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4일 월요일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사업의 기반형성을 위한 정책과제(2013년경)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사업의 기반형성을 위한 정책과제

 

 

박홍순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

 

1. 마을공동체사업의 성격과 방향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마을이라는 개념은 피부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점증하는 노인문제, 청년실업, 고독과 소외현상 등에서 드러나듯이 현대사회 도시생활의 각종 문제점은 대부분 무한경쟁의 이기주의적 사회체제에서 초래된 것이며 그 해결은 마을로 상징화되는 공동체성의 회복, 시민의식의 성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이다. 마을공동체사업은 단순히 물리적인 생활환경의 개선이나 하드웨어적 접근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공동체적 요구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시민들의 주체적 참여와 실천, 그리고 그를 가능하게 하는 행정적 지원이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마을공동체활성화를 시민사회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정리하면 마을이라는 공간에서 시민의 공공적 역동을 끌어내 자치를 확대하고, 시민들의 공동체적 연결망을 잇고, 경쟁을 넘어선 호혜의 경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국가

 

자치

시민의

공공적 역동

↙ ↘

공동체 호혜

생활세계 시장

 

마을공동체만들기에서는 문제의 해결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해결해가는 과정과 주체의 형성을 중요시한다. 때문에 지역사회의 이러저러한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주민자치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고, 시민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자발적 참여가 핵심적 요소가 된다.

그동안의 마을만들기 사업에서 합의되어 온 기본적인 원칙으로 사람중심의 원칙, 현장중심의 원칙, 과정중심의 원칙의 3가지를 들 수 있다. 사람중심의 원칙이란 일 자체의 성과보다도 그 일에 관련을 맺고 참여하는 사람들의 성장과 관계의 발전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마을일을 맡아 헌신하는 주민리더와 마을간사 등을 교육하고 키우는 데 사업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현장중심의 원칙은 구체적인 각 마을의 특성과 준비정도에 맞게 사업이 기획되고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계획이나 전문가들의 설계에 따라 위로부터 일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마을현장 주체들의 선택과 참여에 의해 밑으로부터 일이 진행되어야 한다.

과정중심의 원칙은 단기적 성과도출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을 갖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잘 밟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사하고 기획하는 단계부터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야 하며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갈등조정의 기술을 배운다. 실행과 평가과정에도 주민들이 서로 역할분담하여 참여함으로써 사업의 결과에 대한 소속감을 갖게 되고 향후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게 된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박원순시장이 당선되면서 마을공동체사업은 서울시의 주요시정사업의 하나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3월 마을공동체 지원조례가 제정공표되고, 8월 마을공동체 기본사업방향이 발표되었으며 9월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가 문을 열면서 사업이 본격화되고 잇다. 마을공동체사업을 올바로 추진하기 위하여 서울시에서는 다음의 네 가지 정책방향을 사업의 기본방향으로 설정하였다.

 

1) 마을공동체 사업에 대한 안정적 토대 마련

2) 주민 시민단체 전문가의 협업체계 구축

3) 주민주도의 사업추진을 유도하고 서울시는 행재정지원을 담당

4) 마을공동체 우수사례를 발굴확산

 

마을공동체는 기본적으로 인위적인 외부의 계획에 의해서 형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행정이나 전문지원조직 등에 의해 그 과정이 촉진되고 마을공동체형성의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마을공동체가 형성되어 가는 절차를 일반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은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서울시의 지원사업은 세 가지의 추진방향을 취하고 있다. ‘주민제안방식’, ‘상시적 지원체계 구축’, ‘전과정 맞춤형 지원이 그것이다.

 

 

이러한 지원사업방향이 잘 지켜지기 위해서는 중간적 성격의 민간전문기관에 의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사업이 이루어져야 하는 데 그를 위해 설치, 위탁된 기관이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이다.

마을지원센터는 주민의 부족한 역량을 보충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또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사업(욕구) 및 필요한 자원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고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조직이며, 공동체 활성의 후원조직, 수요와 정책의 매개자, 네트워크 중개자의 역할을 한다.

 

 

국내외의 기존 마을만들기지원센터나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조사분석연구에 따르면 센터의 기능은 사업지원, 네트워크 형성, 사업모니터링 및 평가, 조사 및 연구, 교육 및 홍보이며, 이 기능의 세부 내용은 사업구성 지원, 컨설팅, 현장지원, 네트워크 형성, 사업모니터링, 사업평가, 자원조사(DB), 연구, 교육, 홍보이다.

 

 

 

2. 마을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책과제

 

1) 지역현장 중심성 강화와 주민자치 내실화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더 많은 행정권한을 시민공동체로 위임하고, 지역사회의 경영을 시민들과 함께 해나가는 협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 지역현장으로의 권한위임과 민관협력의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하다. 마을공동체 활성화의 기반을 이루는 지역자원의 발굴과 연계, 주민역량의 강화 등을 위해서는 예산계획의 수립과 집행, 지역의 공공자산운영의 권한위탁 등 주민생활과 밀착한 현장단위로의 행정권한의 위임이 이루어져야 한다. 마을공동체만들기와 관련된 많은 권한들이 광역시보다는 자치구, 자치구보다는 읍면동, 읍면동보다는 주민공동체 단위로 위임되어야 한다. 또 지역현장단위에서 주민자치위원회, 복지문화자원봉사 등 다양한 주체들의 협업구조가 창출되고 여성노인장애인청년 등 다양한 계층과 세대를 아우르는 통합적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마을공동체지원사업의 경우에도 가급적 지원내용의 논의결정단위를 주민생활권에 가까운 단위로 과감히 위임해야 한다. 현재의 마을공동체지원사업방식은 서울시와 같은 광역시의 경우 직접지원사업이 중심이 되고 자치구는 사업비를 교부해주는 창구 정도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비교적 지역현장과 연관성이 높은 자치구단위의 중간지원조직(마을넷 등)조차도 그 역할이 불분명하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자치구 수준을 넘어서 더 주민생활권과 밀착한(행정구역으로 동단위 등) 지역단위의 주민자치공동체가 포괄적인 권한과 자원을 위임받아서 지역 실정에 맞게 사업을 기획, 집행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그것까지는 못가더라도 최소한 자치구단위까지라도 권한을 위임하고 역할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현재 지방자치시스템을 보더라도 의지만 있다면 기초자치단체인 구 단위를 중심으로 사업의 기획과 행정절차가 돌아가도록 하며, 광역단위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지원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참여예산제와 마을공동체사업의 연계를 강화하고, 주민자치제도의 내실화를 꾀해 마을공동체사업의 주민기반과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 주민참여예산제가 시행 초기에 있어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잘 운영되기만 한다면 마을공동체사업의 실행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을공동체지원사업이 현재는 씨앗을 뿌리는 초보단계라 대부분 다양한 주민모임을 활성화시키거나 기존 단체들이 실행주체가 되는 사업을 지원하는 데 그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정한 발전단계에 진입하게 되면 특정한 지역범위를 단위로 지역문제해결을 위한 협력사업을 벌이거나 종합적인 지역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로 발전하게 된다. 이때 주민참여방식으로 공공자원의 투입 우선순위 등을 결정하고 그것이 실제 예산에 반영되어야만 실효성을 갖게 되는데 주민참여예산제는 그를 위한 훌륭한 제도적 기반이 된다.

마을공동체사업의 주민기반을 확대하고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아파트자치 관련단체, 생활체육 관련단체, 각종 자생단체, 상가번영회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존 조직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지역 내의 주민대표성과 관계성을 확장하기 위한 연구와 네트워크 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또 주민자치센터 등 지역주민들의 커뮤니티시설 운영에 있어서 민간전문가의 조력을 받도록 하고 공공서비스 영역의 민간 위탁 확대, 공동생산의 경험을 축적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교는 지역커뮤니티활동에 매우 밀접한 상관성을 갖고 있으므로 학교운영위원회 활동도 마을공동체활동과의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 주민자치위원회의 참여폭과 주민대표성을 강화하는 등 위상과 권한을 제고하여 행정보조기구에 그치지 않고 지자체의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예산 등 지원방식 개선과 마을지표 개발

마을공동체만들기 사업은 주민주도형의 상향식(Bottom-up) 방식의 원칙이 잘 지켜져야 한다. 행정의 지원을 점차 줄이고 주민의 자립, 자율적 활동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마을지원센터는 주민 스스로 마을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이를 위해 마을조사, 마을의제 발굴, 퍼실리테이터 양성, 마을일꾼 지원 등을 행한다. 행정의 마스트플랜에 주민이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계획하고 실행하며 평가하는 실질적인 주민주도의 마을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벌이도록 지원한다.

지원방식에 있어서도 마을주체의 자발성과 역량강화에 맞는 프로세스를 적용하여 마을공동체 형성단계별 맞춤형 지원절차를 개발하고, 마을공동체 지원기금 등을 조성하여 기존의 관성적인 사업비 위주의 예산지원방식이 아니라 자생성과 현장성을 강화하고 기반구축에 역점을 두는 예산지원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행정이 일방적으로 요건을 정하여 시설공간을 짓거나 외형적인 성과를 조기에 가시화시킬 수 있는 사업에 지원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사업의 성장단계별로 지원내용을 상세하게 구분하고 주민이 준비된 수준(성장단계) 만큼 주민 스스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성장을 유도하는 지원방식이 적용되어야 한다. 비유하자면 차려놓은 밥상을 제공하는 배식방식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골라먹을 수 있는 뷔페식방식이고 입구는 넓고 출구는 좁게 하는 깔대기형 지원방식을 통해 마을공동체역량을 인큐베이팅하는 지원방식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를 원할히 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예산지원방식은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단년제 회계결산방식과 행정지도감독의 용이성을 앞세운 까다로운 회계처리방식 등이 개선되어야 하고, 사업기획과 집행감독의 주도권을 행정이 독점하는 예산지원방식(꼬리표예산)이 아니라 사업목적달성을 위한 포괄적인 예산을 설정해놓고 상황의 유연성을 발휘하여 필요한 만큼 집행할 수 있는 예산집행방식(바구니예산)이 개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별도의 독립적인 지원기금의 설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을공동체만들기사업이 지속성을 갖고 추진되고 사회혁신을 위한 견인차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시민들이 지향하는 공동의 목표가 설정되고 주기별로 그 개선치가 측정될 수 있는 목표평가지표, 피부에 와닿는 ‘(가칭)마을지표가 개발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GNP와 같은 경제수치로 한나라의 발전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삼았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UN이나 OECD와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생태환경지속가능성, 공동체구성원과의 접촉빈도, 정부에 대한 신뢰, 외부인에 대한 관용 등과 같은 내용들이 측정되는 행복지수를 도입하여 국가별 순위를 비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평가지표는 사업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계획 대비 결과측정과 같은 가시적이고 단편적인 정량적 평가지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을공동체의 사회적 자본강화정도,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의 축적과 같은 변화정도를 측정하는 목표지향적이고 정성적인 평가지표의 개발이 필요하다. ‘마을지표는 마을공동체의 특성상 마을주민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들 스스로가 자신이 지향해나갈 목표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조직하는 것만으로도 사회혁신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 수 있다.

 

3) 5대 인프라의 형성(아카이브, 뱅크, 맵핑, 미디어, 포탈 등)

마을공동체사업은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자원발굴연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사업이다. 때문에 행정의 지원이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라 행정지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행정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고 장기적 전망을 갖고 꾸준히 자원을 투입해야 할 영역이 있다. 마을공동체활동의 토대를 튼튼히 할 인프라 구축과 관련된 영역이 그것이다. 특히 사업의 초창기에 공공자원의 투입을 적극화하여 사업이 자체탄력을 받아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을공동체사업의 인프라형성은 커뮤니티활동을 위한 공용시설과 장비를 발굴하고 늘리는 사업, 커뮤니티 뱅크, 커뮤니티 아카이브, 커뮤니티 맵핑, 커뮤니티 미디어, 학습교육연구지원 시스템 등에 대한 조성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투입하여 마을공동체활동이 원할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데 인프라형성이라고 해서 기존의 관성대로 하드웨어적인 시설공간에 대한 투자와 가시적 지원에 치중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그러한 인프라들의 내용을 채우고 확대해나갈 수 있는 인재와 프로그램을 육성하고 문화와 시스템을 만드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 마을공동체 활성화의 기반조성을 위해 다음과 같은 마을교육, 아카이브, 뱅크, 맵핑, 미디어의 5대 인프라 구축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데 보다 적극적인 행정의 지원이 필요하다.

마을교육시스템 : 마을이 일꾼을 만들고 일꾼은 마을을 만든다. 마을일꾼은 마을기자, 조직가, 아키비스트, 교육가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이들을 육성하여 스스로 강사가 되도록 지원한다. 마을대학, 열린 마을학교, 민관합동교육, 마을배움터, 기자학교 등 다양한 마을학교를 활성화한다.

마을아카이브 : 사람들의 기억과 기록의 집합이 마을이다. 고비용저효율의 중앙 집중형이 아닌 저비용고효율의 과정중심의 참여형 방식을 추구한다. 마을아키비스트를 양성하고 마을살이의 기록문화 캠페인을 전개, 확산시키다. 마을만들기의 경험과 사례를 축적하고 전파할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을 갖추고 운영한다.

마을미디어 : 마을주민들이 미디어의 소비자에서 미디어의 생산자로 전환되도록 지원한다. 다양한 마을차원의 미디어 시스템 지원, 마을미디어 허브를 통한 교육 및 기자재 지원, 공론장으로써 마을뉴스, 마을미디어 콘텐츠 유통채널을 구축한다.

커뮤니티 맵핑 : 마을의 공간자원, 단체자원, 인적자원, 프로젝트 등 다양한 마을자원을 맵핑한다. 시민과 지자체가 쌍방향에서 자원을 파악하고 등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

마을뱅크 : 마을공동체는 우리가 만들고 모두가 돕는 방식이다. 각 마을의 공동체 자조계모임 등을 활성화하고 네트워킹하여 협동조합형 출자로 기금을 조성한다. 서울시 사회투자기금, 지역재단 등의 사업계획과 연계하여 운영한다.

이상의 마을교육, 아카이브, 뱅크, 맵핑, 미디어 등의 5대 인프라가 온라인으로 상호 연결되고 네트워킹되도록 온라인 허브, 또는 플래폼으로서 마을포탈을 상정할 수 있다. 마을포탈은 준비되는 만큼 조금씩 단계적으로 덧붙여갈 수 있는 유연성을 갖도록 한다.

온라인뿐 아니라 마을지원센터 등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해서도 마을정보자료실’, ‘마을일꾼사랑방과 같은 소통과 정보교류, 학습의 장을 개설, 운영함으로써 온, 오프의 시너지를 만들고 마을공동체사업의 기반인프라를 튼튼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참고자료>

세상의 변화방향과 사회혁신 의제

 

박홍순

 

1. 세상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나?

 

1) 위기의 시대

- 전지구적 차원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3대위기 : 경제위기(장기불황과 양극화), 자원위기(석유위기와 식량위기), 환경위기(기후변화), 그리고 이들 간의 융복합 현상.

- 2008년 금융위기는 대 침체를 넘어서 장기침체(Long Recession)로 전환 ; 일시적 현상이 아닌 근본적 문제

- 세계화의 확대와 지역 불균형의 심화 : 세계화 특히 금융 세계화는 고도의 기업활동과 정보통신시설이 집중된 이른바 세계도시(, 서울)를 필요로 하고, 세계도시는 세계경제의 지역적 네트워크로 존재하고, 이러한 지역은 계속 성장하지만, 대다수의 지역은 배제됨.

- 대형유통자본에 의한 자영업자의 몰락, 중소기업, 농촌경제의 쇠퇴. 삶의 공간으로서의 지역을 위협 : 주거, 보육, 교육, 보건의료, 환경, 문화 등에서 공공성을 후퇴시키고 사회서비스의 민영화와 시장화에 의해서 지역주민의 삶을 위협

- 대안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있다(대선주자들의 발언). ‘근본적인 변화’(박근혜)를 추구하고, ‘시대의 교체’(문재인)를 해야 하며, ‘낡은 체제를 청산하고 미래 가치’(안철수)를 열어야 한다.

 

2) 위기의 해법-변화의 방향

- 현대사회가 당면한 많은 문제들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개인의 이해와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하는 문제의식과 관련되어 있다.

- 사회제도, 물질, 의식이 서로를 상승시키는 진정한 조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익과 경쟁, 대립과 투쟁을 넘어서는 상생의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이, 아직은 아집이 있는 서로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시스템과 물질적 준비를 통해 의식의 미흡함을 보완해가고 이런 실천의 과정을 통해 인류의 보편적 의식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며, 이러한 의식의 업그레이드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 국가주도 방식, 사회주의 실패의 경험에서 우리는 중요한 것을 배웠다. 공공성의 실현은 위로부터의 강제적 방식에 의해서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성찰성이 증대하면서 국가나 시장과 같은 전통적 부문이 아닌 시민사회와 같은 자발적 부문의 사회적 역할과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사람들의 지식문화수준, 기술발전과 생산력의 증대, 민주주의의 발전 등 사회의 전반적인 자율화 과정이 높아지고 있다.

- 시민사회는 국가나 시장이 갖지 못한 새로운 인적, 물적, 정신적 자원을 갖춰나가고 있다. 바로 자발적 부문이라는 특성에서 나오는 힘이다. 시민사회가 갖고 있는 자발성에 근거한 공익성의 추구, 이것이 국가실패, 시장실패의 문제를 해결해나갈 열쇠이다.

- 지역사회를 살기 좋은 공동체로 만들려면 물리적, 경제적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하드웨어적 측면뿐 아니라 공동체적 인간관계의 실현이라는 소프트웨어적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 그것은 지역사회의 운영에 있어 행정과 주민이 동등한 자격으로 파트너가 되어 함께 기획하고 함께 실천해가는 새로운 거버넌스(Governance)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3) 한국시민사회는 어디에 서있나?

- 한국사회의 정치는 시민사회의 토대 위에서 진전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근대국가 수립 이후 5공화국까지 권위주의 국가에서 지내오면서 국가가 먼저 이루어지고 다음으로 경제 및 사회가 국가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역순의 과정을 밟아왔다.

- 또 한국사회에서 아래로부터의 시민사회 형성은 서구와 같이 역사적 단계를 전체사회가 밟아오면서 다원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군부와 관료, 재벌을 중심으로 한 체제의 비대화에 대하여 민주화세력의 도전 즉 정치적 공간에서 상징능력이 가장 두드러진 세력들이 서구의 공공권역과 상응하거나 그 과정을 축약한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 노력과정에서 생겨났다.

- 이른바 87년 체제의 성립으로 한국사회는 저강도민주주의(low intensity democracy)를 넘어 고강도민주주의(high intensity democracy)의 단계로 이행하기 시작했고, 개발도상국형 사회갈등구조와 선진국형의 탈근대성을 띤 생활세계의 과제가 중첩되어 표출되는 복잡성을 띄게 되었다.

- 그동안 한국의 시민운동은 정치권에 대한 견제와 비판 기능, 나아가 대안적 정치기능을 수행해왔다. 그것은 과거 한국 정치권이 전근대적인 정치사회구조 개혁의지의 부족, 정치부패행위의 만연과 국민의 불신 등으로 한국사회발전의 장애물이었기 때문이었다.

- 하지만 선거를 통한 수평적 정권교체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갈등의 정치적 수렴과 대중의 정치적 선택은 제도화된 틀 안에서 수용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고 시민운동의 정파적 편향성이 부각되면서 시민운동의 정치적 기능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신뢰는 현저히 저하되었다.

- 한편 사람들의 지식문화수준, 기술발전과 생산력의 증대, 민주주의의 발전 등 사회의 전반적인 자율성이 높아지고, 근대 산업화·민주화 시기와는 구분되는 사회적 다양성과 개인주의의 심화, 세계화와 정보화 등 새로운 사회발전에 따른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변화하고 있다.

- 보통 시민사회의 두 가지 축은 권익과 책무의 측면에서 형성되는데, 한국도 사회발전에 따라 권익주창(Advocacy)에서 자원봉사(Volunteering)로 점차 기능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 특히 지역사회를 무대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풀뿌리 시민생활영역에서의 마을만들기, 주민자치 등 풀뿌리공동체운동이 대표적인 활동양식으로 떠올랐다. 그것은 지속가능한 생활환경실현운동, 주민참여형 지역복지운동, 자원봉사와 시민교육을 통한 공동체의식 확산운동, 주민자치를 통한 지역공동체 형성운동으로 구체화되었다.

- 풀뿌리공동체운동에 있어 주민참여의 궁극적 목적은 참다운 공동체 형성에 있다. 사람들은 풀뿌리지역사회의 이러저러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참여하여 그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자기존중만이 아니라 타인존중을 배우게 되고 공동체의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체득하게 되며 자기통제의 기술과 자치의 원리들을 배우게 된다.

 

 

2. 사회혁신의 과제

 

1) 시민사회 키우기 ; 큰 사회 담론 - “정부와 시장은 더 작게, 시민사회는 더 크게

- 국가사회발전을 위한 (시민)사회의 책임과 역할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 정부주도의 산업화, 기업주도의 세계화수용과정을 거쳐오면서 시민사회가 크게 성장, 인권신장, 민주화를 이끌고 사회의 자유도를 신장시키는데 기여.

- 이제는 시민사회가 국가사회발전의 책임을 공동분담하고 그 유연성과 창의성으로 기여토록 해야, 정부는 시민사회의 역량강화(Community Empowerment)를 위해 적극적 정책을 펼쳐야

-시민사회의 책임과 역량이 강화된다면 정치, 경제, 복지 각 영역에서의 새로운 변화 가능.

정치영역의 역할 : 개방과 참여, 소통, 심의민주주의 확산, 거버넌스(협치)로의 전환

경제영역의 역할 : 대경쟁(글로벌비즈니스)과 상호부조(커뮤니티비즈니스)의 조화, 협동경제영역의 활성화.

복지영역의 역할 : 요구하는 자와 공급하는 자의 관계가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문제해결능력 강화

- 그동안의 발전전략은 산업경제발전전략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왔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회발전전략이 결여되어 있었다. 사회발전전략은 사람들의 창의성과 사회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지만 현상적으로는 복지확대에 대한 요구로 나타난다.

- 점증하는 복지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복지서비스전달체계를 정비하고 정부의 대응능력을 높여나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주민자치조직을 활성화하여 민간의 지역복지해결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 대사회정책 신노선으로의 전환

. 권한을 시민공동체로,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사회

. 협동경제의 활성화, 복지사회는 우리 힘으로

. 성숙한 시민사회발전을 위한 국가의 책임 강화

 

2) 사회적 경제

- 경제민주주의 담론의 유행 : 정의로운 시장경제, 숙의 민주주의에 기초한 공공경제, 지역 공동체에 뿌리박은 사회적 경제가 함께 우리 국민경제 안에 어울릴 때 경제 민주주의 가능

- 사회적 경제는 다음 3측면에서 주목받을 수 있다. ‘위기에 강한 사회적 경제’, ‘불평등을 완화시킬 사회적 경제’, ‘새로운 성장모델로서의 사회적 경제’. 이미 ILO등에서도 이번 경제위기 이후 협동조합이 위기에 강한 이유를 다시 확인해 주고 있는 중임(ILO(2009), "Resilence of the Cooperative Business Model in Times of Crisis)

- 사회적 경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중시하고, 연대와 협동의 원리에 의해 지역과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내발적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음

사회적 경제의 개념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 협동조합 지역사회를 향해서

전통적 사회적 경제영역의 확대

. 기존 개별법 상의 협동조합의 개혁 및 활성화

. 농협, 수협 개혁

. 생협 발전

. 신협의 제자리 찾기

새로운 사회적 경제 영역의 활성화 및 개척

. 정부정책에 의해 장려된 사회적 기업, 커뮤니티비즈니스, 마을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의 제구실 찾기

.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에 따른 협동조합 영역의 개척

 

3) 지역발전 패러다임의 전환 : 외생적 개발에서 내발적 발전으로

지역에 대한 재인식: 지역의 재발견

지역은 주체적 존재: 주민들이 공동체적 일체감을 갖고 상호연대해서 생활하는 공간

지역은 자립적 존재: 지역은 인간이 자연과의 물질대사를 행하고 서로 협동하여 살아가는 생활의 거점. 이러한 인간의 경제과정은 지역을 기본단위로 이루어짐.

지역은 대안적 존재: 세계경제위기는 지역에서의 실천으로부터 해결책을 모색

지역의 내발적 발전이란

첫째, 지역개발의 목표가 단순한 경제적 성장이 아닌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 , 경제, 사회, 환경적으로 통합적 발전(integrated development).

둘째, 내발적 발전은 발전의 동력을 기본적으로 지역 내에서 구함(driven from within).

지역내의 자원(자연, 인적, 물적, 문화, 환경자원)의 최대활용에 의한 발전 추진, 발전 성과가 지역 내로 순환(보전), 귀속되도록 함

셋째, 지역주도의 상향식 발전, 주민참여와 협동·자치에 의한 발전을 중시함. 다양한 주체와 파트너십과 네트워크에 의한 거버넌스 중시

 

4) 심의(숙의)민주주의

- 대의민주주의의 결손, 직접민주주의의 위험성, 인류가 발전시켜온 최상의 사회운영제도인 민주주의가 갖는 허점. 민주주의라는 제도의 질()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그것을 운영하는 주체(主體), 곧 사람들의 의식과 문화의 성숙정도이다.

- 질 높은 민주주의, 성숙한 시민사회를 위해서는 먼저 상호성(reciprocity)의 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 타인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려는 욕구를 넘어서서 상호 수용가능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려할 줄 알아야 한다. 다음으로 공공성(publicity)의 원칙이다. 정책결정과정이 사익과 특정집단의 이해관계를 넘어 공공선에 대해 숙의할 수 있도록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고 토론과 대화의 과정이 중시되어야 한다. 셋째는 책무성(accountability)의 원칙이다. 민주주의는 권리의 행사에 따른 책임과 의무가 함께 해야 한다. 결정과정에 참여하는 시민들과 대표자들은 누구에게나 자신들의 주장의 근거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 이상의 원칙들은 심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가 실천될 수 있는 조건들로 제시된 원칙들이기도 하다. 심의민주주의는 최근 많은 정치학자들에 의해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고, 그 실험적 적용들이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공론조사, 배심원재판, 타운홀미팅 등

 

5) 통섭과 거버넌스

 

- 전통적인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섭적 접근을 통해 과학기술, 생산력의 발전을 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사회의 자유도가 높아진 객관조건을 기반으로 주체들의 관계 고도화를 통해 창조력을 확장하는 새로운 사회발전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 세상은 이미 지식정보화, 세계화, 민주화 등으로 과거로부터 고정되어있던 장벽의 붕괴를 경험하고 있다. 개인들의 자유, 시간, , 건강, 사회적 이동성, 자신감 등이 증가하면서 시민섹터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 과거 소유와 지배, 착취와 소비가 지배하던 시대에서 창조와 생산, 봉사와 절제라는 새로운 가치가 보람과 기쁨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되고 있다.

- 정부의 간섭, 자본과 교육에의 부족한 접근, 높은 커뮤니케이션 비용 등 이전까지 작동했던 많은 장벽이 제거되면서 시민섹터가 활성화되고 사회와 경제로 나뉘던 개념적인 장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정부와 시장은 시민섹터를 키우고 그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하며 시민섹터는 시장으로부터 배우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경계를 넘어 창조적 협력으로 나아가는 것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좋은 투자이다.

- 근대적 의미의 섹터간 경계를 넘어선 거버넌스의 정립, 그것은 한편으로는 어느 한 섹터가 일방적으로 지배적 위치에 설 수 없는 사회발전의 성숙도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배타적 지배구조만으로는 문제해결에 접근할 수 없는 현대사회의 복잡다양한 성격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개방, 공유, 소통, 참여 등과 같은 키워드들이 보여주는 웹2.0시대의 특성을 잘 구현할 수 있는 굳 거버넌스가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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