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9일 토요일

함께 어울려 사는 따복공동체(2015.12)

 장애학생을 위한 마을공동체포럼 토론문

함께 어울려 사는 따복공동체

 

 

박홍순

경기도따복공동체지원센터 성장지원실장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현대사회의 우리들은 매일같이 위기에 직면하여 살아가고 있다. 자연재해의 위기보다는 물질문명의 발전과 사회구조의 부조화에서 오는 인위적인 위기가 현대사회의 더 본질적인 위기를 구성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성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경제성장의 신화가 공고했었고 실제로 경제성장의 달콤한 열매를 맛본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지구환경과 인간 자신을 갉아먹으면서 만들어진 성장 신화는 결국 생태, 경제, 사회, 전 영역에 걸쳐 만성적인 위기를 만들었을 뿐이다.

만성적 위기에 봉착한 개인들은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게 된다. 한국은 10년 넘게 OECD회원국(34)가운데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기록하고 있다. 하루 평균 40여명이 자살을 선택하고 있고 전체 사망원인 4,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가난이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생활고를 비관한 가족동반 자살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더 이상 사회가 개인의 곤경을 염려해 주고 도와줄 거라는 기대가 사라졌음을 나타낸다.

실제로 최근 OECD가 발표한 <2015 더 나은 삶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사회적 연계부문에서 최하위다. 쉽게 말해, 힘들 때 기댈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자기가 죽고 나면 남은 가족을 아무도 돌봐주지 않을 거라고 믿기에 가족을 데리고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생명의 사회적 연계성은 사라지고 각자도생의 개체성만 남은 우리사회의 비참한 실상이다.

이러한 심각한 사회적 위기를 전통적인 방식에 의존해서만은 해결할 수 없다는 자각과 공감대가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의 무능과 시장의 탐욕에 실망한 시민들의 관심과 자구적인 노력이 지역공동체의 회복력에 대한 재발견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교육계나 사회복지계 안에서도 마을만들기 또는 지역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마을만들기는 일본의 마찌즈쿠리(まちづくり)나 서구의 커뮤니티 빌딩(Community Building)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지역사회를 살기 좋은 공동체로 만들자는 운동이다. 그것은 지역경제의 추락, 주택의 노후화, 전통상가의 몰락, 문화복지시설의 부족 등과 같은 물리적, 경제적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하드웨어적 측면뿐 아니라 가족붕괴와 범죄, 사회적 신뢰상실, 청년과 노인 문제 등 사회적, 문화적으로 공동체적 인간관계를 실현하고자 하는 소프트웨어적 측면도 포괄하고 있다. 또 마을만들기에서는 문제의 해결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해결해가는 과정과 주체의 형성을 중요시한다. 때문에 지역사회의 이러저러한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주민자치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고, 시민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자발적 참여가 핵심적 요소가 된다.

마을만들기의 핵심은 시민참여의 과정에 있다. 마을만들기는 놀이터, 소공원, 골목길 등 생활환경 주변의 공용공간이나 공공시설의 설치나 유지관리와 관련하여 기존의 발상을 전환한 데서 시작되었다. 단순히 하드웨어적인, 시설의 디자인에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마을의 제 집단을 참여시키는, 즉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디자인하는 데 그 본질이 있다.

공용공간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마을만들기는 점차 마을사람들 삶의 제반 영역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었다. 보다 쾌적한 생활환경의 조성, 안전한 먹거리(생협 등), 함께 크는 아이들(공동육아, 작은 도서관 등), 함께 만드는 일자리(커뮤니티 비즈니스), 함께 나누는 소식(마을미디어), 함께 즐기는 문화(마을축제 등)에 이르기까지 삶터에서 관계만들기를 통해 사람을 세워나간다는 기본 성격이 적용된다면 그 소재에 제한이 없이 전개되고 있다.

마을만들기의 활성화는 지역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행정이나 복지분야 등에서 전통적으로 지역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지역사회의 필요, 결핍, 문제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지역사회의 문제를 고착된 것으로 이해하였고 지역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에서도 외부 재정과 인력의 지원에 의존하게 되고 주민을 서비스의 수혜자로서만 이해하였다. 그것은 경향적으로 행정() 권한의 확대를 불러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전통적인 시각을 넘어 대안적인 길을 찾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그것은 지역사회의 능력, 기술, 자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또 관계 중심의 접근방법, 네트워크 중심의 접근 방법이다. 지역사회의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고 마을의제형성에 초점을 두며 주민 참여로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관점에서는 민과 관의 협력 모델인 거버넌스 모델을 추구하게 된다.

 

 

2. 문제를 풀어가는 원칙

 

그동안의 마을만들기 사업에서 합의되어 온 기본적인 원칙으로 사람중심의 원칙, 현장중심의 원칙, 과정중심의 원칙의 3가지를 들 수 있다. 사람중심의 원칙이란 일 자체의 성과보다도 그 일에 관련을 맺고 참여하는 사람들의 성장과 관계의 발전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마을일을 맡아 헌신하는 주민리더와 마을간사 등을 교육하고 키우는 데 사업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현장중심의 원칙은 구체적인 개별 마을의 특성과 준비정도에 맞게 사업이 기획되고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계획이나 전문가들의 설계에 따라 위로부터 일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마을현장 주체들의 선택과 참여에 의해 밑으로부터 일이 진행되어야 한다. 과정중심의 원칙은 단기적 성과도출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을 갖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잘 밟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사하고 기획하는 단계부터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야 하며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갈등조정의 기술을 배운다. 실행과 평가과정에도 주민들이 서로 역할분담하여 참여함으로써 사업의 결과에 대한 소속감을 갖게 되고 향후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게 된다.

최근에 들어 마을만들기운동은 지역사회에 더 튼튼히 뿌리내리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려 시도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와의 융복합을 얘기하는 것도 그러한 흐름의 표현이다. 사회적 경제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설명할 때 일반 시장경제를 구성하는 요소인 자본, 부채, 자산 외에 공동체의 공유자산과 신뢰자본이라고도 불리는 사회적 자본을 필수 구성요소로 덧붙이게 되는데 바로 이 공유자산과 사회적 자본 같은 요소가 기존의 경제영역을 품으면서도 그와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경제를 창조할 수 있는 결정적 요소로 되는 것이다. 최근 경기도에서 따뜻하고 복된 공동체라는 비젼을 제시하고 지역공동체와 사회적경제의 융복합을 통한 지역복지의 새로운 방법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지역문제 해결에 이러한 경험과 원칙을 적용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마을만들기에서는 하드웨어적 접근방식, 소프트웨어적 접근방식을 넘어서 휴먼웨어적 접근방식이야말로 마을만들기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정치도 경제도 따지고 보면 다 사람들이 하는 일이고 결국 그것을 운영하는 행위주체의 역량이 성숙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자원도 다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그래서 마을만들기에서는 사람만들기가 알파요 오메가라고 하기도 한다. 이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놀고 일하는 문화가 그만큼 성숙하게 성장해가는 것이 필요하며 그러한 희망의 가능성을 오늘날 풀뿌리에서 확인하게 된다.

 

 

3. 함께 어울려 사는 방법

 

10여전 일본 후쿠오카시를 방문했을 때 한 동네카페에 들려 경험했던 기억이 오래 남아 있다. 그 카페는 정신지체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던 카페였는데 그들의 숙련된 서비스실력도 놀라왔지만 카페를 찾는 동네주민들의 스스럼없이 대하는 태도와 어울림이 더욱 인상 깊었다. 3년 전 협동조합의 도시로 유명한 이탈리아 불로냐를 방문했을 때도 CIM협동조합이란 곳을 가본 적이 있는데 CIM1988년에 설립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장애인과 사회적 취약계층을 지역 내 비즈니스 및 기관 내부로 취업을 연계시켜 그들의 사회활동을 돕고 서로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 나무공예, 종이공예, 식당사업, 과일잼과 전통술생산, 핸드메이드 스카프 및 스웨터 생산 등의 일을 하고 있었는데 방문했을 때 쾌적한 환경에서 밝게 웃으며 일하는 그들과 어울릴 수 있어서 매우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또 볼로냐에는 카디아이(KADIAI)라고 하는 노인, 장애인, 어린이 등에게 돌봄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유명한 지역사회 협동조합이 있다. 카디아이는 노인, 장애인, 어린이를 위한 가정방문, 거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3백여명의 직원이 한해 평균 33천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체 직원의 64%가 조합원이다. 카디아이는 지자체와 계약을 맺고 가정방문을 통한 서비스, 홈 케어 사업을 진행하는데 노인돌봄서비스의 경우, 요금의 3분의 2는 시에서, 3분의 1은 서비스 받는 개인이 낸다. 장애인, 어린이를 위한 서비스도 하고 있는데 정신병원이 문을 닫은 후에는 정신지체자도 함께 돌보고 있다. 어린이 중에서도 장애를 가진 어린이를 도와주는 교육 서비스도 있다. 장애 학생이 평범한 학교서 보통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집에서 교육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오늘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들은 사회를 구성하는 각 섹터를 구분 짓는 경계를 뛰어넘어 융합의 시너지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시장, 국가, 시민사회가 각각 고유한 자신의 영역 안에서의 역할에 안주하지 않고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모색들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급격히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전통적으로 기업활동은 시장의 영역에 속해있었고 그 목적은 사적 이윤의 추구에 있었다. 또 사회공익을 추구하는 시민사회의 자원봉사활동은 철저히 시장논리의 바깥에서 행해져왔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른바 착한기업이라고 불리우는 사회적 기업은 시장과 시민사회간의 공고한 경계를 허물어뜨려 버렸다. 시민의 자원봉사참여와 공익성의 추구라는 시민사회의 장점과 효율적인 기업경영방식과 경쟁을 통한 생산성 증대이라는 시장의 특성을 결합하여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주제발제자가 제기하고 있는 발표내용에 대부분 공감한다. 발달장애인들의 경우 실질적으로 학령기의 경우, 교육과 치료를 중심으로 한 여러 조직, 기관,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만, 이러한 과정이 종료되고 마땅한 직업과 참여할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20세 이후인 성인기를 대상으로 한 공동체 구축이 필요하다.” “장애성인의 자립교육 및 직업교육을 통해 성인기 장애학생의 지역사회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 살고 있는 또는 살아왔던 지역사회 내에 공동체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새롭게 구축된 공동체 생활은 지역사회 내 기존의 조직들과도 자연스럽게 연계되어야 하며, 서로 상호작용이 용이하도록 계획되어야 한다.” “생애주기에 따른 필요 욕구를 채워주기 위한 서비스 제공을 평생교육의 형태로 구축하는 것도 지자체와 교육당국이 적극 협력해서 검토해야 한다.

발제자가 얘기하고 있듯이 공동체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핵심이다. 어떤 특수형태의 시설이나 공동체모델을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 그러한 시민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사이좋은 이웃끼리 믿고 사는 마을, 그것이 우리가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는 바탕이다. 사익이 무시되거나 배제되지 않지만 공공성이 점차 높아지는 사회, 사회적 유대와 끈끈한 정으로 엮어져 있지만 밖으로도 편견 없이 열려있는 공동체로 발전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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