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7일 목요일

지역공동체활성화와 자원봉사거점의 역할(2015.11.경기도자원봉사토론문)

 토론문

지역공동체활성화와 자원봉사 거점의 역할

 

박홍순

 

 

1. 지역사회에 접근하는 관점의 변화와 마을만들기

 

최근 자원봉사계 안에서도 마을만들기 또는 지역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마을만들기는 일본의 마찌즈쿠리(まちづくり)나 서구의 커뮤니티 빌딩(Community Building)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지역사회를 살기 좋은 공동체로 만들자는 운동이다. 그것은 지역경제의 추락, 주택의 노후화, 전통상가의 몰락, 문화복지시설의 부족 등과 같은 물리적, 경제적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하드웨어적 측면뿐 아니라 가족붕괴와 범죄, 사회적 신뢰상실, 청년과 노인 문제 등 사회적, 문화적으로 공동체적 인간관계를 실현하고자 하는 소프트웨어적 측면도 포괄하고 있다. 또 마을만들기에서는 문제의 해결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해결해가는 과정과 주체의 형성을 중요시한다. 때문에 지역사회의 이러저러한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주민자치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고, 시민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자발적 참여가 핵심적 요소가 된다.

그동안의 마을만들기 사업에서 합의되어 온 기본적인 원칙으로 사람중심의 원칙, 현장중심의 원칙, 과정중심의 원칙의 3가지를 들 수 있다. 사람중심의 원칙이란 일 자체의 성과보다도 그 일에 관련을 맺고 참여하는 사람들의 성장과 관계의 발전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마을일을 맡아 헌신하는 주민리더와 마을간사 등을 교육하고 키우는 데 사업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현장중심의 원칙은 구체적인 개별 마을의 특성과 준비정도에 맞게 사업이 기획되고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계획이나 전문가들의 설계에 따라 위로부터 일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마을현장 주체들의 선택과 참여에 의해 밑으로부터 일이 진행되어야 한다. 과정중심의 원칙은 단기적 성과도출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을 갖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잘 밟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사하고 기획하는 단계부터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야 하며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갈등조정의 기술을 배운다. 실행과 평가과정에도 주민들이 서로 역할분담하여 참여함으로써 사업의 결과에 대한 소속감을 갖게 되고 향후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게 된다.

마을만들기는 마을이라고 하는 일정한 지역적 범위를 매개로 의제를 설정하고 주민들이 참여하여 이루어진다. 지역적 범위는 의제의 성격이나 참여하는 주민들의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학교, 시장, 주거단지 등 생활적 연관성에 의해 영향받게 되고 행정구역으로 보면 시군구단위보다는 읍면동단위가 보다 연관성이 높다.

마을만들기의 활성화는 지역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행정이나 복지분야 등에서 전통적으로 지역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지역사회의 필요, 결핍, 문제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지역사회의 문제를 고착된 것으로 이해하였고 지역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에서도 외부 재정과 인력의 지원에 의존하게 되고 주민을 서비스의 수혜자로서만 이해하였다. 그것은 경향적으로 행정() 권한의 확대를 불러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전통적인 시각을 넘어 대안적인 길을 찾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그것은 지역사회의 능력, 기술, 자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또 관계 중심의 접근방법, 네트워크 중심의 접근 방법이다. 지역사회의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고 마을의제형성에 초점을 두며 주민 참여로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관점에서는 민과 관의 협력 모델인 거버넌스 모델을 추구하게 된다.

 

 

2. 자원봉사 마을만들기의 확산과 거점의 역할

 

자원봉사의 지역사회결합과 관련하여 최근 10여 년간 주목할 만한 변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읍면동 등 주민생활권에 더 밀착한 지역사회단위로 자원봉사활동의 거점을 설치하고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운영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자원봉사캠프와 경기도의 자원봉사나눔터가 대표적인 예이다. 서울시의 자원봉사캠프는 지역풀뿌리의 자원봉사활성화를 위하여 동주민센터, 학교 등 생활권을 중심으로 설치된 미니자원봉사센터로 캠프에는 지역주민출신으로 자원봉사의 경험과 교육과정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자원봉사상담가가 배치되어 있다. 경기도에서는 2007년경부터 시흥시의 자원봉사희망터, 희망마을 운영을 시작으로 경기도 16개 시군지역에서 나눔터라는 명칭으로 자원봉사 거점모델이 확산되면서 지역주민들의 자원봉사참여와 협력, 코디네이터의 양성과 배치 등을 통해 질 높은 자원봉사프로그램을 주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왔다.

이에 앞서 자원봉사센터가 아닌 일반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자원봉사마을만들기운동을 개척했던 열린사회시민연합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열린사회의 자원봉사마을만들기 지원사업은 2005년부터 SK텔레콤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였는데 기존의 자원봉사프로그램과는 좀 다른 각도에서 접근된 프로그램이었다. 그 이전까지의 자원봉사 시스템이 대체로 시군구단위의 자원봉사센터나 단체를 거점으로 각 종 자원봉사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요구되는 자원봉사 수요에 대응하여 효과적인 자원봉사서비스를 공급하는 식으로 이루어져왔다. 반면 자원봉사마을만들기의 방식은 주민들의 근린생활권에 밀착한 읍면동단위에서 주민들 스스로가 자원봉사활동의 기획자이자 실행자가 되도록 함으로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주인이 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것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자원봉사프로그램의 현실적응력과 창의성을 높이고 지속성을 담보하게 하는 장점을 지니게 된다.

이 사업은 다음과 같은 목적을 갖고 전개되었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여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협력하는 다양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확산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한다.

주민자치센터, 자원봉사센터 등 마을단위 주민자치공간에 밀착할 수 있는 기관단체가 중심이 되어 지역특색을 반영한 자원봉사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국적 확산에 기여한다.

기업과 시민단체,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건강한 자원봉사문화를 확산해가는 기업사회공헌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는데 기여한다.

관주도형 획일적 지역 자원봉사문화를 극복한다.

4년동안 전개된 이 사업은 31개의 지역기반 자원봉사 모델을 발굴하고 확산하였는데, 이 사업의 성과는 사업이 직접 시행된 31개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 사업의 실행을 전후하여 전국 각 읍면동의 주민자치센터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마을만들기 프로그램이 모범적 활동방식으로 벤치마킹되기 시작했다. 또 각 지역의 자원봉사센터에서도 자원봉사마을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동단위의 주민자원봉사 거점조직에 대한 새로운 시도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경기도의 자원봉사 나눔터는 주민 일상생활권 내 행정인프라인 동주민센터 등에 교육훈련되어 양성된 자원봉사 코디네이터를 배치함으로써 주민센터 등이 시민들의 자원봉사 참여의 거점으로 활용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자원봉사나눔터에서는 자원봉사상담과 신청접수, 자원봉사실적관리, 수요처 연계 등의 기본적 자원봉사관리를 수행하여 주민들의 자원봉사 욕구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구현한다. 또 주민의 자원봉사 접근성과 활동 지속성을 기반으로 한 자원봉사 마을만들기를 통해 마을을 중심으로 문제해결을 하는 자원봉사운동을 확산하고 있다.

초창기 추진의 동력이 되었던 시흥시의 자원봉사희망터 사업의 목적과 특성을 잘 살펴보면 경기도 자원봉사 거점의 설치배경을 이해하고 역할정립을 해나가는데 좋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당시 이 사업을 주관, 추진하였던 시흥시 자원봉사센터 책임자의 다음과 같은 분석내용이 그것이다.

먼저 아래로부터의 민관협력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민간주체인 자원봉사센터와 행정주체인 동 주민센터의 협력을 매우 중요하게 보았으며 상호간의 합의와 동의를 위한 절차를 탄탄히 밟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공문을 보내고 동 주민센터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제안하고 설득하고 합의해내는 과정을 자원봉사센터가 주도적으로 추진하였다. 마을단위 핵심인력들과의 의사소통과 관계형성이 있었고, 이는 그 후 센터가 일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지원체계로 작용하였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지침으로 간단히 전달될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 현장을 찾아다니며 만나서 의견을 나누며 협의하는 과정에서 희망터 사업의 세부적인 내용-책임성, 역할분담, 공무원과 민간인의 갈등 방지책 등-을 다시 검토하고 조정할 수 있었던 것이 사업토대를 튼튼하게 만들었다.

다음으로 개방된 네트워크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설치와 관련한 협의과정에서부터 기존의 동단위에서 활동하고 있던 기성 조직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과정을 거쳤고, 각 동별 희망터 개소식에는 마을의 활동가들을 많이 초대(각 동별 200여명)하여 이해를 구하고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하여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 왔다. 이는 이후 마을 단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할 때 참여 가능한 자원의 협력을 일궈내는 데도 효과가 있었다.

또 현장성을 중시한 것도 빼먹지 말아야 할 점이다. 마을단위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는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를 공유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 해결방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마을별 코디네이터를 중심으로 마을 문제 찾기 워크숍, 프로그램 개발 워크숍 등을 진행하여 기본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만들고, 또 희망터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일감을 찾는 과정을 거쳐 사업을 진행하였다.

마지막으로 코디네이터의 역량강화도 중요한 포인트로 삼았다. 희망터와 마을만들기 사업의 핵심인력을 자원봉사 코디네이터로 정하고 일정한 교육과 훈련의 과정을 거쳐 관리자로 활동하게 하였다. 모집과정에서 그 마을에 거주할 것과 특정단체의 회원들이 2명을 초과하여 지원할 수 없도록 하는 조건을 두었고, 그 결과 주민자치위원과 통장을 포함한 주요 단체의 구성원들이 한 두명씩 망라되었으며 이는 이후 마을만들기 사업에 있어 중요한 자원동원체계가 될 수 있었다.

이상의 점들을 종합해보면 자원봉사마을만들기 사업도 마을만들기의 오랜 경험 속에서 형성된 기본원칙들 즉 사람중심의 원칙, 현장중심의 원칙, 과정중심의 원칙이 잘 구현될 때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서비스제공 중심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자치적 과정을 통해 지역사회의 역량을 스스로 키워가도록 하는 것이 자원봉사 마을만들기의 실제 사례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핵심포인트이다. 자원봉사나눔터와 같은 자원봉사 지역거점들은 그를 위한 주요한 플랫폼의 역할을 해야 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를 되새겨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융합의 시너지와 자원봉사

 

오늘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들은 사회를 구성하는 각 섹터를 구분짓는 경계를 뛰어넘어 융합의 시너지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시장, 국가, 시민사회가 각각 고유한 자신의 영역 안에서의 역할에 안주하지 않고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모색들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급격히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전통적으로 기업활동은 시장의 영역에 속해있었고 그 목적은 사적 이윤의 추구에 있었다. 또 사회공익을 추구하는 시민사회의 자원봉사활동은 철저히 시장논리의 바깥에서 행해져왔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른바 착한기업이라고 불리우는 사회적 기업은 시장과 시민사회간의 공고한 경계를 허물어뜨려 버렸다. 시민의 자원봉사참여와 공익성의 추구라는 시민사회의 장점과 효율적인 기업경영방식과 경쟁을 통한 생산성 증대이라는 시장의 특성을 결합하여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CIVICUS(세계 시민단체 연합), IAVE(세계 자원봉사협회), UNV(UN자원봉사)의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된 시민운동과 자원봉사에 대한 조사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원봉사는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고, 사회변화와 발전을 촉진시킨다고 한다. 또 자원봉사와 시민운동이 사람들의 참여촉진에 많은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즉 자원봉사는 사회변화와 발전에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참여하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반면, 시민운동은 개개인을 움직이고 참여분야를 분명하게하며 리더십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시민운동은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변화에 있어서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의 자원봉사와 시민운동의 만남은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원봉사 마을만들기는 풀뿌리시민운동과 자원봉사가 만나는 좋은 융합의 구체적 예이다. 자원봉사나눔터와 같은 자원봉사 지역거점은 자원봉사와 마을만들기가 만나 새로운 지역사회의 활력을 만드는 훌륭한 인프라로 역할해 갈 것으로 기대된다. 자원봉사 마을만들기는 풀뿌리 차원의 자원봉사문화 확산을 위한 확고한 트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풀뿌리시민운동은 마을까페, 지역신문, 지역아동센터, 작은도서관, 마을축제, 경관과 생활환경개선, 돌봄서비스, 자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과 같은 지역사회에 밀착한 그리고 시민들의 생활세계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의제들이고 시민자원봉사자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운동들이다.

경계를 넘어선 융합의 동력은 어디서 생겨날 수 있을까? 그 첫 공정은 교류와 소통에서 출발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과 자산을 상대방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새로운 생각이나 다른 사람의 것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개방적인 태도와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자원봉사관리자들은 시야를 넓히고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종합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영역의 시민활동들과 만나야 하며 그들의 요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풀뿌리조직들을 비롯한 지역시민사회의 자생성과 역량강화를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지역사회에는 자원봉사센터를 비롯하여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 많은 풀뿌리시민활동의 지원기관들이 설치, 운영되고 있다. 이들 상호간의 교류와 공동생산을 위한 적극적 노력들을 기울여야 한다. 새로운 가치의 창조는 신뢰의 기반 하에서만 싹틀 수 있고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공동의 책임성을 키울 때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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