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9일 토요일

마을만들기,도시재생 관련 토론회(2013.2.인천 시민과대안연구소 창립토론회)

 


토 론 문

 

박홍순(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

1.

토론회 참석요청을 받고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몇 년 전 배다리마을을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다. 마을 한가운데를 횡단하며 붉은 황토빛의 산업도로 부지가 동네를 두 토막으로 갈라놓고 있던 모습과 동네사람들이 가꾼 텃밭이며 담장의 그림, 오래된 책방, 예술창작공간, 막걸리주점 등이 오버랩되며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배다리의 모습은 도시재생과 관련해서 오늘날 인천시가 처하고 있는 현실의 적나라한 모습과 그 대안모색의 모티브를 제공해주는 상징처럼 다가온다. 공동체를 파괴하고 사람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현대도시의 비인간적 개발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휴머니즘 르네상스의 행복추구운동이 어떻게 시작될 수 있는가하는 상상력을 거기서 발견할 수 있다.

요즈음 마을공동체의 회복을 화두로 하는 마을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작은도서관, 공동육아, 마을학교, 동네축제 등 주민 스스로 기획하고 행하는 작지만 의미있는 활동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그를 지원하는 행정의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마을만들기에서 최근 공동체에 대한 강조가 부각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아마도 서울시가 마을공동체만들기를 주요 시정사업으로 설정하고 행정력을 동원한 지원사업에 나서면서부터가 아닌가 생각된다. 서울시에 종합지원센터가 만들어지고 7백억 내외의 예산이 마을공동체지원사업에 투입되기 시작하자 정읍시나 안양시와 같은 기초자치단체뿐 아니라 부산시, 경기도 등 광역자치단체들도 뒤이어 지원조례의 제정이나 마을지원센터의 설치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에 마을만들기에서 공동체성에 대한 강조가 이루어지면서 종래의 마을만들기를 행정주도의 형식적 마을가꾸기사업이나 물리적 재생을 중심으로 하는 재개발사업으로 분류하고 서로 성질이 다른 마을만들기로 쉽게 구분하는 경향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분법적 구분이 바람직한가? 아니 실제 가능한 것일까? 대답은 NO이다. 주민의 참여와 공동체성에 기반하지 않은 마을가꾸기나 도시재생사업은 마을만들기의 정의와 범주에 속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종래의 마을만들기가 이러한 원칙과 지향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지향을 강조하고 그를 위한 사업프로세스를 강화하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취약한 주민역량을 이유로 주민교육 프로그램이나 주민소모임 지원사업에만 치중하는 것은 마을만들기라기보다는 NGO지원사업이나 지역복지사업의 범주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에 직면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마을만들기에 대한 행정의 관심은 계속 높아져왔고 앞으로도 더욱 확대 될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것은 항상 마을만들기의 참여주체인 주민의 의식변화, 성장에 대한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이었고 이를 메꾸기 위해 행정이나 전문가들의 손길이 실제사업을 많이 좌우했다는 것이다. 주민기반 없이 추진되는 마을만들기는 행정의 실적주의와 맞물리면서 시설개선이나 생활환경개선 등 물리적 개선이 중심이 되는 경향이 다분하였다. 때문에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주도를 위한 주민자치의식성장 지원프로그램, 주민의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이 강조되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주민의 역량성숙이나 공동체성 회복이 지원프로그램에 의해 얼마만큼 가능한 것인가 하는 문제와 선 공동체역량강화, 후 도시재생과 같은 단계론적 사고가 적용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같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주민자치에 기반한 마을만들기는 이상적 모델로 많은 활동가들의 관심사항이다. 2000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주민자치센터가 설치되면서 기존의 행정의존적인 관변형의 주민조직이 아니라 자치적인 주민활동에 대한 기대가 커져왔다. 주민자치센터가 주민자치를 다 대변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연구설계단계의 이상적 지향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반관반민의 시스템적 한계에 지역사회에 대한 무관심과 수동적인 주민문화로 주민자치라는 이상으로 나아가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주민자치박람회 등을 통해 드러난 지난 10여년의 주민들의 활동성과들을 보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많은 진전이 있었다. 초기의 행정보조활동이나 취미교양프로그램 위주의 센터운영에서 지금은 마을만들기와 같은 지역진흥프로그램이 주민자치위원회의 가장 중심적 사업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은 확고해진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마을공동체만들기사업이 행정의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자 주민자치위원회 등 기성의 마을만들기사업주체들과는 구별되는 또 다른 추진주체 또는 행정지원대상들이 강조되면서 일정한 혼선과 갈등요인이 발생하고 있다. 지역의 정주성을 강조하고 특정계층이나 집단이 아닌 지역공동체 전반의 이해와 참여를 요소로 하는 마을만들기에 있어서는 특히나 마을을 이루고 있는 기존조직들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그들 모두를 주체로 만들어갈 수 있는 관점과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 또 새로운 요소와 기성의 성과들이 조화되고 시너지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을만들기의 대상지역은 재개발지역과 같은 특정한 지역에 한정되지 않는다. 오늘 날 대도시의 대표적인 주거형태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단지이다. 도시에서의 마을만들기를 고민한다면 주거형태의 과반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도시공동체의 모델을 발굴하고, 확산해야 할 과제에 대해 외면할 수 없다. 서울에서는 옥상텃밭사업이나 커뮤니티 카페운영, 작은도서관, 도농직거래장터, 음식물쓰레기활용 등과 같은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자치구단위로 훈련받은 민간전문가(커뮤니티 플래너)들을 배치하여 공동주택단지의 공동체사업을 지원하고 있고 자원봉사센터에서는 아파트봉사단의 조직과 운영을 돕고 있다.

 

 

2.

마을만들기 일반의 요구와는 좀 다른 차원에서 도시재개발사업과 관련하여 바람직한 도시재생의 방법은 무엇일까하는 문제는 도시발전이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성숙이 요청되는 단계로 넘어오면서 그 수요가 계속 커졌왔고, 환경변화에 따른 새로운 대처방식에 대한 필요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 객관적 상황이다. 바람직한 도시재생의 방법과 관련하여 마을만들기가 중요시되고 있는 것은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하나는 저층주거지역에서 대규모 개발에 따른 공동체의 와해를 방지하고 원주민의 정착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기존주택의 정비와 공동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으며, 그를 위해서는 마을만들기 과정을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역정체성을 확보함으로써 주민들의 낮은 정주의식을 개선하고 지역공동체에 대한 애착을 심어나가기 위해서는 해당지역이 갖고 있는 역사문화적 개성을 발굴하고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가는 마을만들기방식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특히 인천지역은 근대화의 역사문화유산이 많고 그를 매개로 살을 붙여나갈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이 풍부한 지역이므로 그 장점을 잘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

도시재개발 사업에서 정비구역 지정과 해제는 관계자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폭발성이 높은 행정행위이다. 때문에 장기적인 도시계획 차원에서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와 갈등조정을 잘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다. 재산권과 주거권의 행사와 같은 개인의 권리와 관련된 문제와 공동체의 공공성 실현이라는 문제를 대립적 관점에서만 보아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들의 자유와 선택을 잘 보장하고 구성원 스스로가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합리적인 과정을 잘 설치하고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자치의 과정은 추상적인 게 아니고 바로 이러한 이해관계의 조정과 관련되어 있다.

서울시에서도 뉴타운 출구전략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하는 문제는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핫한 이슈이다. 그렇다고 뉴타운 출구전략을 바로 마을만들기로 등치시키거나 마을만들기를 통해 뉴타운문제를 풀 수 있는 특별한 해법을 발견할 수 있다고 순진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서울시에서는 뉴타운, 재개발 정비사업으로 인한 주민 간 갈등을 해소하고 주민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주민들이 실태조사결과(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실태조사관 지원)를 확인하고 주민 스스로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관건이 될 문제는 매몰비용과 추정분담금의 부담을 누가 얼마만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또 해제 이후에도 대안사업을 어떤 방법과 동력으로 벌여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대안사업으로 제시되고 있는 주거환경관리사업은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에서 정비기반시설과 공동이용시설 확충을 통해 주거환경을 보전, 정비, 개량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물리적 환경개선뿐 아니라 주민중심의 공동체활성화와 사회경제적 종합적 재생을 중시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현재 18개 구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마을만들기 관점에서 주거환경 열악지역에 대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전개한 대표적인 예가 두꺼비하우징이 추진한 은평구 산새마을 사례이다. 두꺼비하우징은 민간의 경험과 공공의 행정력이 결합하여 설립된 제3섹터 모델의 사회적기업이다. 두꺼비하우징은 주택관리, 주택개보수, 마을만들기, 주거복지지원에 이르기까지 수익사업과 공익사업을 결합하고 있고 주민참여를 통한 지역공동체만들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시범사업으로 추진한 지역이 은평구 신사동의 산새마을이다. 산새마을 사업모델은 통합형 마을재생 모델로 불린다. 주택개량과 경관개선과 같은 물리적 재생뿐 아니라 주민일자리창출과 영세자영업자 지원 등 경제적 재생, 복지, 교육, 의료서비스 지원과 사회적자본 형성과 같은 사회적 재생을 포함하여 마을재생을 바라보고 그를 실현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물리적 재생뿐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재생에 필요한 자금원 확보와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은평구에서는 금융권과의 협약을 통해 주택개량자금 지원제도를 만들고 두꺼비하우징론을 런칭하였으며, 사회적기업지원기금, 에너지효율화기금 등 공익성 외부공모사업을 결합하여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 노력한 바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사업기반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금융지원제도가 설계되어야 하며, 통합적 재생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중간전문기관이 설치되어야 한다. 서울시에서는 주거재생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뉴타운현장의 갈등조정과 대안적 해결과정을 도와주고 안내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재개발사업의 올바른 해법을 위해 마을마들기의 정신과 방법을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다. 그런데 마을만들기의 기본성격이 그러하듯 주민리더그룹이 형성되어 역량이 성숙되고, 주민 합의에 의한 마을계획을 수립하여 그것을 실행하여 성과를 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의 실패의 경험과 우여곡절을 버텨낼 수 있는 뚝심과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하지만 상황적 필요에 의한 단기적 출구전략으로서 마을만들기의 수법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연목구어와 같은 우를 범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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