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다수가 똑똑한 소수보다 더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
박홍순(거버넌스센터 이사, 강남구 자치협력관)
12인의 성남 사람들(12 Angry Men)이란 영화가 있다.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소년의 유죄 여부를 가리는 배심원 열두 명 가운데 대다수는 법정에 제출된 증거와 증인이 압도적으로 소년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쉽게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이 예상되었지만 기존의 권위에 의문을 품은 배심원들이 하나하나 의문점을 제시하고 토론되면서 결국 최종판결은 극적으로 무죄 방면을 선고하게 된다.
배심원 가운데 유일하게 잭나이프 사용경험이 있는 슬럼가 출신의 공장노동자 5번 배심원의 의구심으로부터 재검토가 시작되고, 거동이 어려운 팔순노인 9번 배심원의 경험에서 나오는 문제제기에 절름발이 목격자 증언의 신빙성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으며. 안경을 벗고 쉬고 있다 우연히 떠오른 주식중개인 4번 배심원의 순간적 깨달음이 근시 여성 목격자 증언에 문제가 있다고 배심원들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12인의 성남 사람들”은 평범하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접근하는 사람들이 우수하지만 유사한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사람들보다 더 훌륭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서로 다른 문제 해결 방법을 가진 사람들은 상호보완적인 접근 방법으로 해결책을 개선할 수 있다.
민관협치의 원리가 바로 이와 같다. 지금 여러 지방정부에서 민관협치가 중요한 정책으로 채택되어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주민들을 지역문제해결의 파트너로 초대하여 더 훌륭한 해결책을 찾기 위함이다. 민관협치란 행정이 가지고 있던 권한을 주민과 함께 나누어 지역의 문제를 찾아보고, 공론을 통해 해결 방안을 만들고, 같이 실행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동안 우리는 자신을 대신할 유능한 대표자들을 뽑아 정치를 맡기고 시험을 통해 선발된 행정전문가들에게 공공사무를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민주주의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시대와 환경이 변화하였다. 이제 더 이상 똑똑한 몇 몇 사람들에게 일을 맡겨놓고 뭔가 혜택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사회가 거대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시민들의 요구와 필요도 세분화되고 더 이상 행정 혼자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지금 시대는 시민이 행정을 대상으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시대를 넘어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해 공동생산자로서 함께 노력해야하는 시대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경제법칙으로 긴 꼬리(long tail)법칙이 주목받고 있다. 긴 꼬리 법칙을 이해하려면 거대한 공룡의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지금까지 기업의 수익을 좌우한 것이 20%의 머리 부분이었다면, 인터넷 세상에서는 80%의 꼬리가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는 게 긴 꼬리 법칙의 요지다. 사소한 다수가 핵심적인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이다. 긴 꼬리 효과는 일단 생성되면 스스로를 확대재생산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디지털 혁명이 사회적 다양성을 지속적으로 증대시킨다는 긴 꼬리 효과 이론은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늘려주면 공공선에 더 부합하는 판단을 할 수 있고 문제해결 능력을 높인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제 스마트 도시를 지향하는 강남구가 앞으로 구현해야 할 행정방식은 바로 민관협치 행정이다. 지금 강남구는 도시를 뉴디자인 해나가고 있다. 거리와 공간과 같은 외형적인 디자인의 리뉴얼뿐 아니라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 행정의 방식도 뉴디자인해야 한다. 주민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품격 높은 행정, 신뢰와 협력이 일상문화가 되는 강남공감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민관협치 기획 시리즈 연재가 시작됩니다.
- 민관협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생생한 현장사례를 소개하며, 주민생활과 구정의 여러 분야에서 민관협치의 방안들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 전문가와 주민 칼럼, 관계자 인터뷰, 현장탐방 취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