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특별좌담회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제23차 대화모임이 2012년 11월 23(금)~24(토) 서울에서 열렸고, 이 행사의 일환으로 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전국적인 동향을 점검하고 향후 과제를 검토하기 위해 특별좌담회가 기획되었다.
이른 아침에 전국에서 부지런히 올라온 참석자들은 피곤한 몸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각자의 지역에서 안고 있는 고민을 털어놓으며 “마치 힐링캠프에 온 것 같다”며 서로를 걱정하고 격려해주었다.
진지한 토론과 웃음, 힐링이 함께 하면서 3시간 30분에 걸친 좌담회가 진행되었다. 못다한 이야기도 많고 내년 숙제로 넘긴 부분도 많지만 현재 전국적으로 급속하게 퍼져나가는 지원센터 설립 동향에 대해 많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조심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냉철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별좌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아래와 같이 기록으로 남겨 마을만들기지원센터와 같은 중간지원조직 설립을 준비하거나 운영중인 지역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 일시 : 2012.11.24(토) 오전 9시 30분 - 오후 1시
○ 장소 : 서울마을공동체지원센터 3층 회의실
○ 사회 : 박홍순(전국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
○ 정리 : 구자인(사단법인 마을엔사람 이사)
○ 참석자 : (가나다순)
구자인 진안군 마을만들기 지원팀장
권상동 강릉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센터장
박홍순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홍보협력실장
오정례 정읍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센터장
이근호 수원시 수원마을르상스센터 센터장
참관 : 류태희, 000(정읍), 심윤보(강릉)
사회자가 좌담회를 가지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나누고 싶은 내용을 크게 (1) 마을만들기의 역사성, (2) 마을만들기의 현재 동향, (3) 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발전과제 등 세 가지로 나누어 제기하고 참석자들에게 의견을 들은 후 이야기를 시작하다.
1. 마을만들기의 역사성과 지역 상황
박 : 여기 모인 분들은 마을만들기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경력이나 지역이 다양한데 모두가 한마디씩 하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오래된 구자인 박사부터 한 말씀 해주시죠.
구 : 제가 최근에 많이 강조하는 것인데 마을만들기의 역사성에 기초하여 우리가 꿈꾸는 사회를 함께 그려보면 좋겠습니다. 마을만들기는 행정사업이 아니라 살고 있는 주민들이 자신의 생활세계를 살기좋게 만들어보자는 풀뿌리 운동입니다. 저는 1992년이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고 봅니다. 지방자치 선거가 실시되고 브라질 리우환경회의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개념이 제기되고 이후 광역단위로 지방의제가 조직되기 시작했죠. [몬드라곤에서 배우자]는 책도 번역되었죠. 개인적으로도 이런 문제에 관계하면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마을만들기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흐름이 최근 들어 행정사업과 강하게 결합되면서 생각하는 폭이 아주 좁아져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향후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만들기로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마을만들기의 역사성을 복원하고 기본철학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박 : 거슬러 올라가면 마을만들기가 1990년대 초반까지 가겠지만 지금처럼 전국적인 붐이 된 것은 2006년에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가 결성되고 2007년에 진안에서 마을만들기 전국대회가 열린 것이 큰 계기였다고 봅니다. 이후 2010년에 전국을 순회하며 매월 대화모임을 가지면서 마을만들기지원센터 논의도 본격화된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권 : 저는 마을만들기를 늦게 시작한 셈인데, 초기에는 지역에서 학습에 열중하였습니다. 지역 활동을 하면서 마을만들기에 주목하고 제안하였으나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07년에 진안의 전국대회 참가를 계기로 큰 힘을 얻었습니다. 지역내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있는 차에 전국대회 참가와 대화모임을 통해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지역의 리더들과 함께 참여하며 지역문제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되었죠. 특히 2010년 화성에서 처음 시작된 대화모임 이후로 매달 모이면서 공부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전국적인 교류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재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마을만들기 전국대회가 올해 창원에서 다시 시작된 것은 아주 고무적인 것이고, 강릉에서도 올해 지원센터가 정식으로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오 : 저는 여기서 가장 늦게 시작한 셈이네요, 이제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웃음) 그러나 의미를 돌아보자면 국가 정책과 지역정치에 참가하며 이런 활동이 지역과 주민 생활의 변화를 일으키는데 많은 한계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지역 현장 속에서 주민들과 함께 움직이는 마을만들기 활동을 보며 확실한 대안이라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방의제 사무처장을 2000년부터 하였고 의제 만드는 활동에 주력하였지만 대안을 만드는 것까지는 어려웠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을 보면서 최근에는 조금씩 전체 그림이 그려지는 느낌입니다. 진안이나 완주 같이 농촌에서 시작된 활동이 이제 도시로도 빨리 확산되는 것을 보며 지역의 희망을 더 가지게 되어 기쁩니다.
박 : 제가 듣기로 지방자치, 지방의제 활동에서 채우지 못하던 부분을 마을만들기에 접하면서 많이 채워지고 있다는 취지로 생각됩니다. 최근이 활동이 아주 활발한 수원의 이근호 센터장님도 말씀해주시죠.
이 : 제가 오랫 동안 활동해온 지방의제 쪽에서는 마을만들기란 용어보다 마을의제에 더 익숙합니다. 그런 점에서 마을만들기에 오랫동안 참여한 셈이지만 용어가 아직 널리 정착되지 않아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을만들기가 새마을운동처럼 국민운동(표현은 많이 어색하지만)으로 전개된다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제 뜻은 마을만들기도 국민운동처럼 전개되어 우리나라 전체를 풀뿌리에서부터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대안운동의 하나로 발전했으면 하는 기대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것을 요구받고 있는 시점이 아닐까도 생각되고요.
2. 마을만들기의 현재 상황
구 : 사실 중앙정치 참여나 정책의제 제안으로 풀뿌리 차원의 변화가 생기는 것을 잘 보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농촌이 살아야 도시문제도 해결된다’는 나름의 실천적 경험도 있어 농촌의 마을만들기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만들기라는 비전과 철학을 가지고 마을만들기라는 틀 안에 진안에서 지금까지 활동해온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갈수록 행정 사업화되는 경향이 강한 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고 마을만들기의 꿈과 철학을 보여주면 지역주민들에게 좀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김찬호 선생이 번역한 [이런 마을에서 살고 싶다]는 제목의 책과 같이 등 우리가 꿈꾸는 마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림이나글, 소설, 만화 등의 형태로 다양하게 표현되면 좋겠습니다.
이 : 구박사 말씀처럼 최근에 너무 다양한 움직임이 있는데, 이런 속에서 하나의 큰 물줄기를 만들고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권 : 마을만들기란 발상이 서울에서 먼저 제기되었지만 농촌 지역에서 실천 경험이 더욱 축적되고 구체적인 비전도 만들어가고 있다 봅니다. 최근에는 마을만들기가 경제, 문화, 복지 등과 결합되고 확산되는 계기를 제공하며 ‘마을’이란 공간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있지요. 하지만 양의 확장을 넘어 질적인 심화가 더 중요하고 마을만들기가 너무 어렵게 이야기되는 경향을 극복해야 합니다. 지역에 계신 분들이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답을 제공해주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연구자들이 만든 마을만들기 매뉴얼이나 가이드북 같은 것이 있는데, 너무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담으려고 하다 보니 오류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현장과의 밀착도를 좀 더 고려하여 지역 상황과 주민 특성에 맞게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주도하다 보니 마을만들기의 의미가 너무 협소하게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봅니다.
류 : 참고 발언입니다만, 마을만들기 매뉴얼 형태의 작업이 최근에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권 : 메뉴얼 작업은 많은데 한 권에 너무 많은 양을 담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문제의식입니다. 현장감이 있는 매뉴얼이 더욱 필요하다는 문제제기이지요.
이 : 제 생각으로 매뉴얼 자체는 식당 메뉴와 비슷하다 봅니다. 여러 분야에서의 시도 자체가 의미가 있고, 다만 지역 활동가가 스스로 필요한 부분을 선택하고 가공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구 : 현장감이 있는 매뉴얼, 주민교육의 방법론 등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한 시점인 셈입니다. 초기 연구자들이 만든 보고서 형태(특히 활자화된 형태)의 매뉴얼은 지역 현장에 도움이 안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동영상 같은 교자재가 더욱 많이 만들어져야 하고, 마을만들기 활동가 대상의 자체 워크숍도 많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활동 경험을 축적하면서 활동가들이 만드는 매뉴얼 작업이나 교육 방법론 개선 등으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박 : 모두들 지역활동을 직접 하면서 나타나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많이 지적하신 것 같네요. 마을만들기의 역사성이나 현재 과제 등은 이 정도로 논의하고 이제 지원센터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보도록 합시다. 최근에 전국을 돌며 한번 조사를 하신 권상동 센터장님이 먼저 말문을 열어주시죠.
권 : 광주 북구청에서 가장 먼저 행정 주도로 지원센터를 설치하였고 이후 전국적으로 조금씩 확산되다가 최근에 가속도가 붙은 모습입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구체화되어 있는 곳은 13개소로 보입니다. 지원센터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국적으로 많이 공감대를 얻어 빨리 확산되고 있는데, 준비중인 곳도 7-8개소 있습니다. 지역 상황에 맞게끔 자기 속도에 맞추어 토론중인데 다양한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기대됩니다.
이 : 개인적으로 청주의 지원센터와 같은 경우를 어떻게 봐야할 지... 대학 내에 설치된 경우도 지원센터에 포함하는 것이 맞는지 원칙이나 분류방법에 대해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구 : 제가 보기에 청주는 일본 세타가야구의 모형을 도입하며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치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지역마다 마을만들기를 도입하고 논의하며 실천하는 역사적 상황에 따라 지원센터 설치유형도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역마다 다양한 유형과 형태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향후 지원센터 설치를 고민하는 지역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한 모델이나 역할과 원칙 등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권 : 청주의 경우 초기 논의과정을 보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지원센터의 정체성이 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볼 때 중간지원조직이란 측면에서는 불명확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최근에 대학 내부에 지원센터를 설치하는 경우가 여기저기 나타나는데 어떻게 볼 것인지 아직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네요. 또 국토해양부의 살고싶은도시만들기 사업 관련하여 만들어진 지원센터까지 포함하여 생각해보자면 움직임이 훨씬 복잡합니다.
박 : 청주 사례는 마을만들기나 지원센터 관련하여 초기 논의나 역사성 측면에서 참여형 도시계획의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한 조직임에 분명합니다. 오히려 지원센터라는 것에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다고 보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국적인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며 앞으로 논의를 하면 좋겠습니다.
이 : 현재 지원센터의 전국적 상황과 관련하여 가장 큰 과제는 행정 주도로 무언가 강박관념으로 시간에 쫓겨 급속하게 만들어지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마을만들기가 제도화되는 상황 속에서 지역 현장 기반에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한국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권 : 행정의 속도감만큼이나 어쩌면 민간도 비슷한 경향이 보이고 있네요.
이 : 민간 쪽에서도 좋은 타이밍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입니다.
박 : 모두가 한국적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에는 세타가야구 사례를 모델로 연구자와 행정이 협력하여 설치하려는 경향이 강했는데, 최근에는 관설민영(官設民營) 형태로 급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원센터가 관설 민영 조직의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중간영역을 발견하는 필요성이 있습니다. ‘중간’이란 민과 민의 중간 측면도 있으므로 행정과 민간 사이에만 초점을 두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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