 합의된 기본가치의 선도 기능, 시민여론의 형성과 참여, 시민들의 생활세계영역에서의 삶의 질 향상, 세계시민사회와 국제협력 등의 과제 등도 고민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성숙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시민사회 성숙을 위한 과제로는 자원봉사와 기부문화 확산, 민주시민교육과 노블리스 오블리주 문화의 형성, 지역시민사회의 활성화와 풀뿌리NGO인프라 확충, 시민사회단체의 책임성, 투명성, 전문성, 지속성 확보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공동체성을 지향하는 시민사회의 풀뿌리운동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가 처한 많은 문제의 해결의 실마리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받지 않고도 공공선의 실현이 가능할 수 있는 시민문화의 형성, 곧 공동체성의 체득으로부터 나온다. 그것은 구체적 삶의 현장, 시민들의 생활세계영역인 지역공동체에서부터 비롯된다. 개개 시민들이 커뮤니티활동의 경험 속에서 참여를 통한 학습이 이루어지며 그것은 곧 사회적 책무에 응답하는 시민들의 자발적 활동(Volunteering)이기도 하다.

 

4. 풀뿌리운동과 민주주의

 

시민사회의 성장은 민주주의 성숙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87년 이후 한국사회가 보여주고 있듯이, 민주주의제도의 정착은 시민사회의 활성화를 불러왔고, 또 역으로 시민운동의 성장은 민주주의의 내용을 심화시켜왔다. 때문에 시민운동에서 풀뿌리운동이 부각되는 배경에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한 단계 심화된 요구와 관련이 있음을 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처방으로 거론되고 있는 풀뿌리민주주의가 그것이다. 풀뿌리민주주의의 주요 내용은 무엇이며 풀뿌리운동은 민주주의의 성숙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을까?

876월항쟁을 깃점으로 한국정치는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민주주의의 확고한 길로 들어섰다. 대통령직선제를 골간으로 한 민주적 헌법, 지방자치제도의 실시, 여야간의 수평적 정권교체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6월항쟁으로부터 지난 4반세기 동안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민주주의에 대한 효능감은 미약하고 정치에 대한 냉소는 점차 더 커가는 것은 왜일까?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20년여년이 흘렀고, 정부는 분권, 자치, 혁신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민주화의 수준은 여전히 미약하고 주민자치가 아닌 행정자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권위적인 중앙집권적 통치제제의 유산을 걷어내고 자율과 분권을 촉진하며, 시민들의 정치적 냉소와 불신, 투표율 감소라는 정통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처방으로 논의되어 온 것이 주민발안이나 주민투표와 같은 직접민주주의 제도이다. 현대민주주의에서 직접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방안으로 고려된 측면이 강하다. 특히 지방자치가 발달하면서 시민참여의 기회를 확대해야 된다는 요구는 점점 더 증가한다. 시민들이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방법은 크게 직접 참여하는 유형과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간접참여의 대표적인 것이 지방의회를 통한 참여, 곧 대의민주제이다. 반면 직접적 참여는 정책결정과정에의 참여, 시민감시에 의한 참여, 시민의사 반영 시스템을 통한 참여 등을 들 수 있다.

시민들의 참여에 의한 입법과 정책결정 제도를 가진 직접민주주의는 지방차원에서 가장 잘 실현되는 것이 세계적으로 공통된 역사적 전통이다. 지방정부 개혁의 역사를 보면 이익집단들에 의한 대의제 민주주의의 부패를 치유하기 위한 처방으로 풀뿌리 차원의 직접민주제가 도입된 것을 알 수 있다. 주민발안, 주민투표를 중심으로 한 직접민주주의는 선거에 구속되고 논쟁적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대의제 기구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있어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직접민주제 실시에 따른 참여의 과잉이 가져다 줄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나, 이런 문제도 시민주도적 참여를 통한 직접민주주의의 확대로 시민의 관심과 참여역량을 높임으로써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주민자치적 공동체들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작은 풀뿌리 자치가 강한 민주주의를 만드는 토대이다.

풀뿌리민주주의는 지방(local)’ 민주주의, ‘공동체(community)’ 민주주의, 또는 마을(neighborhood)' 민주주의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이 개념들의 공통점은 소규모 공동체에서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이며, 이는 토크빌(Tocqueville) 등이 민주주의의 비젼으로 삼았던 뉴잉글랜드 타운과 스위스의 코뮨과 같은 자치 공동체에서 확인되었다. 현대에 와서도 시민의 직접 참여에 의해 가능한 직접민주주의 제도가 풀뿌리민주주의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또 풀뿌리민주주의는 무엇보다도 먼저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의 직접적인 대화와 모임으로 가능한 면대면(face-to-face)' 민주주의라고 볼 수 있는데, 면대면 민주주의는 사적 이해에 얽매이는 개인의 행동을 제어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사익보다는 공동체의 이해에 적합한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이끌 수 있도록 해준다.

풀뿌리민주주의의 제도적 측면에서의 실현은 주민참여제도이고 그것은 직접민주제적 요소를 갖고 있다. 풀뿌리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의 부패를 치유하고 한계를 보완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직접민주주의적 제도의 도입만으로 풀뿌리민주주의가 성공할 수 있다고 기대할 수는 없다. 풀뿌리민주주의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정치 행위 측면에서 참여, 토의, 소통의 확대와, ‘정치적 장으로서 분권과 공론의 장 확장, 그리고 정치 주체로서 능동적 자기결정권과 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시민의 등장이 필요하다. 민주주의(民主主義)는 결국 민()이 주인(主人)이 되는 것을 말한다. 비유를 들자면 번듯한 집을 새로 하나 지었으나 주인다운 주인이 없을 때는, 객이 주인행세를 하거나 빈집으로 방치되어 결국 못쓰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과 같다. 풀뿌리민주주의의 주인은 지역사회의 주민이다. 풀뿌리민주주의의 성공여부는 지역주민들의 자치역량 강화여부에 있다. 지역주민들의 자치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균형잡힌 지역시민사회의 형성, 공동체조직의 활성화, 양보와 타협 같은 공동체 규범이 자리잡아야 한다.

 

5 풀뿌리운동과 시민의 성장

 

지역사회에서의 주민참여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참여의 시작은 자신의 삶터에서부터이다. 생활주변의 여러문제들은 함께 사는 이웃들과 연관성을 갖고 발생한다. 그리고 그들과의 이해와 갈등 조정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조건과 질서를 만들어 내는 과정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생활하는 데 고통과 불편을 주는 생활환경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개선하며, 공용시설이나 장소 등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마을 만들기'는 새로운 주민 참여의 좋은 출발점이다. 공유공간에서 벌어지는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개선하며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단절된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의사소통의 경로와 시스템을 형성해가는 것, 그것은 공동체를 이뤄가는 과정이다. 또 이러한 과정은 새로운 사람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자기문제에만 집착하던 개인들이 공동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웃과 더불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학습하고 체험함으로써 진정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민주시민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마을만들기'에서 마을이 활동의 객관적 환경이자 지향해야 할 공동체성을 의미한다면 그것을 만들고 현실화시킬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수많은 주민자치활성화사례나 마을만들기 성공사례들을 살펴보면 그 속에서 일관되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사람이 있어 좋은 마을을 만든다는 것이다. 마을리더가 중요하고 마을구성원들의 생각과 준비정도가 마을만들기의 성패를 좌우한다. 좋은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반드시 거기에 마을리더이든 공무원이든 활동가든 누군가 헌신적이고 유능한 사람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이 희망이긴 하지만 그것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마을만들기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학습이 방법이고 관계가 관건이라는 암묵지가 통한다. 누구나 살고 싶은 지역사회,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의식, 책임의식, 연대의식이 성장할 때 가능하다. 그런데 이는 제도교육만을 통해 습득되지 않는다. 일반 생활인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시민교육은 일방적으로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보다는 생활세계의 영역에서 공동으로 부딪히는 문제들을 자신들의 참여와 실천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을 조직함으로써 이 통합되는 교육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자신들의 가치가 실현되는 마을을 만드는 운동이다. 마을만들기의 영역은 주민들에게 의미있는 새로운 공간이나 장소를 만드는 일, 일상 생활환경 중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일, 마을의 역사와 문화, 전통 등을 탐구하여 마을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일, 마을의 자원을 조사하고 개발하여 공동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 등 다양한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마을만들기의 핵심은 주민들을 변화의 주체로 만드는 과정이고 그것은 곧 학습의 과정이기도 하다. 여기서의 학습은 주인의식, 연대의식의 계발을 의미하는 것인데, 마을만들기는 초기의 의사결정에서부터 구체적인 실행 및 평가의 전 과정, 즉 마을의 문제 혹은 의제(agenda)를 발굴하고, 이에 대한 주민들의 토론과 이해관계의 조정, 전문가의 조언, 행정과의 협력, 합리적 결론의 도출, 실행과정에서의 역할분담과 책임, 사후관리와 평가 등에서 생생한 집단학습의 경험을 하게 된다.

마을만들기와 같은 삶터에서의 참여와 실천이 시민들의 성장을 돕는 기초가 된다면, 전체 시민교육의 측면에서 풀뿌리운동은 민주시민의 성장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을까? 시민교육은 시민들의 생활세계 속에 깊이 들어가 그들의 삶과 앎이 유기적으로 묶여 돌아갈 때만이 비로소 현실성을 갖게 된다. 시민교육은 생애의 전 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평생학습의 과정이며 사회의 변화발전과 함께 그 내용과 방법을 끊임없이 개선해 간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시민교육은 사회를 이루고 있는 시민들이 사회의 주인으로서의 공적 책임을 자각하고, 인간의 삶의 전반적인 현실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여 제반 문제들에 대한 자주적 판단력을 가지며,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협조성을 발전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시민단체들에 의해 수행된 민주시민교육에서 최근에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경향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즉 풀뿌리지역사회에서의 시민교육, 체험학습, 학습동아리의 결성과 실천으로의 연결, 참여자 중심의 교수방법 등이 그것이다. 민중교육으로부터 시작하여 민주시민교육을 거쳐 새로운 모색을 거듭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시민교육운동이 자연스럽게 여기로 수렴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이론적 측면에서도 교육연구자들이 최근 많이 주장하고 있는 자기주도학습, 체험학습, 참여학습 등을 기본요소로 하는 공동체참여학습론과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지역사회공동체(community)는 새로운 시민교육의 기반이다. 지역사회는 국민국가체제의 약화경향과 시민사회의 다양성 증대, 지구촌화의 흐름 속에서 시민들의 일상적 삶의 현장에 근거한 배움터로 새롭게 인식되어 지고 있는 영역이다. 또 새로운 시민교육은 사회적 제도와 구조 속에서 규정되어진 개인으로의 접근이 아니라 자유로운 개인과 그들 상호간의 관계와 그를 통해 만들어지고 운영되어지는 사회에 대한 이해와 훈련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한 교육은 개개인의 사적 관계를 공공영역의 공적 관계로 승화시키면서 그 안에서 이기적 공동체가 공동선을 지향하는 공동체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며 성숙한 시민사회를 이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6. 풀뿌리운동의 양상과 특성

 

마을만들기와 같은 활동이 잘 보여주고 있듯이 풀뿌리운동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운동의 영역들은 주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교육과 복지, 생활환경개선과 같은 분야들이다. 이런 분야들에서 전개되고 있는 풀뿌리운동의 구체적 양상들을 살펴보면 풀뿌리운동이 이전의 사회운동이나 시민운동과 왜 다르다고 하는지, 새로운 대안운동으로서의 특성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환경분야에서 풀뿌리운동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활동은 도심하천살리기’, '음식물쓰레기줄이기', '도시텃밭만들기'와 같은 활동들이다. 환경분야에서의 풀뿌리운동의 접근방식은 감시와 고발, 정책전환 촉구를 주 사업방식으로 하는 이전의 전문적인 환경운동단체들의 운동방식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그 특징을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사람들의 의식변화, 생활양식의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사업을 앞세운다는 점이다. 둘째 주민들의 직접 실천의 주체로 만들고 조직화함으로써 생활실천운동으로 정착시킨다는 점이다. 셋째 환경문제뿐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불러일으키고 지역공동체의 활성화에 기여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하천환경의 복원문제는 우선 주민들 스스로가 동네 주변의 개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자기 삶의 일부로서 친숙하게 대하며 생태복원의 주체로서 참여토록 하는 것이 핵심적인 것이다. 친환경적 녹색도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각종 오염원의 규제와 당국의 효과적인 환경정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필수적인 것은 지역주민들이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활동에 직접 나서도록 하고 생활양식 자체를 친환경적인 것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항상적으로 맞부딪히게 되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같은 문제도 풀뿌리운동에서는 외면하지 말아야 될 중요한 운동의 소재이다. 매립이나 소각방식에 의한 처리가 또 다른 환경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있고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건설문제와 관련한 지역간 이기주의(NIMBY현상)도 많이 여론화된 문제이다. 풀뿌리운동단체들이 많이 시도한 방식은 EM이라고 하는 혐기성 미생물발효제를 사용한 남은 음식물의 퇴비화, 사료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시민들의 직접적 참여와 환경의식의 제고, 지속적 실천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의 정비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행정, 기업 등 관련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에는 자원의 재활용과 순환시스템, 안전한 먹거리의 확보와 공정한 유통체계의 확보 등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이와 관련된 풀뿌리운동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더 나아가 도시에서 친환경적인 농업, 대안에너지과 같은 대안적인 생활양식에 대한 접근과 실험들이 실생활과 접목되고 있다. 벼룩시장과 재활용가게, 소비자생협운동, 도농직거래, 공정무역, 주말농장, 도시텃밭, 햇볕발전소 등등 많은 프로그램들이 시도되고 행정의 정책과도 관련성을 높여가고 있다,

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복지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높다. 아동들의 보육부터 장례문화에 이르기까지 아동, 청소년, 청년, 중년, 장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들이 풀뿌리운동의 영역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복지문제들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해서 접근할 때 문제에 보다 용이하게 다가갈 수 있고 해결의 실마리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각각의 활동들이 갖고 있는 다종다양한 특성들이 모두 다 다르고 그것을 하나의 잣대로 재단할 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풀뿌리운동이 접근하고 있는 공통적인 지역사회복지사업의 특징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첫째 복지분야에 있어 일반적으로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복지정책상의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고 정부의 복지예산과 역할확대를 촉구하는데 비해, 풀뿌리운동은 직접 지역사회에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자원을 조직, 동원하고 지역주민들을 문제해결의 주체로 만들어가는 데 중점을 둔다는 점이다. 둘째 적극적인 자원봉사자의 조직과 활용에 역점을 둔다는 점이다. 자원봉사의 조직은 단순히 인적자원의 동원이란 측면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시민의식 계발과 결부하여 능동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 단순히 현재의 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서비스의 제공이 아니라 미래적인 대안제시와 내용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 각종 프로젝트지원사업의 적극적 활용, 문화, 교육, 복지 등 공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의 민간위탁 모색 등 새로운 민관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모델개발과 지역사회의 자립적인 복지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7. 풀뿌리운동과 거버넌스

 

시민사회라는 자발적 부문의 지역사회에서의 실천, 그것은 공동체만들기(Community Building)에 다름 아니다. 지역사회를 살기 좋은 공동체로 만들자는 것은 물리적, 경제적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하드웨어적 측면뿐 아니라 공동체적 인관관계의 실현이라는 소프트웨어적 측면도 포괄한다. 또 그것은 지역사회의 운영에 있어 행정과 주민이 동등한 자격으로 파트너가 되어 함께 기획하고 함께 실천해가는 새로운 거버넌스(Governance)모형을 탐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풀뿌리운동의 흐름도 이제 마을이나 지역단위의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운동, 즉 마을공동체 운동, 주민자치 운동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운동들은 특정사안에 대한 요구형 운동이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 생활과 관련된 지역사회의 여러 가지 과제들, 육아, 교육, 취업, 건강, 복지, 여가, 문화, 지역개발 등을 해당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해결하고 함께 도와 만들어가는 운동이다. 이러한 운동은 초기에 헌신적인 활동가나 시민단체가 주도하던 것으로부터 이제는 일반주민 출신의 리더나 주민조직의 주도로 그 주체가 옮겨간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 소수의 대안찾기 운동, 모델만들기 운동에서 현실과 결합한 대중적인 운동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방행정, 정부정책과의 연관성이 높아지고 바람직한 민관협력의 추구가 현실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민관협력을 통한 사회창안운동이나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회적 기업과 같이 정부·시장·시민사회 상호간 경계를 넘어선 창조적 협력으로 새로운 유형의 사업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는 흐름이 주목받고 있다.

민관협력의 양상이 전 분야에 걸쳐서 확산되는 추세에 있는데 민관협력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행정이 기획하거나 공모하는 사업을 단체가 지원해서 진행하게 되고, 정보와 자원을 쥐고 지원하는 위치에 있는 행정이 갑의 위치에 서게 된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파트너십은 해당 주체들 간의 상호존중으로부터 시작된다. 파트너가 되는 주체들 상호 간의 이해와 존중이 없이는 진정한 협력관계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상호 평등한 입장에서 각 주체가 갖고 있는 장점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또 공동의 목적이 설정되고 공유되지 않으면 파트너십의 생명력은 오래 갈 수가 없다. 파트너십이 실현되려면 행정과 민간 모두 생각을 바꾸고 협력의 경험을 쌓아나가야 한다. 행정은 민간이 갖고 있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고양하는 방식으로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지역사회의 시민단체, 자원봉사조직, 종교기관, 학교, 노조, 기업 등이 갖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그들의 리더십, 관리 기술, 교육 경험, 자원봉사 동원 능력 등 보유하고 있는 장점을 존중하고 신장시켜야 한다.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파악해서 제거하며, 인센티브를 마련하여야 한다. 지역의 시민사회는 한편으로 지방정부를 견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지역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책임지는 협력자로서 나서야 한다.

지역사회의 새로운 발전은 그 지역에 뿌리박고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의 생각과 삶이 혁신될 때만 가능하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힘은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지역사회에서의 풀뿌리운동과 그 속에서 길러지는 주민자치의 역량이며, 그것이 지역발전과 잘 연결되도록 하는 거버넌스 구조이다.

 

20세기의 성자라 불리는 간디는 일찍이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라고 했다. 간디는 마을 스와라지(swaraj, 자치)에 대한 글을 통해 그 의미를 설명하면서 스와라지독립이라는 말처럼 모든 억제로부터의 자유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통치, 자기억제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것은 사람들이 지역공동체 안에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공동체시민으로서의 책임감, 자기통제의 기술과 자치의 원리를 의미한다. 풀뿌리운동에서의 주민참여는 자기자신이나 집단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차원을 넘어서 참다운 공동체 형성에 그 궁극적 목적이 있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하는 가르침이다. 이런 맥락에서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라는 간디의 가르침은 탐욕과 무한경쟁으로 점철된 현대의 물질중심문명의 실패로부터 세계를 구할 희망을 마을자치를 통해 사람들이 스와라지정신을 익히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는 선구적 메세지로서 오늘날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참고문헌]

 

김경동, “사회변동과 자원봉사 패러다임의 전환-신공동체운동과 자원봉사”,급변하는 시대의 시민사회와 자원봉사, 아르케, 2007.

 

주성수, “풀뿌리민주주의의 이론적 기초”, 시민사회와 NGO3,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2005.

 

이 호, “주민자치주민자치운동의 현황과 과제”. 시민자치정책센터 편. 풀뿌리는 느리게 질주한다. 서울: 갈무리,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