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7일 목요일

폐북일기(2017년말2018연초)


 12월8일

오늘 다니는 직장의 책임자가 사임했다. 사필귀정이다. 젊은 직원들의 움직임에서 희망을 본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12월 14일

첫째, 구성원 스스로 모두가 조직의 주인이 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권한과 책임이 함께 가야 한다. 셋째, 과정이 중시되어야 한다. 주민자치위원 교육때마다 자치의 원리로 강조하였던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 원리가 실종된 곳은 내가 일하고 있는 바로 여기였구나. 아!... 어제 모법인과의 전체직원 간담회에서 무척 마음이 아팠습니다. 와신상담의 겨울이 가면 희망의 봄을 볼 수 있겠지요?


12월28일

"그댄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 버렸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같이 노래 합시다,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어제 회사 우리들 직원 손으로 준비한 송년회에서 부르려고 준비했다 타이밍을 놓쳐 입으로만 흥얼거렸던 노랫말 가사입니다. ㅎㅎ

 인사문제니 재위탁문제니 모두 속이 상하고 걱정이 많지만 우리는 잘해낼 수 있을 거예요. 무술년 새해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올거예요. 개는 오랫동안 충직하고 믿음직한


12월28일

"수처작주(隨處作主)" 광주지역 마을공동체운동 원로선배이신 최봉익선생님께서 마을운동의 철학, 다섯가지 원칙 중 첫번째로 "마을이 세상이다"라고 정리하시면서 강조한 말씀입니다. 이 말은 임제(臨濟)선사의 법문,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에서 온 말입니다. "가는 곳마다 참된 주인이 되어라! 지금 네가 서 있는 그 곳이, 모두 진리의 자리이다." 지난 2년여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꺼내보곤 하던 나의 약속입니다.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 다시 한번 꺼내봅니다.


1월15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오늘 센터 직원 모두가 함께 모여 따복센터2기를 민주적이고 공정한 조직운영과 인사평가시스템으로 준비하기 위한 조직혁신위원회를 구성하였다. 6명의 위원은 직접선거로 선출하고 센터장 직무대행과 함께 당면한 어려움을 직원전체의 힘을모아 헤쳐나가기로 하였다. 한달 전 젊은 직원들의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모임'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진상조사위원회활동과 법인쇄신요구, 오늘 조직혁신위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우리를 둘러싼 내외의 상황은 결코 만만치 않다. 행정과 법인 등 외부로부터의 규정력은 우리를 끊임없이 회의와 무기력의 시험에 들게 하고 지난 2년간 쌓여온 내부의 불신은 사람들을 머뭇거리게 하고 갈등하게 만든다. 하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조금씩 용기를 내서 '할 수 있는 것'을 해 가고 있는 '보통'직원들의 집단지성이 만들어내는 가능성을 마중물 삼아 따복공동체 활동이 잘되기를 바라는 많은 시민들이 있음을 버팀목으로 믿고 한걸음씩 나아갈 것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1월18일

사기위인(捨己爲人,나를 희생해 남을 이롭게 한다)은 희생정신을 강조한 사자성어이다. 설마 이 말을 '사기'나 치고다니는 '위인'이라고 잘못 읽는 경우는 없겠지요^^

어제 우리센터 모법인 이사회 회의장 앞에 센터직원들이 간절한 마음을 모아 "이사님들의 책임있고 진정성있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라는 응원글을 남기고 옆에 붙인 문구이다.

그런데 차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법인의 공동대표라는 어떤 분이 직원들에게 막말을 해대고 회의장에 들어가서는 욕설을 밷고는 그래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저 문구가 적힌 게시물을 뜯어 구겨 내팽개치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누워서 침밷기 같은 느낌이 들어 글쓰기가 망설여지지만 직원들의 인격존중과 센터의 미래를 생각해 글을 남긴다.

들리는 소리에 의하면 이날 회의에서 법인 쇄신을 조건부로 한 센터 위수탁연장제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니 도대체 어디서 그 분들의 진정성과 책임성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일까?

이어 그들은 마을현장출신의 이사들과 센터소속 이사들이 회의장에서 퇴장한 후에 인사위원회를 열어 진상조사과정과 직원입장문의 공개를 문제삼아 몇몇 직원들의 징계를 감행하려 했으나 성원미달로 연기되었다는 소문도 들린다.

점입가경이다.

챙피하여 더이상 글을 이어 갈 수가 없다. ㅠㅠㅠ


1월31일

어제 센터혁신위 6차회의가 있었다. 모법인이 쇄신을 거부하고 센터수탁을 포기한 조건에서 빠른 시일내에 조직을 안정화하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수 있도록 공정한 인사평가와 조직개편을 통한 쇄신을 추진할 계획안을 마련하였다. 그제는 따복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연정부지사가 센터를 방문한 기회를 빌어 1)마을과 사경, 센터활동가 등이 참여할 수 있는 센터운영위원회 설치 2)센터장의 공정한 절차를 통한 공개채용 3)직원들의 고용승계 등의 내용을 담은 우리의 입장문을 전달하였다. 오늘 오후에 경기도 따복정책을 책임지는 조례상 기구인 따복공동체위원회가 열려 센터 수탁방침 등에 대해 다룬다. 내일은 센터직원 전체모임에서 노사협 근로자측 위원 선거를 하고 혁신위가 마련한 조직개편 쇄신안에 대해 의견을 모을 것이다. 우리들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해가자는 노력이 중요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 다시한번 진인사대천명이다.


2월1일

우리에게 맡겨라. 밖에서, 위에서 권한만 틀어쥐고 지시하고 감독하는데 익숙해진 사람들은 이제 그만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현장의 역동성을 느끼고 배워야 한다.

선거를 마치고 난 뒤 전체 직원회의에서 그동안 혁신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공유하였고 담주 초까지 각 그룹별로 심화토론을 거치기로 했다.

팀원들 토론에 참석하며 느낀 점은 젊을수록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에 민감하여 공정성을 주장하고 불분명한 대의나 배려 보다는 눈에 보이는 현실이익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포기도 빠르고 선택도 분명한 편이다. 개인만 놓고 보면 좌충우돌하거나 엇나가는 경우도 많지만 집단지성의 힘은 추동력을 만들고 균형을 잡아준다.

지금 국가사회의 운영에서도 자치분권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지만 한 조직의 운영에 있어서도 행정과 민간의 협력에 있어서도 자치와 분권의 정신은 문제를 풀 수 있는 핵심고리이다. 현장과 당사자들, 아랫단위를 믿고 맡겨야 한다. 먼저 가진 이가 내려놓지 않으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다. 사기위인(捨己爲人)이다.


3월2일

사필귀정(事必歸正 : 올바르지 못한 것이 임시로 기승을 부리는 것 같지만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마침내 올바른 것이 이기게 되어 있음을 가리키는 말) 지난 년말 페북에 글을 다시 올리기 시작하면서 맨 처음 썼던 말이다.

최근 경기도따복센터와 화성센터를 뭇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했던 그 사람도 결국 사퇴하게 되었다하고, 몇년 전 서울쪽 일할 때 봤던 그 친구의 모습도 "선거철이니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다 끼어들기도 하겠지만 이건 아닌데..." 했었는데 결국은 문제를 만들었었고 감춰왔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내 주변에서도 이런 문제들을 겪게 되고 최근의 미투운동 등을 보면서 촛불 이후 우리 사회의 각성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과거에는 잘못이 있었어도 그것이 시정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많은 희생을 필요로 했지만 이제는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고도 상대적으로 가볍게 문제가 드러나고 올바른 방향으로 풀려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필귀정이 고전 속의 경구가 아니라 우리 생활 속의 살아있는 교훈이 되도록 더욱 노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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