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4일 월요일

블록체인민주주의 토론문 요지(2019.7.안동)

 <토론문 요지>

박홍순

 

0.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가져온 혁신은 우리들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바꾸고 사회적 관계를 규정하는 제도와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으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4차산업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가 그의 또 다른 역작 [호모데우스]에서 그려내는 새로운 단계로의 인류 진화를 현실의 문제로 검토하게끔 만들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인공지능, 생명공학과 같은 혁명적인 신기술이 인류의 오래된 집단신화와 만나 인간이 호모사피엔스종을 넘어 신의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호모데우스종으로 진화하는 꿈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 발표문에서는 디지털 사회혁신이 거버넌스의 질과 효능감을 크게 향상시키면서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하면서, “자기조직적(self-organizing) 거버넌스블록체인 민주주의의 개념을 적용하여 공동체 민주주의의 실현에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발표문의 기본적인 문제의식과 주장에 생각을 같이 하면서 보다 심화된 논의를 위해 몇 가지 질문과 보완적 견해를 토론해 보겠다.

1. 발표문의 전환적 함의 부분에서 인용한 “OECD 국가 비교 디지털사회혁신 영향 모델연구에서 사회적 자본의 경우 디지털 사회혁신 발전과의 상관성(correlation)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하면서 신기술의 혁신적인 개발을 통한 사회적 변화의 상호 구조에 대한 새로운 측면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발표문에서 주목하고 있는 구성적디지털 시민성 및 역량(digi-grasping’)의 구체적인 특성은 무엇이고 그것을 높이려면 어떤 정책과 실천에 역점을 두어야 하는 지 보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2. 다음으로 이른바 디지털격차의 문제, 즉 새로운 기술의 수용여부 및 짧아지는 순환주기 적응정도에 따라 같은 공간 및 같은 시간대에 존재하는 사람들 간에 사고방식과 문화의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대처 방안은? 뒤처진 부분을 적응시켜 격차를 해소하는 관성적 대응을 넘어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한국사회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다양성 속에서 소통과 공존을 위한 현실적 방안은 무엇인지 모색해 보는 것은 어떤지?

3. 발표문 마지막 결론부분 민주적 공동체를 위한 블록체인 민주주의의 대안성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발표자는 민주주의 위기의 구체적 양상으로 '관객 민주주의로의 전락', '파트타임 민주주의', '위임 민주주의'를 지적하고 있다. 또 그 배경이자 한국정치의 후진성, 또는 난맥상의 주요 이유로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들고 있고, 그 해결책으로 직접민주주의의 강화를 제시하고 블록체인 민주주의가 그를 위한 유력한 기술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참여민주주의, 그리고 직접민주주의의 강화가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라는 문제도 있지만 한국 정치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파당적 이해를 앞세운 줄세우기 정치문화와 구조로 인한 만성적인 대립과 갈등, 권력집중과 권위적 위계질서의 재생산에 보다 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이 필요하고 디지털사회혁신-블록체인 민주주의는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 또한 정부 운영의 일상적 민주주의 확대를 위하여 시민참여를 조직하고 협치를 구조화시키려 노력해온 그 동안의 많은 시도가 의도와는 다르게 현실에서는 참여자들을 그러한 정치구조 하에서의 하위적 행위자로 전락시키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보아야 한다.

- 사회혁신 정책 수행을 위해 중간지원기관이라는 새로운 행위자가 대거 등장하였지만, 실제 작동되는 현실에서는 중간에서의 촉진자 내지는 전문적 지원자로서의 자기역할에 충실할 수 없는 조건이었고 새로운 정책의 조직가 내지 대리전달자로 기능하는 경향이 심화되었다. 이는 또한 기존 행위자인 관료조직, 그리고 전통적 민간단체들(직능단체, 국민운동단체 등)과의 중복 내지는 갈등이 빚어지는 현상을 낳기도 하였다.

- 참여주민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참여예산, 주민자치회, 사회혁신, 새로운 공공서비스, 각종 협치구조와 참여이벤트 등등... 공공의 문제에 관심과 식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시민층은 무한정 늘어날 수 있는가? 실제 겹치기 출연이니 그 나물에 그 밥이니 하는 자조적 표현들이 회자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칸막이로 표현되는 분절적 정책생산구조의 문제와 실행을 담당하는 현장의 깔대기 병목현상의 문제는 왜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는가?

- 파편화된 개인주의적 문화는 점점 더 보편적 환경으로 확산, 심화되고 있다. 1인가구, 혼밥, 긱 이코노미(Gig Economy) 등으로 상징되는 개별화된 현대사회의 라이프스타일과 그에 동반한 사회적 의식과 문화현상은 일시적인 것도 아니고 그 무슨 청산해야할 대상도 아니다. 참여민주주의라는 공적 의제가 개인을 억압하는 꼰대스러운 당위로 인상지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 아예 관심 밖의 흘러간 옛노래로 왕따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개별화된 주체들이 훨씬 확장된 느슨한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있는 현대사회의 특성에 비추어볼 때 블록체인 기반의 신뢰와 참여는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접목할 수 있을까?

- 바쁜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여 비례배분 추첨방식의 배심원 구성과 같은 랜덤방식의 참여조직과 대표성 확보방식을 확대, 적용하는 것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방식은 참여부담감과 피로도 축적을 방지할 수도 있고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의 대표성 고착으로 인한 기득권발생 시비를 방지할 수도 있다. 물론 상시적 대의기구나 참여기구에 비해 의제 수준과 난이도의 조절, 결정의 현실적 범위 설정, 권한과 책임의 한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참여의 강제(의무화) 수준 및 보상, 개인의 비참여 권리 보장(기권도 권리), 참여의 질(숙의성) 담보의 방법은 무엇인지 세심하고 설계되고 실험,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 익숙한 관행에 머무르지 말고 민주주의 자치정부 구성 원리에 대한 본질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구성에 있어 더 이상 의회-행정부의 기관대립형 정부구조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의회 중심의 의결-집행의 통합적 운영구조 정립을 통해 의제선정 및 심의결정과 집행 및 평가과정의 통합성을 확보하고, 의회 구성의 대의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며, 의회가 개방적인 위원회와 공청회 등의 운영을 통해 시민(유권자) 참여의 일상화를 손쉽게 함으로써 의회(정부-시민 간) 거버넌스의 실현이라는 새로운 접근을 해보는 것도 본질적 민주주의의 심화와 발전에 부합하는 혁신적 방안(오래된 미래 : 서구민주주의국가의 기본적인 지방자치정부의 운영형태는 당연히 이 방식이었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 ‘블록체인을 통한 자기조직화 거버넌스는 위의 시민참여 적극화를 통한 직접민주주의 강화에 기여하는 것을 넘어선 어떤 구체적(설득력 있고 손에 잡히는) 문제해결 기제로의 처방성최적성(optimality)”을 가질 수 있는가?

- 블록체인 기술은 다수의 독립적 거래 당사자(익명성)의 컴퓨터에 똑같이 저장되는 분산 장부 기술에 기초해서 그 자체로 고도의 사회적 신뢰성이 담보되는 분산형 구조이기 때문에 신뢰성(투명성)을 담보할 중앙집중적 조직이나 공인된 제3자가 필요 없다. 발제문에서는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를 수직적이고 위계질서가 있는 공간이 아닌 수평적 공간으로서 개인들이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으면서도 특정한 중심이 없이 분산되어, 아래로부터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가고 새로운 규칙에 의해 더 높은 복잡한 단계로 나아간다는 특징을 갖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분산자율조직(DAO)의 시스템에서는 행위자(시민/공무원 등)가 오프라인의 신뢰 기반이 존재하지 않고도 블록체인을 통해 신뢰성이 담보되어 서로 간의 상호작용과 창발적 협력, 그리고 합의에 기반한 자동의사결정을 이뤄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시스템 안에서는 행위자(시민 등)가 소유한 토큰의 수량, 행위자 신뢰도 및 달성한 이익 등에 의해 권력과 자원이 배분되므로 행위자들의 강력한 참여동기유발과 시스템의 자기 재생산이 확보될 수 있다.

- 블록체인 기술을 내장한 새로운 의사결정 민주주의 시스템과 공공서비스 공유시스템은 내 안에 너 있다’(개체 안에 전체가 온전히 포함되어 있다)라는 표현으로 비유할 수 있는데 마치 줄기세포 하나 속에 경우에 따라서는 신체 여러 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다 내포되어 있는 것처럼 자율적 자기조직화가 가능한 사회적 연결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네트워크가 수시로 개별을 제약하고 규제함으로써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주체(개인)의 자유도가 상승하는 것을 보장하고 몰입을 통한 생산성의 고도화를 촉진하며, 정부와 같은 제3자적 권위에 의한 간섭과 표준에의 강제가 아닌 다양성의 인정과 배려, 있는 그대로 보아주기, 건강한 공존이 가능하고 그리 하여도 공동체 질서는 유지되고 신뢰는 상승한다는 원리가 성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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