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1일 월요일

정책단위논의를 위한 제안(2009.7.)

* 이글은 광우병촛불시위 이후 정치사회현안에 대한 참여요구가 커지면서 열린사회시민연합 내부의 논의제안을 위해 작성한 글이다.


 정책단위의 논의를 위한 제안



  지난 운영위원회에서 당면한 사회적 현안에 대한 열린사회의 정책기조를 논의하기 위한 정책단위를 구성하였다. 열린사회로서는 오랫만에 조직내부 발전을 위한 과제가 아닌 외부적 문제에 대한 정책논의를 위한 단위를 구성한 것으로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하겠다. 아마도 2006년 지방선거대응을 위한 논의 이후 처음이지 싶다. 하지만 정책단위구성의 문제의식이 단순히 외부적 사안에 대한 일회적 대응 성격이 아니라 조직내부의 통합성 유지, 정체성 확인, 회원요구에 대한 수용성 등과 관련되어 있기에  보다 신중하고 책임있는 태도가 요구된다. 그렇다고 지나친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열린사회 창립이념과 조직성격, 10여년의 실천경험 속에서 형성되어온 기본 정책기조와 조직실정에 대한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운영위원회에서 정책단위에 부여한 과제는 다음의 세 측면을 포함하고 있다. 1)사회적 현안 문제에 대한 회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형성과 조직통합성을 높이기 위한 적절한 규범 확립, 2) 풀뿌리공동체운동 속에서 교류해온 풀뿌리단체들과의 공동인식 확산과 당면한 제도적 개선과제에 대한 대응, 3) 국가적 수준에서 정치사회현안을 둘러싼 갈등해결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요구에 대한 응답이 그것이다.  이 세 측면은 각기 수위와 대응방법을 달리하는 문제이기에 복잡해 보이기도 하고 또  그동안의 사업 속에서 다소 등한시해온 측면이 있기에 접근하기에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세 측면이 서로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 조직의 창립정신과 사명에 맞춰 일관된 입장을 갖고 대하고 조직실정에 맞춰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책에 접근할 수 있다.


  지난 해 창립10주년 평가사업을 통해서도 확인했듯이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우리 단체의 기본 정신은 '사람존중', '참여', '소통', '나눔', '조화'와 같은 단어에 잘 집약되어 있다. 이는 주민자치, 자원봉사, 시민교육과 같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을 관통하고 있는 가치일 뿐만 아니라, 사회현안을 대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가는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우리단체의 기본입장이다.  그 중에서도 당면한 우리나라 시국상황과 관련하여 더욱 절실하게 사회적으로 요청되는 것이 '소통', '조화'와 같은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소통'이란 "막히지 않고 서로 통하는 것이다. 타인과 사회에 대해 열림을 뜻하고 다양성에 대한 수용이며 나아가 배제를 넘어선 화합을 낳는 통로이다(창립10주년토론회발제문)". '조화'는 "개인과 사회의 조화", "내면적 성숙을 위한 활동과 외부적 개혁을 위한 활동의 조화"뿐 아니라, 정치사회현안의 해결책과 연계시켜 보면 '자유와 평등의 조화','보수와 진보의 조화'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소통'이 사회갈등문제를 풀어가는 입구에서의 원칙과 관련되어 있다면 '조화'는 출구에서의 원칙과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전신조직에서의 민주화운동 전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21세기로의 전환점에서 "단절과 갈등"을 기초로 한 과거의 운동을 극복하고 "연대의 가치관과 변화된 사람의 대열 그리고 지역공동체"를 기초로 한 새로운 운동을 전개할 것을 선언(창립대회사)하였고 열린사회의 비젼을 "공동체사회 실현"에 놓고 이를 위해 "교육, 문화, 환경, 복지 등 시민참여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주민자치활성화, 공동체 의식개혁, 인권과 복지 실현"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회원활동길라잡이). 이러한 인식은 곧 전사회적 차원의 진보적 개혁과제가 이미 민주주의 단계를 넘어서 공동체사회 실현으로 이행하고 있으며, 그 실현방법도 세력간의 대결이나 권력쟁취의 방식이 아니라 상생과 협력의 방식, 사람과 문화의 변화, 소통, 나눔, 조화와 같은 가치지향을 통해 이루어야 한다는 새로운 세계관, 운동관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실천과정 속에서 우리 단체는 대체로 지역사회에서의 생활상의 실천운동에 주력해왔고 많은 성과를 올린 것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후기에 오면서 조직 내외의 이러저러한 여건상  사람사업보다는 일중심의 사업풍토가 형성된 것 아니냐 하는 우리 내부의 성찰도 있었다. 우리가 그동안 쌓아올린 장점도 있고 한계도 있지만 사회적 현안과 관련된 앞에서 언급한 세 측면에서의 요구 또한 등한시할 수는 없다. 이제까지의 지역사회에서의 사업성과에 더하여 전사회적 문제에 대한 접근을 위해서는 1차적으로 회원들과 우리 사업파트너들의 요구와 준비정도, 조직의 집행역량 등을 잘 살펴보고 우리가 잘 할 수 있고 꼭 필요한 일부터 착수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위에서 제기한 정책단위에 주어진 과제의 세 가지 측면의 해결책과 관련하여, 실제 검토가능한 범위에서 구체적 실천계획에 대한 제안을 몇가지 하면 다음과 같다.


1)회원사업, 조직내부사업 관련

★ 제안 ==> 가칭"열린 사랑방" 혹은 "명륜동 까페" 운영

- 성격 : 운영위원 등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해 관심있는 회원층을 주 대상으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토론학습모임

- 방법 : 2주일에 한번 정기적으로 본부교육실에서 관련된 전문가나 활동가들을 초청하여 자유스럽게 토론하고 그 내용을 홈피나 블로그 등에서 공유한다. 참석자는 열어놓되 가급적 일정수(10여명 정도?)의 고정멤버를 확보하여 안정성을 유지한다. 다룰 주제는 예를 들어 "언론의 공정성과 미디어법", "교육의 자율성과 사회적 책임", "환경과 개발의 조화", "북핵과 한반도 정세", "경제, 상생의 길은 없는가?", "정치, 갈등조장인가 조정인가?" 등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 사랑방지기 : 공동대표 2인

* 각 시민회 단위에서도 관련된 사업을 전개하고 다른 단위와 공유하면 더욱 좋다.


2)지역풀뿌리단체, 지방자치 관련

★ 제안1 : 열린사회의 기본정신과 위 토론학습모임의 논의성과 등을 기초로 지역차원의 연대모임이나 여론조성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임하고, 또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한 과정을 준비하는 열린사회의 공동입장을 마련한다(정책단위의 역할 검토).

★ 제안2 : 회원서명운동 등 기초선거정당공천배제 국민운동에 참여하고 협조한다.

★ 제안3 :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 과정에서 주민자치운동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제안한다.

  - 방법 : 주민자치사업 과정에서 관계했던 전문가, 활동가들 간의 토론회를 조직한다.

      (심익섭, 육동일, 오수길 + 시민자치연구소, 희망제작소 + 주민자치전국협 등)

          모아진 의견을 중심으로 입장(안)을 만들어 언론과 국회에 전달한다.


* 참고1 : 기초자치단체선거 정당공천배제를 위한 국민운동 현황

지방분권국민운동, YMCA전국연맹, (사)한국여성유권자연맹 등 시민사회단체와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협의회 등 기초자치단체, 그리고 학계로 구성(상임대표: 황한식, 황주홍 등) 2009. 3. 2 출범,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폐지를 위한 1천만 서명운동, 사회원로선언, 지역본부 구성과 순회토론회, 국회의원 공개질의, 정기여론조사 등 국민 운동을 진행 중.


* 참고2 :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된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각 당의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와 있음.

지방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내에서 공청회 등이 열려 공론화가 될 전망이다.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위원회는 지난 7월 7일 간사회에서 행정체제개편논의 일정과 방향을 확정하고 16일 행정안전부로부터 관련한 업무보고를 받는 등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특위는 지방행정체제개편에 대한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는 공청회를 20일과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실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방향 및 시·도 등 대도시 개편방안, 시군의 통합 · 광역화와 읍면동, 풀뿌리자치 개편방안이라는 주제로 각각 개최한다.

공청회에는 학계, 정계, 지방자치단체장, 시민단체등 전문가로 구성 심층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20일 열리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방향 및 시·도 등 대도시 개편방안 공청회에는 김성호 시도지사협의회 정책실장,을 비롯해 심익섭 동국대 행정학과교수등 6명의 전문가가 참석하며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 교수도 참여한다.

이튿날인 21일 열리는 공청회에는 김병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원과 김익식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등 6명의 전문가가 참석하고 이중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인 안성호 교수도 참여 의견을 개진하게 된다.

이번 공청회가 사실상 본격적인 논의라는데 주목을 받고 있지만 현재 각정당이 각종 법안 처리등으로 첨예하게 대립을 벌이고 있고 여야 의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지역에서는 향후 추진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출처] 지방행정체제 개편 공청회 개최등 본격 공론화 (구리시민자치연구회)

3)사회전체적 대응 관련

★ 제안1 : 조직통합성을 높이기 위한 규범의 형성

 - 정치사회현안에 대한 입장표명이나 공동행동 또는 주요임원들의 정치적 행위에 있어 원칙의 마련과 관례의 축적(예컨데 일종의 관습헌법과 같은 규범이 형성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  회원 개인 혹은 단위모임들의 정치사상적 자유확장과 조직전체를 대표하는 부분에 있어서의 제한과 신중함, 이 양자 사이의 조화

★ 제안2 : '소통'과 '조화'라는 기본정신에 입각한 사회적 발언력 강화

  - 대화아카데미, 시민사회포럼, 거버넌스클럽 등 같은 맥락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단체들과의 협력 강화

  -  사회 오피니언리더들의 회원화 혹은 관계망 형성, 당면 현안에 대한 논평 등의 축적,


(중도)시민운동의 현황과 과제(2010.1.)

 시민운동(중도성향)의 현황과 과제

 

 

 

1.중도(中道)


한국사회의 정치는 시민사회의 토대 위에서 진전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근대국가 수립 이후 5공화국까지 권위주의 국가에서 지내오면서 국가가 먼저 이루어지고 다음으로 경제 및 사회가 국가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역순의 과정을 밟아왔다. 또 한국사회에서 아래로부터의 시민사회 형성은 서구와 같이 역사적 단계를 전체사회가 밟아오면서 다원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군부와 관료, 재벌을 중심으로 한 체제의 비대화에 대하여 민주화세력의 도전 즉 정치적 공간에서 상징능력이 가장 두드러진 세력들이 서구의 공공권역과 상응하거나 그 과정을 축약한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 노력과정에서 생겨났다.

이른바 87년 체제의 성립으로 한국사회는 저강도민주주의(low intensity democracy)를 넘어 고강도민주주의(high intensity democracy)의 단계로 이행하기 시작했고, 개발도상국형 사회갈등구조와 선진국형의 탈근대성을 띤 생활세계의 과제가 중첩되어 표출되는 복잡성을 띄게 되었다. 그동안 한국의 시민운동은 정치권에 대한 견제와 비판 기능, 나아가 대안적 정치기능을 수행해왔다. 그것은 과거 한국 정치권이 전근대적인 정치사회구조 개혁의지의 부족, 정치부패행위의 만연과 국민의 불신 등으로 한국사회발전의 장애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차례의 선거를 통한 수평적 정권교체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갈등의 정치적 수렴과 대중의 정치적 선택은 제도화된 틀 안에서 수용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고 시민운동의 정파적 편향성이 부각되면서 시민운동의 정치적 기능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신뢰는 현저히 저하되었다. 한편 사람들의 지식문화수준, 기술발전과 생산력의 증대, 민주주의의 발전 등 사회의 전반적인 자율성이 높아지고, 근대산업화·민주화 시기와는 구분되는 사회적 다양성과 개인주의의 심화, 세계화와 정보화 등 새로운 사회발전에 따른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변화하고 있다. 보통 시민사회의 두 가지 축은 권익과 책무의 측면에서 형성되는데, 한국도 사회발전에 따라 권익주창(Advocacy)에서 자원봉사(Volunteering)로 점차 기능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볼 때 한국 시민운동에 있어 이른바 중도적 경향, 즉 이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좌, 우파의 당파성이 드러나지 않거나 그러한 신념의 실현을 중시하지 않는 시민운동이 성립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중도적 성향의 시민운동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자원봉사운동을 들 수 있고 풀뿌리 시민생활영역에서의 마을만들기, 주민자치 등 풀뿌리공동체운동 그리고 정치영역에서 매니페스토운동, 사회적 갈등중재와 성숙된 시민의식형성을 위한 시민교육운동, 정부·기업·시민사회 섹터간의 협력과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한 거버넌스운동 등을 꼽을 수 있다.

 

 

2. 공동체(共同體)

 

한국에서 자원봉사활동이 시작된 것은 꽤 오랜 일이다. 과거에도 적십자사 등을 통해 재난재해에 대한 자원봉사활동이 조직되고 88올림픽 등 국가적 행사에 시민자원봉사자들을 조직했었고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나 복지시설 등에 대한 자원봉사서비스가 일상적으로 있어왔다. 하지만 국가나 그 주변조직들에 의한 하향식 방식, 단순한 시혜적 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시민적 각성에 근거한 상향식의 자발적인 자원봉사운동, 즉 시민운동으로서의 자원봉사가 시작된 것은 불과 10여년 남짓이라고 생각된다. 자원봉사운동을 하는 대표적인 시민단체로는 볼런티어21(1997년 창립)을 들 수 있다. 언론 중에서는 초창기에 중앙일보가 자원봉사운동 확산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2000년대 중반을 넘기면서는 기업들의 자원봉사나 사회공헌활동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며 2007년 태안앞바다 기름유출사고 당시 100만 자원봉사자가 불과 수 주 만에 자발적으로 조직된 것은 자원봉사운동의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각 지방자치단체별 자원봉사센터 설치. 국가자원봉사기본법의 제정 등 자원봉사운동의 제도화가 진행되면서 예산지원을 무기로 한 행정부처의 간섭이 심해지고 개별 자원봉사단체나 센터를 실행기관으로만 활용하려는 관성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오히려 자원봉사운동의 활력과 창의력을 떨어뜨리게 되며 최근에는 제도화한 센터를 중심으로 한 부분과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한 부분과의 반목마저 우려되고 있다.

열린사회시민연합(1998년 창립)이 지난 10여년 간 추구해온 운동은 풀뿌리공동체운동이었다. 그것은 남은 음식물 자원화 사업, 동네하천 살리기 운동 등의 지속가능한 생활환경실현운동, 저소득실직가정결연운동, 무의탁노인 집고쳐주기, 저소득가정 방과후학교 등 주민참여형 지역복지운동, 어린이도서관, 청소년자원봉사단, 공동체시민교육 등 자원봉사와 시민교육을 통한 공동체의식 확산운동, 주민자치센터참여사업, 삶터가꾸기 등 주민자치를 통한 지역공동체 형성운동으로 구체화되었다. 풀뿌리공동체운동에 있어 주민참여의 궁극적 목적은 참다운 공동체 형성에 있다. 사람들은 풀뿌리지역사회의 이러저러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참여하여 그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자기존중만이 아니라 타인존중을 배우게 되고 공동체의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체득하게 되며 자기통제의 기술과 자치의 원리들을 배우게 된다.

담장허물기로 상징되었던 마을만들기운동이 지역의 물리적 환경을 바꾸어나가는 초기적 모습을 넘어서서 이제는 주민들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서 마을주민들이 협력하여 마을을 꾸리고 관리하는 노력, 즉 생활자치를 통한 지역공동체만들기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들은 운동소재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의 운동들과 결합되는데, 공동육아, 대안학교, 대안미디어, 생협, 아파트공동체, 자활, 농어촌활력사업, 지역문화, 지역복지, 생활환경, 학습공동체, 평생학습, 자원봉사 등이 그것이다. 서울마포의 성미산공동체, 풀무학교로 유명한 충남홍성의 홍동마을, 전북 진안군의 으뜸마을가꾸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제도화된 행정영역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공동체만들기운동을 확산시켜 왔는데, 90년대부터 진행되어 온 지방의제21운동의 성과를 이어 마을단위의 마을의제운동이 제기되기도 하였으며 읍면동단위에 주민자치센터가 설치되면서는 주민자치센터를 통한 지역공동체활성화운동이 양적인 면에서나 관심도 면에서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들은 특정사안에 대한 요구형 운동이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적 생활과 관련된 지역사회의 여러 가지 과제들을 해당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해결하고 만들어가는 조성형(助成形)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들어서는 민관협력을 통한 사회창안운동이나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회적 기업과 같이 정부·시장·시민사회 상호간 경계를 넘어선 창조적 협력으로 새로운 유형의 사업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는 흐름이 주목받고 있다.

매니페스토운동이 한국사회에 도입된 것은 풀뿌리시민운동을 전개해온 몇몇 단체가 중심이 되어 2006년도 지방선거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였다. 지방선거 관련한 네트워크 구성을 위한 전국 연석회의에서 매니페스토운동의 현실적 적용가능성이 검토되었고 몇 차례의 숙의를 거쳐 지방선거에 대응한 시민운동의 주요 운동 방식으로 채택되었다. 매니페스토추진본부는 지역별로도 추진기구를 결성하여 광역 12곳과 기초 20곳에 추진기구가 구성되었으며 전국적으로 384개의 단체가 참여하는 광범위한 운동으로 확산시켰다. 여야의 주요정당과 후보자들, 선거관리위원회가 동참하여 운동의 사회적 신인도와 실현성을 높여주었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매니페스토운동은 상설조직을 결성하고 일상적 운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으며 2007 대선과 2008 총선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매니페스토운동은 특정정파나 정책에 대한 선호를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 SMART지표가 표현해주고 있듯이 후보자가 내건 공약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유권자의 주체적 선택을 돕는데 1차적 목적이 있다. 매니페스토운동은 인물과 정당 중심의 선거문화 속에서 무책임한 공약이 남발되고 정책이 실종되었던 그간의 한국정치문화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시도였으며 선진적 정책선거문화를 뿌리내리고 성숙한 사회로 발전해갈 수 있도록 돕는 정치영역에서의 새로운 시민운동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생활에 필요한 지식정보의 습득, 다양한 갈등의 중재능력, 자기소외와 개인주의의 극복, 능동적 공동체 활동 참여,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조화로운 관계형성 등과 같은 새로운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의 학교교육시스템만으로는 이러한 평생교육적 요구에 부응할 수 없으며, 오히려 시민들의 생활세계영역에서 실천을 매개로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 시민운동의 영역이 보다 적합한 평생교육의 담당자로 떠오르고 있다. ‘성숙한 사회’, ‘더 좋고 밝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선구적 노력들이 사회 여러 곳에서 시도되고 있으며, 그것은 때로는 영성훈련이나 연찬 등의 보급과 확산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갈등조정훈련과 정책제안 등으로, 또 참여형 시민교육방법론의 보급과 공동체시민교육운동의 확산 등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3. 정명(正名)

 

중도성향의 시민운동을 이해할 때, 단순히 좌, 우의 정치적 스펙트럼 분류상 중간에 속한다는 의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이제까지 근대화 과정의 시민운동이 취했던 국민국가단위에서의 진보 또는 보수 정체의 형성과 추동운동과는 다른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한 자각과 관련되어 있으며,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책임성 상호간의 조화, 국가·시장·시민사회 상호간의 협력 등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익산지역의 주목받는 시민단체인 ‘희망연대’ 지도위원 이남곡선생이 제안한 다음과 같은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남곡 선생은 우리시대의 정명(正名)에 대해 얘기하면서 우리사회가 “사회제도, 물질, 의식이 서로를 상승시키는 진정한 조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익과 경쟁, 대립과 투쟁을 넘어서는 상생의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이, 아직은 아집이 있는 서로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시스템과 물질적 준비를 통해 의식의 미흡함을 보완해가고 이런 실천의 과정을 통해 인류의 보편적 의식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며, 이러한 의식의 업그레이드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전체적 방향을 제시한다. 그를 위해 국가, 시장, 시민사회 모든 영역에서의 선진화, 인간화를 이룩해야 하며 그 중 시민사회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첫째 우리 내부의 소통문화를 높이는 것이다. '잘 듣고 잘 말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을 연습하여 '서로 양보하고 싶어지는 사람'으로 되는 것이다. 둘째 지금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더 좋고 밝은 사회 만들기'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시민운동이 해오던 많은 부분을 정치(국가)나 시장에 돌리고 시민운동은 우리사회의 인간화를 위한 시민주체의 사회개혁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셋째 우리의 의식과 삶의 방식을 뿌리에서부터 변화시키는 문화운동을 즐겁게 만들어가는 작은 결사들을 만들고 확대해가야 한다. 


시민사회단체의 평생학습운동 전개방향(2003경, 평생교육학회년차대회)

 시민사회단체의 평생학습운동 전개 방향




박 홍 순





직녀에게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에 노둣돌을 놓아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은하수 건너


오작교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 딛고 다시 만날 우리들


연인아 연인아


이별은 끝나야 한다.


슬픔은 끝나야 한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 문병란 시집 [땅의 연가]에 담겨 있는 시








1. 우리는 만나야 한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자유교양”이라는 것이 있었다. 일종의 특별활동인데 고전읽기 독서지도활동이었다. 그런데 이름만 “자유교양”이었지 실제는 “강제교양”이었다. 자유교양반에 속해있던 필자를 포함한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그렇게 불렀다. 


필자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지방 중소도시에 소재하고 있었는데 학년에서 그래도 꽤 공부를 잘한다고 하는 아이들 10여명을 따로 모아서는 정규수업도 빼먹으면서까지 일종의 합숙훈련을 시켰다. 자유교양 경시대회에 출전시켜 좋은 성적을 거두고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한 학교당국의 특별한 배려(?)였다. 덕분에 필자는 ‘어린이 성경’, ‘어린이 사서삼경’, ‘어린이 희랍신화’를 비롯해 각 종 위인전 등을 지겹게 반복해서 읽었고, 경시대회 시험 치러 서울구경까지 하는 혜택(?) 받은 학생이 되었다.


학생들에게 정규학습과정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고전을 읽고 교양을 쌓도록 하자는 취지는 참 훌륭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에서는 박제화된 암기학습의 시험도구가 되어 학교 간 경쟁의 수단으로 전락하였다. 아이들 말대로 그것은 “강제교양”이었다. 신성불가침의 국민교육헌장을 선생이나 학생이나 매일같이 암송하던 유신시대였으니까 그럴 법도 하겠다 싶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이라고 해서 우리의 교육현실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1999년도에 평생교육법이 제정되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주도하는, 즉 과학기술, 지식정보의 발달 등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모든 국민들이 갖출 수 있는 평생학습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이다. 평생교육법에서는 학습자의 자유로운 참여와 자발적 학습을 기초로 평생교육이 이루어지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위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문제의식은 정말 적절하고 바람직하다. 세계적 추세에도 맞고 우리 사회의 발전수준에 비추어보아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절실한 시민적 요구이다. 학교 밖에서의 교육, 특히 성인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에 그동안 우리사회는 너무 무관심했고 소홀해왔다.


근대화를 위한 개발 년대에 권위주의적 국가기구에 의한 국민정신교육과 각 종 관변단체들을 통한 새마을교육, 반공교육 등이 존재하였고, 행정당국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단편적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사회교육이 미미하게 존재하였을 뿐이다. 그 제정년도에 비할 때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민주헌법과 민주주의원리에 충실한 학교에서의 사회과 교육내용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헌법과 교육내용이 적용되고 쓰이는 현실사회의 작동원리와 시민의식과 문화는 전혀 교과서적이지 못했다. 


이러한 이상과 현실 사이의 모순이 우리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불러일으켰고, 힘의 격돌 외에 이러한 모순을 완화시키고 통합시켜줄 제대로 된 교육(성인교육)내용과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시민들의 자발성을 기초로 한 교육내용의 확보와 전개는 제도 밖에서 민주화운동을 전개했던 시민사회단체들의 몫이었다.



지금 사회가 민주화되고 근대산업사회를 넘어 지식기반사회가 논의되고 있다. 시대변화에 발맞추어 과거의 국민정신교육이나 사회교육이 아니라 평생교육이 사회적 공론으로 부각되고 시스템이 갖추어지고 국가적 정책과제로 전개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과거의 민중교육을 넘어서서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고 있고, 나아가 새로운 시민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모색하고 실험하고 있다. 이제는 만나야 할 때다. 만날 수밖에 없다. 사회의 성격이 변하였고 시대의 정신과 과제가 바뀌었으며 우리사회를 움직이는 주류가 교체되고 있다.


성인교육의 요체는 학습자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자발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민주사회의 한 성원으로서 권리와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갖춤으로서 성숙한 시민사회를 이루는 데 기여하도록 하는 데 있다. 그를 위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고 자기실현뿐만 아니라 자기통제의 원리를 체득하며 사람들 상호간의 관계를 훈련하는 것이다. 평생학습의 원리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평생교육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교육학을 전공한 적도 없고 평생교육시스템에 속해서 일해 본 경험도 없다. 다만 시민운동을 해오면서 시민들의 각성과 자발적 참여가 없이는 사회의 어떠한 변화와 발전도 불가능하며 시민교육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사회발전의 기초이고 시민운동의 핵심사명이라는 경험적 진리를 갖고 있을 뿐이다.



평생교육분야의 종사자들이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지만 3자의 눈으로 볼 때는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평생교육이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적자원개발, 특히 산업경제분야의 신규노동력확보나 기존노동력의 재학습에 치중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쉽게 말해 직업교육위주라는 것이다. 직접적인 취업기능교육이 아닌 프로그램도 기껏해야 취미문화교양강좌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학습자의 자발성에 근거한 교수방법이 행해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학습능력을 개발하고 변화하는 지식환경에 개인 혹은 학습 집단이 유연하게 대처해나가며 더 나아가 민주시민사회의 주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데 역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데 운동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어진 제도와 관성에 의해 업무를 수행할 뿐이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불합리한 환경을 바꾸어나가는 활동이 잘 안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교육분야는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갖고 있고, 그 이념과 지향성에 있어 훌륭한 미래의 비전을 갖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개척해온 시민교육의 경험과 가치가 함께 녹아들고 만나게 된다면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기능적인 역할의 분담이나 형식적 만남은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화학적 결합이 필요하다. 만남과 협력은 상호간의 이해로부터 시작하고, 존중에 기초한 상호침투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질적 발전을 가져온다. 


시민사회단체들의 민주시민교육이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왔는지 현재의 현황이 어떠한지 그 내용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시민사회와 평생학습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새로운 전환과 올바른 결합방향은 무엇인지, 현장에서의 가능성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지 함께 숙고해본다면 희망은 성큼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서게 될 것이다.





2. 시민사회단체의 민주시민교육 개괄


* 이 장의 내용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연구보고서(한숭희 외, 2002)에서 요약 정리하였다.

우리나라의 시민교육에 대한 논의는 194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시작된다. 해방 직후부터 1948년에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기 전까지 3년간은 민주주의적 교육사상이 극히 팽배한 시기였다. 그러나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강조는 1948년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면서 정부가 민족적 민주주의 교육, 즉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교육하기보다는 준법정신이 강하고 국가에 애국하는 충성스런 국민으로서의 교육이 강화하면서 약화되었다.


이후 1960년대에는 4.19와 5.16의 역사적 배경 속에서 교육의 주요목표는 반공산주의로 이해되었으며 국민들에 대한 정치교육은 “재건국민운동”이라는 종합적인 정부 주도 운동의 체계 속에서 추진되었다. 재건 국민운동은 생활개선, 문맹퇴치, 질서 지키기 등 매우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핵심은 정치교육이었다.


1962년부터 6년간 반관반민의 한 교육연구기관인 중앙교육연구소가 주한 미국공보원의 재정지원을 받아 민주시민교육사업을 실시하였다. 교육사업은 매우 의욕적인 것이었으며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였으나 이는 민주당정부 시기에 구상되고 계획된 것으로 군사정권의 등장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또한 이 시기에는 국민교육헌장이 선포되어 국가주의적 정치교육이 강조되었다.


1970년대 들어서는 국가주의적 정치교육이 더욱 강화되었다. 1971년에 10월유신이 선포되면서 정부는 시민교육을 위험시하여 탄압하고, 교육통제와 여론조작으로 국민의식을 철저히 봉쇄하였다. 1980년대에는 신군부정권 하에서 국가주의적 국민교육 내지 의식조작을 위하여 사회정화운동과 국민정신교육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법적 뒷받침을 위하여 정부는 1982년에 사회교육법을 제정하여 국민교양 내용을 규정하고 모든 사회교육에서 국민교양 내용을 교수할 것을 의무화하였다. 기존의 정치교육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연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해방이후 한국정치현실 속에서 시민교육은 주로 국가에 의해 주도되어온 것이 사실이며, 학교 등 소위 ‘국가에 의해 인증된’ 장 이외의 시민교육은 최소한 방치되거나 대개는 억압되어온 특성을 갖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에 의한 민주시민교육이 나타나기 이전까지의 시민교육은 주로 ‘공민교육’적 형태를 띤 일방적 국가정치사회화에 다름 아니었다. 그 특징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한국의 시민교육은 국가 혹은 정권 차원에서 정치사회화의 시각에서만 이해되어왔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종속되어 있었으며, 정권의 정당성만을 표방하는 도구로 이용되어 발전하지 못하였다.


둘째, 한국의 시민교육은 학교의 사회과나 도덕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그 대상이 유년이나 청소년에 제한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시민사회단체에 의한 시민교육, 즉 민주시민교육은 민중교육의 전통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중교육이란 지난 반세기 동안 주로 제3세계의 민주화운동, 노동, 농민, 빈민 운동 등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형성되고 성장한 비판적 교육실천 및 이론이다. 그것은 계급적 관점에서, “민중을 위한 민중에 의한 민중의 교육”이었으며, 해방교육, 의식화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파울로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로 대표되는 민중교육론은 70-80년대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과정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들의 교육목표와 내용, 방법 등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캐나다의 한 민중교육단체의 핸드북에 기술되어 있듯이 민중교육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Amold & Burke, 1983: 9).


1) 그 출발점은 학습자의 구체적 경험에 의거한다.

2) 모든 사람들이 교사이며 모든 사람들이 학생이다.

3) 높은 수준의 참여를 요구한다.

4) 변화를 위한 ‘행동’으로 이끈다.

5) 문제해결에 있어서 개인적인 역량보다는 집단적인 노력에 주안점을 둔다.

6) 기존의 지식을 전수하기 보다는 새로운 지식의 창출에 큰 비중을 둔다.

7)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를 대상으로 하든지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8) 그리고 ‘재미있어야’한다.



우리나라 민중교육운동의 전개과정은 마르크스의 과학적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좁은 의미의 민중개념 안에 갇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70년대의 민중교육은 주로 교회를 중심으로 휴머니즘에 기반을 둔 인권운동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반면 80년대 이후 형성된 민중교육의 흐름은 마르크스적 변혁운동에 기초한 청년운동과 학생운동, 그리고 뒤를 이은 노동자계급운동의 차원에서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80년대 초반이 “페다고지”로 대표되는 남미의 종속이론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수정마르크시즘이 이념서클 중심의 ‘의식화학습’을 통해 확대되었고 80년대 중반을 넘기면서부터는 사회주의 정치교육운동의 형태를 띠면서 보다 계급주의적인 성향을 분명히 하는 급진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그것은 ‘의식화’를 넘어선 ‘선전’ 및 ‘선동’ 개념의 교육이었다. 90년대에는 포스트마르크스주의 및 그와 연관된 신사회운동의 흐름 안에서 민중교육이 재평가되었으며 진보운동의 재구조화와 연관되어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70-80년대의 민중교육은 지식인의 민중에 대한 계몽운동의 성격을 갖고 출발했으며, 이데올로기적 대립 속에서 진보적 지식인들의 대안적 정치이념의 구축과 전파를 목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었다. 비록 민중교육이 독재국가체제 유지를 위한 국가주의적 정치교육에 맞서 민중들의 자주의식과 민주의식을 깨우치고 궁극적으로 사회의 민주화를 가져오는 데 많은 기여를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근대의 특징 중에 하나인 거대담론에 의한 이데올로기적 수단화와 엘리트주의적 역사해석의 반영이라는 면에서, 동전의 양면처럼 국가에 의한 공민교육과 민주화운동세력에 의한 민중교육은 양자 공히 유사한 시대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90년대 이후 시민단체 주도의 민주시민교육은 70-80년대의 민중교육의 경험이 본격적인 시민사회 형성과 결합됨으로써 시민사회의 생활세계에 맞는 형태의 교육목적, 내용, 방법 등으로 변환된 형태의 교육으로 연결되었다.


초기의 시민단체들의 교육을 담당했던 사람들은 이미 이전의 민중교육을 경험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웬만한 시민단체의 중견급 이상 시민운동가들 대부분이 학생시절부터 다양한 종류의 민주화, 민중운동의 경험 속에서 성장해온 세대이고, 그들이 학생시절부터 익숙했던 민중교육의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시민교육의 영역으로 전수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민중운동에 뿌리를 두면서 시민사회운동의 중심으로 성장해온 환경운동연합이나 여성단체연합 등은 말 할 것도 없고, 민중운동과의 단절을 선언하며 출발했던 경실련이나 후발주자로 서구의 신사회운동적 경향을 갖고 진입한 참여연대류의 많은 시민운동단체, 오랜 시민운동의 전통 속에서 새로운 시대상황에 맞게 변신한 YMCA, 흥사단 등에 이르기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건 적건 민중교육의 경험을 내부적으로 축적하고 일정정도 계승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부합한다.


초기 시민운동단체들이 진행했던 교육은 주로 회원교육 혹은 상근활동가 교육이었으며, 그것은 민중교육의 의식화 방법론에 근접한 것이었다. 하지만 보다 개방화된 형태의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시민강좌’가 보편화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시민강좌의 초기에는 민주주의 일반에 관한 교육과 역사의식, 민족의식, 통일의식을 불어넣기 위한 교육이 주종을 이루다가 차츰 수강생들의 요구가 다양해짐에 따라 단체에 특성에 따라 환경교육, 여성교육, 지방자치교육, 청소년교육, 부모역할교육, 자원봉사교육, 문화교육, 미디어교육, 정보화교육 등으로 다양화되었다. 그나마 이러한 강좌들도 사회가 다원화되고 일반시민들의 교육과 정보습득의 기회와 통로가 확대됨에 따라 그 역할을 다른 사회교육기관에게로 넘겨주고 있는 추세이다.


후기로 갈수록 시민단체의 교육담당자들에게는 교육내용의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교육방법에 대한 고민의 심도가 더욱 커졌다. ‘강좌’식의 교육형태는 더 이상 학습자들의 관심을 끌 수 없게 되었고, 보다 공식적이고 전문적인 교육기관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갖기 힘들게 되었던 것이다. 비교적 초기부터 시도되었던 풍물 등 각종 문화강습과 문화유적답사나 생태기행 등의 체험학습이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이러한 형태의 교육은 후속 소모임의 결성과 각 종 실천 활동의 조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학습주체인 시민들 스스로가 깨우칠 수 있는 교육방법을 찾으려는 의식적 노력으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이것이 독일 등에서 유입된 시민정치교육의 방법론인 참여자 중심의 교육방법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참여자 중심의 정치교육 방법론의 연구와 전파는 독일 콘라도 아데나워 재단의 지원과 협력 속에서 민주시민교육포럼 회원단체들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97년에 결성된 민주시민교육포럼은 시민교육활동을 중심활동으로 하는 YMCA,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한국불교환경교육원, 여성사회교육원, 흥사단, 볼런티어21, 열린사회시민연합, 함께하는 시민행동, 한국여성단체연합,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경실련 등의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네트워크로 한국민주시민교육의 현황과 과제를 집중 조명하는 연구 작업과 새로운 민주시민교육방법론을 연구하고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실험, 민주시민교육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작업, 민주시민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일 등을 전개해 오고 있다.


한편 정부차원의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논의는 문민정부의 공약사항의 하나로 선정한 교육개혁에 대해 교육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설치하면서 다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문민정부는 96년 10월 교육개혁위원회 내에 각계인사 19명으로 구성된 민주시민교육 연구위원회를 한시기구로 발족하여 민주시민교육개혁안을 마련하였다. 이 개혁안에서는 교사들의 민주시민교육역량 강화를 위해 교사양성 및 연수과정에 민주시민교육과정을 설치하여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 개혁안이 과거에 비해 다소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학교교육 중심의 논의만 있을 뿐 일반 사회인을 대상으로 한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민의 정부 들어와서는 민관 협력 대통령 자문기구인 제2의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가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민주시민교육 지원에 관한 법률을 입법화하기 위해 마련한 공청회에 참석하면서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고 민주시민교육포럼을 비롯한 민간단체들의 입법노력을 수용하여 국회에 민주시민교육지원법안이 상정되었지만 국회의 파행운영으로 자동 폐기되고 그 후 구체적인 진전을 보지 못한 채 현재의 참여정부로 넘어 온 상태다.



적어도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우리사회의 주류시민사회단체들은 운동의 동력을 민중에서 시민으로 전화하면서, 과학적 사회주의 패러다임 안에서 규정되어왔던 민중의 계급성을 탈색한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의 민주시민교육론은 기본적으로는 국가 및 자본과의 관계에서 대립적 권력관계에 선 피지배계층의 저항의식을 담지 한 교육이라는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애매한 이중성에 걸쳐져 있거나, 이념적 가치관을 유보하거나 배제한 채 시민참여 지향적인 실용적 방법론에 치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시민교육의 철학적 바탕에 계급주의적 사회갈등론이 아니라면 개인에 기반을 둔 자유주의와 집단적 정의에 억압된 민중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교육이념이 정립되어야 할 시점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경향 중에 하나는 국민국가적 거대담론을 벗어나 보다 작은 이야기, 시민생활과 밀접한 풀뿌리에서의 시민교육, 공간적으로는 지역사회에서의 시민교육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교육방법론에 있어서도 체험학습, 소모임의 결성과 실천으로의 연결, 참여자 중심의 교수방법 등이 최근의 시민교육에서 나타나는 특징점 들이다. 이러한 점들은 후술하는 시민사회운동과 평생학습이 만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3. 민주시민교육과 평생학습이 만나기 위한 이론적 근거



민주시민교육은 국가권위주의에 얽매인 전통적 교육 패러다임을 넘어서 시민이 주도적으로 창출해 내는 학습과 생활의 변증법적 진화의 역사이다. 그 안에는 교육에서 학습으로의 중심축의 전환이 내재되어 있다. 사실, ‘가르치는 자’ 중심의 사고에서 ‘배우는 자’중심의 사고로의 인식론적 전환은 일종의 혁명적 전환이다. 전통적 교육시스템 안에서 학습자는 분명히 교육자에게 종속되어 있으며 특히 국가에 의해 보증 받는 제도권 교육의 경우 그 안에의 학습행위에 대한 결정권은 상당 부분 교육자 혹은 국가에 의해 제한되어 있었다. 


학습혁명은 학습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교육자 혹은 국가로부터 학습자 개인으로 이양하는 시스템적이고 이념적 변화를 의미하였다. 이전의 학교라는 온실 속에서 보호되던 학습이 사회적 실천들과 강제로 거리두기를 요청 당했다면, 이제 생활세계의 시민학습은 삶의 실제 영역으로 되돌려 짐으로써 그러한 사회적 실천이 추구하는 담론 구성의 폭풍 한 가운데에 놓여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학습 중심적 관점이 힘을 얻게 된 것은 우리 사회의 변화가 근대산업사회를 넘어 포스트모던의 사회로 진입해 가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포스트모던의 사회는 근대의 국민국가를 중심으로 한 거대담론을 해체함으로써 가치판단의 절대적 기준들이 사라지게 되고 모든 판단의 중심이 주변세계의 주인인 사람들의 주체성 유무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것이 학습의 주체성이 강조되기 시작한 사회적 배경이다.


시민교육의 영역에 있어서 시민은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창출하는 동시에 그것을 학습하는 재귀적인 존재이다. 시민성이라고 하는 것이 어느 절대자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생활세계의 삶의 방식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의 한 측면으로 내어놓아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늘 날 생활세계를 방어하는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의 존재적 근거 자체가 시민담론의 형성이라는 점에서 볼 때, 평생학습의 사회적 실천성과 의미생산기능은 분명히 시민사회의 형성과 확장이라는 거대 흐름과 만나게 된다. 


이 흐름 속에서 제시된 ‘시민사회 주도의 학습네트워크’라는 개념은 국가와 시장에 의한 학습의 소외를 극복하고 그것을 인간 역사의 본원적 형성사 안으로 돌려놓는 책무성을 가지고 등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시민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공공 영역 및 그 영역의 방어와 확장의 전면에 나서 있는 시민사회운동의 흐름 속에서 ‘민주시민교육’이 평생교육의 주요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와 시장, 그리고 시민사회라는 삼분 구도로 우리 사회를 설명한다면 학습사회도 학교로 대표되는 공교육체계, 각 종 학원 등으로 대표되는 사교육시장, 그리고 시민주도의 네트워크형 학습사회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도식에 근거하여 우리나라의 평생교육 현황을 분석해보면, 우리는 전형적인 국가시스템에 의한 평생교육의 확장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999년 공포된 평생교육법을 통해 정부는 공교육의 연장선상에서 ‘계속교육’의 학점화를 추구해왔다. 평생교육법 안에 포함된 학점 은행제 혹은 독학사 학위제, 사내대학, 원격대학 등은 거의 대부분 국가가 교육을 장악하는 데 필수조건인 학위 수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의 평생교육법의 대부분은 제1섹터가 주도적으로 구축해가는 학습사회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평생교육제도는 제2섹터의 논리에도 충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인적자원개발 및 민간기업의 HRD를 지원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기능으로서의 평생교육제도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평생직업훈련개발이라는 개념으로 그것을 구체화하고 있다. 입시산업은 물론이고 민간교육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학원의 존재, 그리고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사교육비 분담액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시점에서 아직 평생학습이라는 개념과 구체적 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시민사회운동의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시민주도형 학습네트워크의 존재, 그리고 유무형의 시민교육 프로그램들은 앞으로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평생교육의 주요 영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으로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 사회운동의 성격 자체가 의식화와 조직화라는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때, 의식화를 담당하는 부분이 결국 학습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학습이란 주체가 환경을 창조해 내는 과정이다. 그동안의 평생교육의 이론과 실천은 학습을 제도중심성으로부터 탈 제도적 생활세계로 옮겨 놓는 성과를 이루었다. 생활세계 속에서의 학습은 다양한 사회적 실천들 안에 포섭되면서 반대로 그 실천들을 구성해간다. 시민사회의 형성은 그 자체가 새로운 시민성에 대한 자각과 생활변화를 수반하는 것이며 그 이면에는 끊임없는 시민학습의 기반이 깔려 있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데로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게 된 것은 포스트모던의 지식기반사회로의 진입과 함께 생활세계의 삶의 방식들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해가야 하는 시민사회 스스로의 요구에 의한 것이고, 학습 중심적 관점은 곧 학습주체인 시민의 자주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때문에 생활세계를 위협하는 외부로부터의 위험에 대처하고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해가는 시민사회의 담론형성과 실천행위인 시민사회운동은 본성적으로 평생학습과 만날 수밖에 없으며, 그 주요한 담당자가 되어야만 한다. 평생교육의 주요한 영역을 국가와 시장이 선점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결국 향후 평생학습을 시민사회가 어떻게 끌어안고 갈 것인가가 평생교육의 본래적 사명에 제대로 접근하고 올바로 실현할 수 있는가 하는 최대의 관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평생교육담론은 시민사회영역의 문제이며 생활세계의 삶과 관련된 문제들이란 것을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


* 이상의 평생교육과 시민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이론적 논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연구보고서(한숭희 외, 2002)에서 가져왔다.

그런데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필자는 기존의 1섹터와 2섹터가 구축해 놓은 성과적 측면들을 활용케 하고 3섹터의 진입을 막고 있는 장애물들을 제거하도록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파트너십은 상호 이해와 존중에서 시작되고 사안의 본질에 대한 공통된 인식과 공동의 목표실현을 위한 협력을 통해 실현된다. 


이제 1섹터, 2섹터, 3섹터 공히 대립과 배제의 관성에서 벗어나 조화와 상생의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 사물의 질적 발전이 완성되는 것은 대립물의 투쟁이 아니라 통일에서 오는 것이라는 점을 옳게 인식해야 한다. 투쟁은 대립물의 통일을 이루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시민사회운동이 평생학습과 만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접점이 될 수 있는 개념 중에 하나가 참여형 학습방법과 학습공동체의 구성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시민교육은 시민참여에 기반을 둔 학습공동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다. 학습공동체란 학습을 주목적으로 하는 개인들이 연합한 하나의 ‘단위’로서, 학습이라고 하는 인간행위에 의해 ‘관계’지워지는 한편, 그 공동체의 구성과 유지 및 발전에 학습이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집단을 말한다. 물론 학습공동체가 반드시 학습만을 수행하며 다른 여타의 사회활동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학습을 일차적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동체라고 할지라도 그 안에서 학습이 주요 과정으로 일어날 수 있다.


민주사회란 공동선을 구현하는 공동체성을 어떻게 개개인의 심성 안에 내연화시킬 것인가에 의해 그 성패가 달려있다. 시민사회의 공동체 이념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적 개인주의에 대한 반성과 극복으로부터 출발한다. 지역사회로 번역되고 있는 커뮤니티(community)의 시민교육적 관점에서의 올바른 번역은 공동체이다. 산업사회의 개인주의적이고 경쟁적인 모순을 극복하고 사회주의의 무한독재적 권위주의체제를 넘어서는 ‘인간 중심의 공동체’, 그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혀나갈 제3의 지평이다. 


성숙한 민주사회에서의 시민교육은 개개인의 사적 관계를 공공영역의 공적 관계로 승화시키면서 그 안에서 이기적 공동체가 공동선을 지향하는 공동체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공동체 안에서의 학습은 개인적인 활동 이상으로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참여가 중요시된다. 공동체 학습의 핵심은 개인의 변화를 넘어서, 개인과 공동체의 유기적 연계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공동체 자체의 변화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와 자본이 주도하는 체제중심의 정치사회화는 도구적 합리성에 기초한 기능적 전문성의 영역으로 교육의 역할을 축소시켰다. 하버마스가 제기한 생활세계(life world)에 대한 논의는 민주시민교육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에 핵심적인 주제이다. 비판적 성인학습론의 입장에서 선 교육학자들은 주로 ‘지역공동체운동’을 중심으로 한 실천운동 속에서 형성되는 민중의 주체적이고 집단적인 학습운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것은 생활세계에 대한 복원과 추구로 나타나게 되고, 정치와 경제로 특징져지는 체제 중심성과 철저히 구분되는 것이다. 


즉, 국가 관료구조와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구분되는 시민사회 영역에서의 시민들의 생활공동체에 대한 믿음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적 학습공동체는 개인의 단위를 넘어서 공동체 안의 상호작용 및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는 문화 정치적, 참여적, 주체적 학습으로서 대안교육적 개념을 띄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학습은 기존의 독점적인 지식생산체제와 그 분배체계로서의 공교육에 대해 대안적인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다고 볼 수 있으며, 개인주의적 한계에 빠진 자기주도학습론에 집단적 생명력을 불어넣고 공동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학습과정이 사회변혁과정과 연결되면서 삶의 총체적인 국면에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필자는 시민사회운동과 평생교육이 만나 함께 추구해나가야 할 교육운동 방향과 관련하여 참고해볼 수 있는 주요한 학습양식으로서, 서울대 교육학과 한숭희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하여 민주시민교육포럼에 소속된 시민교육 현장의 여러 활동가들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물인 “민주시민교육 기초조사분석 연구보고서”에서 제기하고 있는 개념 중에 하나인 ‘공동체참여학습’에 대해 주목해 보고자 한다. 보고서에서는 ‘공동체참여학습’을 구성하는 세 가지 학습의 요소로서 1)참여학습(participatory learning), 2)경험학습(experiential learning), 3)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을 들고 있다. 


이 공동체참여학습의 개념과 요소는 지금까지 앞에서 다룬 시민교육의 이론적 근거와 방향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포스트모던을 살아가야할 시민학습자들은 외부로부터 주어진 교육의 일방적 대상자가 아닌 자기주도하에 학습을 진행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고, 개인 위주의 능력개발을 넘어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공동체와의 끊임없는 소통과 일치를 위해서는 참여와 경험이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야 한다.


평생교육이념이 제기되고 현실화된 데에는 생활세계를 근거로 한 시민들의 학습요구와 그 성격의 실천성, 그리고 학습자 중심의 시민주체성이 자리 잡고 있다. 근대교육이 안고 있는 개인주의의 한계를 극복해나갈 대안은 공동체성에 대한 강조이다. 개인의 학습에 있어서도 공동학습을 통한 공동체의 경험과 실천이 결합될 때, 근대의 주류교육이 안고 있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국가, 시장, 시민사회의 3분법에 근거했을 때 평생교육의 담당자로서의 시민사회의 강조는 당연한 귀결이다. 


우리나라의 평생교육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시민교육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그에 걸맞은 실천양식이 결합되어야 하고, 평생교육 일반이 아닌 평생학습의 개념이 제기되고 강조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 ‘공동체참여학습’에서 제기하고 있는 세 가지 학습의 요소는 바로 앞 장에서 정리하였듯이 최근의 시민단체들에 의한 민주시민교육에서의 새로운 경향, 즉 풀뿌리지역사회에서의 시민교육, 체험학습, 소모임의 결성과 실천으로의 연결, 참여자 중심의 교수방법 등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민중교육으로부터 시작하여 민주시민교육을 거쳐 새로운 모색을 거듭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시민교육운동이 자연스럽게 여기로 수렴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이론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이미 시민사회의 현실적 요구가 그러하기에 시민단체들도 거기에 조응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제 시민교육의 실제 현장에서 최근의 특징적인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이 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4. 실타래를 풀 수 있는 몇 가지 시사적인 사례들.




1) 풀뿌리시민운동과 학습공동체



지역의 학습동아리를 중심으로 앎과 삶의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려는 노력들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 안에는 학습과 조직화라는 두 가지 사회운동의 목적이 자연스럽게 결합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오랜 시민운동의 전통을 갖고 있는 YMCA는 90년대 이후 전국에 퍼져 있는 지부 망을 활용하여 비교적 체계적으로 주민학습동아리운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YMCA의 학습동아리운동은 생활협동조합운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전개되어왔는데 대표적인 것이 잘 알려진 광명 YMCA의 사례이다. 우리나라의 생협은 유기농산물의 생산과 공급을 시민 자주적으로 해결해가는 협동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유형이다. 그런데 YMCA의 생협이 다른 점은 촛불과 등대라고 하는 주민소모임활동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이를 매개로 학습과 조직 활동이 항상적으로 진행된다고 하는 점이다. 


생협 구성원 개인을 촛불이라 하고 5~7명이 모인 단위를 등대라고 하며 이 등대는 매주 한 차례 정도씩 모임을 갖는다. 모임에서는 좋은 책과 비디오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사귐의 시간(인간관계훈련), 건강체조 등 누구나 쉽게 배우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이들은 정기적인 모임활동 외에 생산지 견학과 같은 체험학습, 수련회 등의 공동체훈련, 지역사회와 결합한 자원봉사실천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조직 활동을 통해 리더십을 훈련하고 새로운 촛불과 등대를 결성하는 등 재생산구조를 만들어 나간다.


이와 비슷한 주민소모임 활동은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풀뿌리시민운동이 취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서울 강북구의 “녹색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 사례나 ‘수도권 주민자치 연구모임’에 참여했던 여러 단체들의 사례, 열린사회시민연합의 지부인 북부시민회나 은평시민회 등의 활동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단기적인 잇슈파이팅이 아니라 주민생활과 밀착한 지속적인 실천 활동을 추구하고, 참여하는 주민들의 의식변화, 생활양식의 변화를 주요한 과제로 삼고 있는 풀뿌리시민운동의 일반적 특성상 주민학습공동체의 조직과 일상적 운영, 현장실천성과의 결합은 너무도 당연한 존재이유와도 같은 것이다. 


이런 주민참여형의 풀뿌리시민운동의 특성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 적이 있었는데, 평생학습 분야에서의 학습공동체 형성에 대한 문제의식과 같은 연장선상의 인식이 아닌가 생각된다.


1) 지역주민들의 생활상의 문제, 삶터에서 발생하는 문제로부터 운동의 소재를 찾는다.

2) 단기적 이슈가 아니라 지속적인 실천 활동을 통해 성과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활동한다.

3)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식변화, 생활양식의 변화를 추구한다.

4) 주민 스스로가 실천과정에서 역할을 찾도록 한다.

5) 문제해결을 위해 지역사회내의 각종 자원을 발굴, 연계하고 동원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6) 자원봉사자를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활용한다.

7) 해당사안뿐 아니라 지역사회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불러일으키도록 한다.

8) 일상적인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회원소모임, 각종 동아리활동 등을 조직한다.

9) 회원들의 성장과 발전에 주의를 기울인다.




2) 참가자 지향의 민주시민교육방법론



최근 몇 년간 민주시민교육의 현장에서 마치 유령과도 같이 소리 소문도 없이 퍼져나가더니 어느 날 가장 주요한 교육방법론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민주시민교육방법론’이라고 이름 붙여진 민주적 의사소통 기법이다. 언뜻 보기에 레크리에이션 같기도 하고 인간관계훈련의 변종인 것도 같은 이 방법론이 민주시민교육 현장에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채 5년이 안된다. 


주로 독일에서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정치교육의 방법으로 개발되었다는 이 방법론은 한국에 소개되면서 빠른 속도로 영향을 주고 있다. 이 방법론은 민주시민교육의 현장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접목되어 활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자원봉사관리자 전문교육단체인 볼런티어21 자원봉사리더십센터의 교육활용 예이다. 또 교육기획과 진행을 담당하는 활동가들이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민주시민교육방법론 훈련과 연구를 위해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모임을 운영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는 데 열린사회시민연합 공동체시민교육기획단 ‘마중물’이 그러한 예이다.


민주시민교육포럼에 속한 주요 시민단체들의 활동가들은 대개 이 방법론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실제 교육현장에서 적용하여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의 강의식 교육방법에 한계를 느낀 교육담당자들은 워크숍을 진행하는 진행자(moderator)로 자기변신을 꾀하였다. 이들은 이 방법론의 핵심적 내용 중 하나인 다양성 존중의 원칙을 공유하고 있으며, 마음열기(Ice-Breaking), 브레인라이팅과 마인드맵핑(Mind-mapping), 교육 참가자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벌집’과 ‘번개’, 참가자의 토론을 이끌어내는 ‘모서리게임’, ‘신호등게임’, ‘거리두기’, 두마음게임‘ 등을 광범위하게 실전에 활용하고 있다.


이 방법론은 경험학습의 원리를 채택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교수자와 학습자간의 권위주의적 위계를 파괴하고 학습자의 참여와 자기주도성을 중시하는 참가자지향의 교육방법을 전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학습자가 공동학습에 참여하고 있는 타 학습자와의 관계 속에서 학습내용을 획득토록 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와의 연관성을 이해하도록 하며 학습 속에서 역할극, 계획게임과 같은 가상실천을 조직함으로써 교육의 실천지향성을 높이는 데 까지 나아가고 있다.




3) 지역공동체와 주민자치센터



주민자치센터는 단지 동(읍․면)사무소에 설치된 주민서비스공간으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그 지역사회 전체단위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설치된 각종 문화, 복지, 교육, 편익시설과 프로그램 등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설정되었으며, 특히 주민자치위원회의 구성과 맞물려 설계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개념에 대한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 


한마디로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들이 서로 만나 교류하고 공동의 문제를 함께 도와 해결하는 주민광장이고 주민들의 참여와 자주적 관리에 의해 운영되는 주민자치기관을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의 기능은 문화여가기능, 시민교육기능, 정보교류기능, 협동경제기능, 지역복지기능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물론 이렇게 다양한 기능 중에서 지역실정에 따라 역점 기능을 달리 할 수도 있는데, 기본이 되는 것은 지역의 문화, 교육, 정보, 경제, 복지 등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주민들이 직접 참여케 하는 자치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자치센터는 평생교육정책의 측면에서 본다면 매우 훌륭한 평생학습거점 내지 단위시설로 활용될 수 있다. 주민자치력의 향상과 지역공동체의식의 함양이라는 자치센터 본연의 사명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도 전제가 되는 것은 지역주민들이 민주공동체의식으로 의식화되는 것이 필수이다. 주민자치센터의 사명실현정도를 가늠하는 것은 곧 그 주체인 지역주민들과 주민자치위원들의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과 공동체시민의식의 체현정도에 비례하는 것인 만큼 주민자치센터가 다른 어떤 기능보다도 시민교육기능에 중점을 두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동안 주민자치센터 운영과정에서 발굴된 우수 프로그램들을 보면 방과 후 교실이나 어린이도서관 운영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 특히 여성들의 참여를 높이고 가족단위 체험학습프로그램으로 발전한 경우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또 환경교육 프로그램이나 “다같이 돌자 동네한바퀴” 등 지역사회 알기 교육 프로그램, 농촌지역 여성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문해교육, 부모역할훈련, 주민자치위원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 등 현장성 있고 역동적인 학습프로그램이 많이 발견되고 있어 바람직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취미교양이나 직업훈련 등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주민자치센터에서 개설된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대동소이한 경우가 많으므로, 시급한 것은 역할분담의 측면이라기보다는 올바른 시민교육의 내용과 프로그램 개발의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지역평생교육정보센터 등 지원기관들의 미래지향적인 컨텐츠 개발과 주민들과 잘 호흡할 수 있는 현장실무인력의 양성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상호 관계가 형성되고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행정지원체계에 있어서도 지금과 같이 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분리되어 있는 구조 하에서는 효율적인 지원체계가 구축되는데 여러 가지 장애가 발생하므로, 빠른 시일 내에 지방자치제도에 있어 행정과 교육부분이 통합되어 종합적인 정책과 효과적인 지원이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를 봐도 우리의 주민자치센터와 유사한 공민관이 각 지역마다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자리 잡고 있으며 지방정부의 교육관련 전문공무원들이 파견되어 공민관의 운영을 지원하고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와 각 종 학습동아리 모임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의 주민자치센터가 일본과는 환경과 설립목적에서 많은 차이를 갖고 있어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주민자치기능의 강화라는 우리의 장점을 잘 살려나가면서도 지역에 따라서는 평생교육센터로서의 역할을 특성화하는 등 창조적 모색을 할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일상적으로 시민들의 학습동아리들이 형성되고 ‘항상 공부하는 마을’을 꿈꾸는 것이 필자의 오래된 즐거운 상상 중의 하나이다.





5. 마중물이 되기 위하여




한국사회는 급속한 산업화과정에서 전통적인 공동체 삶의 양식들이 해체되고 시민의식에 있어서도 혈연, 지연, 타 집단에 대한 배타성 등 부정적 의미에서의 공동체의식만이 굴절되어 잔존하게 되었다. 또 민주주의의 성장은 그 본질적인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의 경쟁시스템에 지배당하면서 타인과 공동체에 대한 무관심과 다양한 형태의 집단․개인이기주의의 폐해를 낳고 있다. 


이제 우리사회는 시민들의 건강한 공동체의식의 성장과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회질서가 창출되지 않으면 그 어떠한 성장도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으며, 목표를 상실하여 성장 그 자체도 한계에 부딪히는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한 사회를 구성하고 움직여가는 데 있어 국가나 시장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 모태가 되기도 하고 대상이 되기도 하며, 더 나아가 비판과 견제, 새로운 창조의 역할을 하는 것이 시민사회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시민사회야말로 한 사회의 성장발전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영역이다. 시민사회의 구성원들인 시민들이 어떠한 의식과 삶의 문화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 시민사회의 수준과 역할이 규정된다고 했을 때, 그러한 시민들의 의식성장과 삶의 양식들을 변화시켜내는 기초가 되는 분야가 시민교육이고, 시민운동이 진정 시민사회를 대변하고 이끌어가려 한다면 무엇보다도 시민교육에 관심과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시민교육의 측면에서 시민단체들의 역할이 갖는 1차적 특성이자 장점은 교육주체의 자주성과 창의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각성과 자율적인 선택을 기초로 하는 근대민주사회에서 시민들의 자기성장과 발전, 나아가 공동체의 한 성원으로서의 책임성을 갖춰나가는 것은 국가행정권력의 강제적인 힘이나 제도적인 규제로 충분히 해결할 수 없으며, 시장논리에 내맡겨서도 그 공공성을 담보할 수 없다. 시민교육의 주체, 특히 성인교육의 주체와 관련하여 시민단체들의 역할이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민주화운동의 과정과 시민단체들의 활동과정에서 형성되어온 민주시민교육론은 시민사회의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주도의 공민교육과는 다른 측면의 긍정성을 갖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은 시민들로 하여금 전근대적인 권위주의와 비합리성을 극복하고 사회에 대한 비판능력과 이성적 사고능력을 갖추어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하는 데 기본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민주시민교육은 우리사회의 전근대적인 잔재를 극복하고 시민사회를 안착, 활성화시키는 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기여를 해왔지만, 민중교육의 전통이 잘 말해주고 있듯이 기본적으로는 국가 및 자본과의 관계에서 대립적 권력관계에 선 피지배계층의 저항의식을 담지 한 교육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시대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사물의 질적 발전이 완성되는 것은 대립물의 투쟁이 아니라 통일에서 오는 것이라는 점을 옳게 인식해야 한다. 투쟁은 대립물의 통일을 이루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이제 우리는 대립과 배제의 관성에서 벗어나 조화와 상생의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 산업사회의 개인주의적이고 경쟁적인 모순을 극복하고 사회주의의 무한 독재적 권위주의체제를 넘어서는 ‘인간 중심의 공동체’, 그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혀나갈 제3의 지평이다.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우리는 과거의 낡은 관점을 버리고 새로운 관점을 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음과 같은 ‘협조성에 근거한 인간중심의 사회발전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의 발전은 어떤 다른 힘이 아니라 사람의 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며, 사람의 힘은 사회구성원들의 이성적 사고능력과 이들 사이의 협조성이 구현되는 수준에 의해 좌우된다. 우리가 사회의 발전을 위해 수행하고 있는 활동들은 사회구성원들의 생각과 인격의 변화발전을 통하여 공동체적 협력관계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기본을 이룬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라야 다른 사회적 활동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사회발전의 핵심동력은 결국 사람들의 능력이며 그들 간의 새로운 관계형성을 통해 사회는 발전한다. 때문에 시민교육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회발전의 핵심요소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시민교육은 사회를 이루고 있는 시민들이 1) 사회의 주인으로서의 공적 책임을 자각하고, 2) 인간의 삶의 전반적인 현실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여 제반 문제들에 대한 자주적 판단력을 가지며, 3)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협조성을 발전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 포스트모던의 지식기반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는 생활세계의 삶의 방식들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해가야 하는 요구가 존재하며, 시민 스스로가 학습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런 시민들에게는 현대생활에 필요한 지식정보의 습득, 다양한 갈등의 중재능력, 자기소외로부터의 해방, 개인주의의 극복, 시민들의 능동적 공동체 활동 참여, 개인과 공동체 간의 조화로운 관계형성 등의 욕구가 존재하며 시민교육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교육적 내용과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해결하기 위한 모티브로 필자는 앞에서 예를 든 풀뿌리시민운동에서의 학습공동체, 참가자지향의 시민교육방법론,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주민자치센터를 주목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현장교육활동의 필요에서 출발하고 개척해온 이러한 사례들은 시민운동이 도달한 최근의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것은 또한 평생학습의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또한 교육연구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이론적 근거들인 학습자 중심적 관점의 시민주체성, 생활세계에 근거한 평생학습의 사회적 실천성, 국가, 시장, 시민사회의 삼분법에 의거한 평생학습에 대한 시민사회 주도성의 강조, 개인주의를 극복하는 공동체학습의 지향성, 참여학습, 경험학습, 자기주도학습을 기본 요소로 하는 공동체참여학습양식의 문제제기 등과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장의 요구를 수용하고 이론적 검토를 거쳐 시민사회단체와 평생학습이 만나고 실천적 검증을 거쳐 새로운 시민교육의 물결이 형성되기를 필자는 고대한다. 새로운 시민교육은 아마도 지역사회공동체(community)에서의 실험을 기반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역사회는 국민국가체제의 약화경향과 시민사회의 다양성 증대, 지구촌화의 흐름 속에서 시민들의 일상적 삶의 현장에 근거한 배움터로 새롭게 인식되어 지고 있는 영역이다. 또 사회적 제도와 구조 속에서 규정되어진 개인으로의 접근이 아니라 자유로운 개인과 그들 상호간의 관계와 그를 통해 만들어지고 운영되어지는 사회에 대한 이해와 훈련의 측면에서 교육을 접근해보는 것도 매우 유의미한 시사점을 던져 주리라 생각한다. 


그러한 교육은 개개인의 사적 관계를 공공영역의 공적 관계로 승화시키면서 그 안에서 이기적 공동체가 공동선을 지향하는 공동체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며 성숙한 시민사회를 이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고 시도되는 시민교육을 필자는 실험적으로 “참여형 공동체 시민교육”으로 불러보면 어떨까 하고 제안해 본다.



새로운 모색은 누군가 먼저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몸을 던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마치 우리 어릴 적 펌프질로 물 길어 먹을 때 한 바가지 먼저 윗구멍에 붓고 부지런히 뿜어 대면 그 물이 땅 속 깊이 마중 나가 큰물을 데 몰고 나오는 ‘마중물’이 있었듯이 말이다. 지금 현장의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마중물이 되는 것이다.




※ 글 쓰는 데 참고한 책들



『공동체시민교육의 이해와 모색』, 공동체시민교육 기획단 참고자료집, 열린사회시민연합 2002년 발간

『민주시민교육 길잡이』, 민주시민교육포럼 자료집, 독일 콘라도 아데나워 재단 2002년 발간

『민주시민교육의 개념과 쟁점』, 민주시민교육 기초조사분석 연구보고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2년 발간








마중물이 된 사람




우리 어릴 적 펌프질로 물 길어 먹을 때


‘마중물’이라고 있었다.


한 바가지 먼저 윗구멍에 붓고 부지런히 뿜어 대면


그 물이 땅 속 깊이 마중 나가 큰물을 데 몰고 왔다.


‘마중물’을 넣고 얼마간 뿜다 보면


낭창하게 손에 느껴지는 물의 무게가 오졌다.


누군가 먼저 슬픔의 ‘마중물’이 되어준 사랑이 우리들 곁에 있다.


누군가 먼저 슬픔의 무저갱으로 제 몸을 던져 모두를 구원한 사람이 있다.


그가 먼저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기에


그가 먼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꿋꿋이 견뎠기에...








자치단체재편에 대한 아이디어(2005.7.)

 자치단체 재편에 대한 아이디어


-. 국가행정계층은 중앙정부 - (통합)군의 2계층제, 지방자치단체는 시의 1계층제로 한다. 주민밀착행정서비스를 위해 지역적 특성에 따라 하위에 1계층을 더 둘 수도 있으나 이는 단순 행정단위이다. 통일 시에는 남북연방정부를 구성한다.


-. (통합)군의 성격 : 현재의 도보다는 작고 군보다는 큰 광역적 범위에서의 국가위임사무를 주사무로 하지만 시에 속하지 않는 지역의 주민대표성과 자치성을 감안하여 지방자치단체적 성격도 가미한다(해당지역내의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인 시와 자치단체를 구성하지 않은 지역을 포함함). 미국의 카운티와 비슷한 개념.

시의회선출 및 주민직선에 의한 군의회, 군의회에서 선출한 군수, 중앙정부의 추천과 군의회의 동의로 임명된 행정전문가인 부군수 및 행정부로 구성한다. 재정은 중앙정부의 교부금 및 자치단체(시)의 분담금으로 구성한다.

예) 서울군(서울시 및 인접지역으로 구성), 경기서부군, 경기남부군, 경기북부군, 강원동부군, 원주제천군, 광주군, 전남서부군(목포 등)....


-. 시의 성격 : 중앙정부로부터 독립된 지방자치단체이다. 주민직접선거에 의한 시의회와 직선시장(대도시 지역), 시의회와 간선시장(대체로 작은규모의 자치단체) 등 다양한 형태를 가질 수 있으며 행정권은 시장에 속하고 자치사무만을 취급한다. 예외적으로 군과의 협정에 따라 사무를 위임하거나 수임받을 수 있다. 국가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안에서 독자적인 조례제정권, 예산권(조세권), 행정조직권, 경찰권, 교육자치권, 주민투표, 소환, 발안권 등을 갖는다.

지리적, 역사적, 문화적, 산업적, 정치적 동질성과 연관성을 기반으로 주민들의 자유로운 의사(주민투표 등의 방법)에 기초하여 구성할 때 지방자치단체로서 인정한다. 최소요건기준은 법으로 정한다. 예) 인구3만이상 등 ;

자치단체를 구성하지 않는 지역과 그에 속하지 않는 주민들도 있을 수 있고 그 경우에는 군에 속한다. 다수의 농촌지역이 그럴 것으로 생각됨 ;

기존의 자치단체가 중복되는 경우는 해당지역 주민들의 자유투표에 의해 자치단체의 범위와 통합여부를 정한다. 예)서울시와 산하 각 구,(1안 서울단일시안, 2안 3~4개로 구를 통합하는 안, 3안 현재의 구를 시로 독립시키는 안).

대체적으로 광역시지역은 기존의 기초단체보다는 큰 범위의 시로 재편되고 그 외의 지역은 기존보다 작은 범위의 시로 재편됨.  


시민운동이 생명력을 가지려면(2010.9. 열린사회회지)

 일전에 페이스북에 “마을이 세상이고, 사람이 희망이다. 학습이 방법이고 관계가 관건이다"라는 짧은 글귀를 올린 적이 있다. 익산희망연대의 소식지에서 보고 공감하여 옮겨적은 것이다. 그런데 오늘 ‘살기좋은 광주만들기 네트워크’에서 발간한 ‘마을이 희망이다’이란 책을 읽으며 그것이 광주지역의 마을만들기운동 원로이신 최봉익 선생님의 핵심 가르침이었음을 다시금 일깨우게 되었다.

최근 마을만들기 현장 활동가들간의 교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계기가 된 것은 페이스북의 ‘마을만들기네트워크’ 그룹을 통해 끊어졌던 인연들이 이어지고, 또 전북지역에 마을만들기지원센터가 설립되면서 전국교류모임에 적극적 의지를 가진 분들이 나섰기 때문이었다. 7월의 경기 화성모임, 8월의 강원 강릉모임에 이어 9월에는 충북 충주에서 모임을 갖는다. 우리 단체가 주관하는 주민자치전국박람회에서도 주제가 ‘함께 만드는 우리마을’이다. 20세기의 성자라 불리는 간디는 일찍이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라고 했다. 탐욕과 무한경쟁으로 점철된 현대의 물질중심문명의 실패로부터 세계를 구할 희망을 ‘마을자치’로부터 찾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을이 물리적 환경이자 지향해야 할 정신을 담고 있다면 그것을 만들고 현실화시킬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10년간의 주민자치박람회 사례를 살펴보아도 그렇고, 마을만들기네트워크의 교류모임에서도 그렇고 참여자들이 한결같이 말하고 있는 것은 ‘좋은 사람이 있어 좋은 마을을 만든다’는 것이다. 마을리더가 중요하고 마을구성원들의 생각과 준비정도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경험법칙은 말할 것도 없고,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반드시 거기에 공무원이든 활동가든 누군가 헌신적이고 능력있는 ‘사람’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눈을 우리 내부로 돌려 ‘열린사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생각해볼 때도 역시 ‘사람’이 키워드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열린사회’를 창립하면서 우리는 ‘사람을 존중하는 희망공동체’를 만들자고 하였다. 회원들, 그리고 주민들 사이의 관계를 잘 발전시키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풀뿌리공동체운동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우리 자신을 뒤돌아볼 때 자칫 ‘사람’이 아닌 ‘일’에 매몰되어 있지는 않은지, ‘나무’에만 매달리고 ‘숲’ 전체를 조망해보는 것에는 소홀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사람이 희망이지만 저절로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학습이 방법이고 관계가 관건’이라는 말씀이 소중하다. 우리가 잘 아는 논어의 유명한 구절,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를 이남곡 선생님과 함께 연찬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학(學)은 진리를 탐구하는 것, 습(習)은 그것을 체득하는 것이다. 학이 머리라면 습은 몸에 비유할 수 있다. 학은 대개 혼자 하게 되지만 습은 여럿이 함께 한다. 사람이 희망으로 되게 만드는 학습은 여럿이 함께 익힐 때 비로소 꼴을 갖추게 된다. 관계 속에서 사람은 희망으로 성장해가는 것이다.

또 배워도 즐겁지(說) 않다면 자신의 학습을 한번 되돌아보야야 한다. 여기서 내가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던 점은 시민운동의 생명력도 이와 같다는 것이다. 시민운동이 '옳다'에서만 출발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의무감이나 책임감만 가지고는 즐거울 수 없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접하게 되면 화가 나고 갈등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왜 화가 나는지도 모른다. 시민운동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데서 출발해서 그것을 찾고 실현해가는 데 기쁨을 느껴야 한다.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학습의 계절이 되도록 노력하자. 우리의 활동을, 아니 나 자신을 연찬(硏鑽)해보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 보자. 학습은 혼자만 하는 게 아니다. 


10회주민자치박람회대회사(2010.9.)

 대회사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전국 2500여 곳의 지역현장에 주민자치씨앗들이 뿌려졌고 여기저기서 새싹들이 움터 오르더니 이제는 제법 주민자치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지역공동체의 모습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생활공간의 질을 개선하는 활동, 이웃의 아픔과 어려움을 함께 돌보는 활동, 다양한 문화여가와 평생학습활동, 주민들의 참여와 제안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해가는 활동에 이르기까지 소중한 주민자치나무들은 씩씩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10년 전 주민자치센터 제도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만 해도 생소한 제도에 행정담당자들은 당황했고 자치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한 일반주민자치위원들이 자치센터를 잘 운영해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품은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번 자치의 샘물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물줄기는 멈출 줄을 모르고 메마른 대지를 적셔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년 박람회의 큰마당에 모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노고를 격려하고 모범을 배우고 퍼뜨렸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제 10회 행사를 기쁜 축제의 장으로 맞이하고 있습니다. 유서 깊은 진주 남강에 찬란히 흐르는 저 유등들도 우리들의 축제를 축복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제 10회 행사는 또한 새로운 전진을 약속하는 결의의 장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난 10년의 경험을 발판으로 주민자치, 생활자치 실천의 장(場)인 주민자치센터의 성과를 확인하고 더욱 발전시켜나갈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시민들의 생활터전을 더욱 쾌적하고 안전하게 만들고 우리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고 이웃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살기좋은 공동체 마을만들기운동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더 나아가 지역의 특성과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에 활력을 가져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확산시켜 갈 것입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시정에 참여하고 책임을 다하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관련된 다른 분야와도 열린자세로 교류하고 협력도 넓혀가며 민・관 파트너십도 더욱 심화시켜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뜻깊은 이번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준비해주신 진주시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후원해주신 행정안전부와 경상남도에도 감사드립니다. 한국 주민자치역사의 한 이정표가 될 제10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의 개최도시 진주는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2010년 9월 29일

(사)열린사회시민연합 공동대표 박홍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