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7일 목요일

마을만들기학습과 시민의 성장(2014.11.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월례포럼)

 


마을만들기학습과  시민의 성장

 

박홍순

 

 

   지역사회에서의 주민참여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참여의 시작은 자신의 삶터에서부터이다. 생활주변의 여러문제들은 함께 사는 이웃들과 연관성을 갖고 발생한다. 그리고 그들과의 이해와 갈등 조정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조건과 질서를 만들어 내는 과정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생활하는 데 고통과 불편을 주는 생활환경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개선하며, 공용시설이나 장소 등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마을 만들기'는 새로운 주민 참여의 좋은 출발점이다. 공유공간에서 벌어지는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개선하며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단절된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의사소통의 경로와 시스템을 형성해가는 것, 그것은 공동체를 이뤄가는 과정이다. 또 이러한 과정은 새로운 사람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자기문제에만 집착하던 개인들이 공동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웃과 더불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학습하고 체험함으로써 진정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민주시민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마을만들기'에서 ‘마을’이 활동의 객관적 환경이자 지향해야 할 공동체성을 의미한다면 그것을 만들고 현실화시킬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수많은 주민자치활성화사례나 마을만들기 성공사례들을 살펴보면 그 속에서 일관되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사람이 있어 좋은 마을을 만든다’는 것이다. 마을리더가 중요하고 마을구성원들의 생각과 준비정도가 마을만들기의 성패를 좌우한다. 좋은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반드시 거기에 마을리더이든 공무원이든 활동가든 누군가 헌신적이고 유능한 ‘사람’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이 희망이긴 하지만 그것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마을만들기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학습이 방법이고 관계가 관건’이라는 암묵지가 통한다. 누구나 살고 싶은 지역사회,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의식, 책임의식, 연대의식이 성장할 때 가능하다. 그런데 이는 제도교육만을 통해 습득되지 않는다. 일반 생활인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시민교육은 일방적으로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보다는 생활세계의 영역에서 공동으로 부딪히는 문제들을 자신들의 참여와 실천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을 조직함으로써 ‘삶’과 ‘앎’이 통합되는 교육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자신들의 가치가 실현되는 마을을 만드는 운동이다. 마을만들기의 영역은 주민들에게 의미있는 새로운 공간이나 장소를 만드는 일, 일상 생활환경 중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일, 마을의 역사와 문화, 전통 등을 탐구하여 마을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일, 마을의 자원을 조사하고 개발하여 공동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 등 다양한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마을만들기의 핵심은 주민들을 변화의 주체로 만드는 과정이고 그것은 곧 학습의 과정이기도 하다. 여기서의 학습은 주인의식, 연대의식의 계발을 의미하는 것인데, 마을만들기는 초기의 의사결정에서부터 구체적인 실행 및 평가의 전 과정, 즉 마을의 문제 혹은 의제(agenda)를 발굴하고, 이에 대한 주민들의 토론과 이해관계의 조정, 전문가의 조언, 행정과의 협력, 합리적 결론의 도출, 실행과정에서의 역할분담과 책임, 사후관리와 평가 등에서 생생한 집단학습의 경험을 하게 된다.

   마을만들기와 같은 삶터에서의 참여와 실천이 시민들의 성장을 돕는 기초가 된다면, 전체 시민교육의 측면에서 풀뿌리운동은 민주시민의 성장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을까? 시민교육은 시민들의 생활세계 속에 깊이 들어가 그들의 삶과 앎이 유기적으로 묶여 돌아갈 때만이 비로소 현실성을 갖게 된다. 시민교육은 생애의 전 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평생학습의 과정이며 사회의 변화발전과 함께 그 내용과 방법을 끊임없이 개선해 간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시민교육은 사회를 이루고 있는 시민들이 사회의 주인으로서의 공적 책임을 자각하고, 인간의 삶의 전반적인 현실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여 제반 문제들에 대한 자주적 판단력을 가지며,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협조성을 발전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시민단체들에 의해 수행된 민주시민교육에서 최근에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경향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즉 풀뿌리지역사회에서의 시민교육, 체험학습, 학습동아리의 결성과 실천으로의 연결, 참여자 중심의 교수방법 등이 그것이다. 민중교육으로부터 시작하여 민주시민교육을 거쳐 새로운 모색을 거듭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시민교육운동이 자연스럽게 여기로 수렴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이론적 측면에서도 교육연구자들이 최근 많이 주장하고 있는 자기주도학습, 체험학습, 참여학습 등을 기본요소로 하는 공동체참여학습론과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지역사회공동체(community)는 새로운 시민교육의 기반이다. 지역사회는 국민국가체제의 약화경향과 시민사회의 다양성 증대, 지구촌화의 흐름 속에서 시민들의 일상적 삶의 현장에 근거한 배움터로 새롭게 인식되어 지고 있는 영역이다. 또 새로운 시민교육은 사회적 제도와 구조 속에서 규정되어진 개인으로의 접근이 아니라 자유로운 개인과 그들 상호간의 관계와 그를 통해 만들어지고 운영되어지는 사회에 대한 이해와 훈련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한 교육은 개개인의 사적 관계를 공공영역의 공적 관계로 승화시키면서 그 안에서 이기적 공동체가 공동선을 지향하는 공동체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며 성숙한 시민사회를 이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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