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9일 토요일

자원봉사와 마을만들기의 만남(2011)

* 한국자원봉사문화 기고글


 

 

자원봉사와 마을만들기의 만남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박홍순

 

지난 67~9일 경남 창원에서 제5회 마을만들기 전국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기간 중 열린 컨퍼런스에서 마을만들기 활성화를 위한 자원봉사의 역할이란 주제로 토론회가 있었는데, 전국 각지에서 모인 자원봉사센터 관계자 및 관련 시민단체 활동가들 사이에서 진지하고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그동안 자원봉사계 내부에서도 마을만들기와 관련된 논의가 있어왔지만 마을만들기 관련자들이 모두 모이는 전국단위 컨퍼런스에서 자원봉사를 주요의제로 삼게 된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그것은 최근 몇 년간 각 지역 자원봉사센터를 중심으로 자원봉사마을만들기 프로그램들이 활발히 전개되어왔다는 점과 마을만들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주민자원봉사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토론회에서 자원봉사마을만들기 우수사례로 소개되었던 김해시자원봉사센터의 해피하우스 프로젝트는 공적인 사업비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 지역민들과 자원봉사자, 기업봉사단의 참여와 민관파트너십을 통하여 지속성있는 지역사회자원봉사프로그램을 정착시킨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김해의 이 사례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던 것은 열린사회시민연합과 SK텔레콤이 2005년부터 공동으로 추진한 자원봉사마을만들기 지원사업에 선정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열린사회시민연합의 자원봉사마을만들기사업은 기존의 자원봉사프로그램과는 좀 다른 각도에서 접근된 프로그램이었다. 그 이전까지의 자원봉사 시스템이 대체로 시군구단위의 자원봉사센터나 단체를 거점으로 각 종 자원봉사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요구되는 자원봉사 수요에 대응하여 효과적인 자원봉사서비스를 공급하는 식으로 이루어져왔다. 반면 자원봉사마을만들기의 방식은 주민들의 근린생활권에 밀착한 읍면동단위에서 주민들 스스로가 자원봉사활동의 기획자이자 실행자가 되도록 함으로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주인이 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것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자원봉사프로그램의 현실적응력과 창의성을 높이고 지속성을 담보하게 하는 장점을 지니게 된다.

마을만들기는 일본의 마찌쯔꾸리나 서구의 Community Building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지역사회를 살기 좋은 공동체로 만들자는 운동이다. 그것은 지역경제의 추락, 주택의 노후화, 전통상가의 몰락, 문화복지시설의 부족 등과 같은 물리적, 경제적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하드웨어적 측면뿐 아니라 가족붕괴와 범죄, 사회적 신뢰상실, 청년과 노인 문제 등 사회적, 문화적으로 공동체적 인간관계를 실현하고자 하는 소프트웨어적 측면도 포괄하고 있다. 또 마을만들기에서는 문제의 해결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해결해가는 과정과 주체의 형성을 중요시한다. 때문에 지역사회의 이러저러한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주민자치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고, 시민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자발적 참여가 핵심적 요소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의 마을만들기사업에서 합의되어 온 기본적인 원칙으로 사람중심의 원칙, 현장중심의 원칙, 과정중심의 원칙의 3가지를 들 수 있다. 사람중심의 원칙이란 일 자체의 성과보다도 그 일에 관련을 맺고 참여하는 사람들의 성장과 관계의 발전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마을일을 맡아 헌신하는 주민리더와 마을간사 등을 교육하고 키우는 데 사업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현장중심의 원칙은 구체적인 매개 마을의 특성과 준비정도에 맞게 사업이 기획되고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계획이나 전문가들의 설계에 따라 위로부터 일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마을현장 주체들의 선택과 참여에 의해 밑으로부터 일이 진행되어야 한다. 과정중심의 원칙은 단기적 성과도출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을 갖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잘 밟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사하고 기획하는 단계부터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야 하며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갈등조정의 기술을 배운다. 실행과 평가과정에도 주민들이 서로 역할분담하여 참여함으로써 사업의 결과에 대한 소속감을 갖게 되고 향후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게 된다.

이러한 마을만들기의 성격과 원칙들은 자원봉사의 기본 특성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고 자원봉사활성화는 마을만들기의 주민참여 측면에서 필수적이고 관건적인 요소이다. 자원봉사의 기본 특성은 자발성과 공익성 그리고 무댓가성이다. 마을만들기는 마을공동체의 해결해야할 과제들을 주민들이 공익적 관점에서 참여해서 함께 풀어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의 주민참여는 당연히 자발성에 근거한 것이어야 하고 참여의 댓가로 보수를 받거나 어떤 반대급부를 취하기를 의도해서는 안 된다. 때문에 마을만들기과정에의 주민참여는 철저히 자원봉사의 정신으로 이루어질 때 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고 자원봉사문화의 활성화를 전제하지 않고는 마을만들기의 성공을 생각할 수 없다.

마을만들기는 마을이라고 하는 일정한 지역적 범위를 매개로 의제를 설정하고 주민들이 참여하여 이루어진다. 지역적 범위는 의제의 성격이나 참여하는 주민들의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학교, 시장, 주거단지 등 생활적 연관성에 의해 영향받게 되고 행정구역으로 보면 시군구단위보다는 읍면동단위가 보다 연관성이 높다. 최근 몇 년간 동단위를 매개로 자원봉사활동의 거점을 설치하고 주민생활권에서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기울여졌고 적지 않은 성과들을 확인하고 있다. 서울시의 자원봉사캠프와 시흥시의 자원봉사희망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서울시의 자원봉사캠프는 지역풀뿌리의 자원봉사활성화를 위하여 주민센터 등 생활권을 중심으로 설치된 미니자원봉사센터로 캠프에는 지역주민출신으로 자원봉사의 경험과 교육과정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자원봉사상담가가 배치되어 있다. 시흥시 자원봉사센터는 2007년부터 지역사회에서 활동한 경험과 전문 역량을 바탕으로 마을단위 자원봉사 지원체계인 자원봉사 희망터, 희망마을 운영 등을 통해 질 높은 자원봉사프로그램을 주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기울여왔고 그 결과 경기도에서 가장 우수한 자원봉사센터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캠프나 희망터는 모두 자원봉사와 마을만들기가 만나 새로운 지역사회의 시너지를 만들어 온 대표적인 사례이고 앞으로도 자원봉사마을만들기 활성화를 위한 훌륭한 인프라로 역할해 갈 것으로 기대된다. 자원봉사마을만들기는 풀뿌리 차원의 자원봉사문화 확산을 위한 확고한 트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자원봉사마을만들기는 풀뿌리시민운동과 자원봉사가 만나는 좋은 융합의 구체적 예이다. 이러한 융합의 효과가 꼬리를 물고 이어져 더 많은 시민들이 자원봉사를 통해 행복한 삶을 이웃과 함께 누려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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